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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구름 속 황금알
[세정칼럼]구름 속 황금알
  • 日刊 NTN
  • 승인 2013.11.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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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웅 본지 논설위원.
세계적인 미국계 컨설팅 회사 이야기이다. 이 회사는 아이디어와 지식 재산으로 먹고 산다. 전세계에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이 회사는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자문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고객과 일할 때마다 많은 데이터와 이슈들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를 분석하고 자문하여 주는 과정에서 각국의 사회환경 분석내용과 기업 정보들이 수집되고 쌓여 간다.

주목할 것은 이 정보들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보통의 기업들은 프로젝트가 끝나면 그간 발생한 서류들은 창고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일정기간이 지나면 파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다르다. 사내 모든 정보들은 분류되고 키워드로 저장되어 데이터베이스화된다. 방대한 정보가 쌓인다. 만약 한국 관련한 정보가 필요하면 새로운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여 리서치할 필요가 없이 외국 어느 나라에서도 회사 클라우드에서 간단히 다운 받으면 된다.

이렇듯 수집된 정보와 결과물들은 과거형 폐기물로 수명을 다할 수도 있고 재생산에 투입되는 미래형 자산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자체 생산한 정보들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일이 아니다. 이를 잘 이용하면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 먹는 것보다 더 남는 장사다. 구름(클라우드)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황금알 찾는 이야기이다.

얼마 전 조세 세미나에서 이런 유머를 들었다. 한국에는 큰 컴퓨터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멍청이고 또 하나는 공포란다. 전자는 기상청 슈퍼 컴퓨터이고 후자는 국세청 전산망이라는데 기상청 직원들이 야유회에 갔다가 비를 흠뻑 맞았으니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슈퍼 바보임에 틀림이 없다는 조크였다.

그럼 국세청 컴퓨터는 어떨까? 이제 FIU 정보까지 보유하면 개인의 소득은 기본이고 재산상태와 돈 흐름까지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듯 감시할 수가 있으니 돈 많은 분들은 오금이 저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세청 컴퓨터가 제도적으로 지원을 받는 덕택에 막강한 외부 데이터를 보유한 것은 다른 나라 과세관청의 시샘을 받을 만 하다. 게다가 한국에는 주민등록번호제도가 있어 사람마다 일련번호가 부여된다는 것도 선진 세정당국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전에 호주 국세청 사람들은 한국의 이런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신들의 현실에 절망(?)하였다. 이유는 호주인들은 국가가 국민에게 일련번호를 부여한다고 하면 분노하여 혁명이 일어날 거란다. 이런 국민 정서는 구미 국가에서는 일반적인 것 같다. 따라서 그들은 한국의 국세청 전산망은 '빅 브라더'라고 평한다.

빅 브라더의 음과 양은 그 나라 국민들의 가치관에 따를 일이므로 여기서 논할 바는 아니고 국세청이 외부의 자료를 수집하는 제도를 잘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외부인들도 이견이 없다. 다만 국세청 내부에서 스스로 생산하는 귀중한 정보들도 잘 수집되고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외부자들로서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단편적인 사례들을 듣고 보고 유추할 수는 있을 듯 하다. 가령 거의 비슷한 때에 특정업종의 기업들이 다수 지방청 조사를 받고 있었다. 조사반이 여러 팀이다보니 같은 과인 경우도 있었고 국조차 다른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특정업종에 공통적인 세목에서 한 조사팀이 거액의 추징 쟁점을 발견하였다. 다행히 같은 과에 소속된 조사반들은 이런 정보가 공유되었는지 모두 점검하여 추징을 하였다고 한다. 반면에 국이나 과가 다른 조사팀은 매력적인 그 추징항목을 놓치고 철수하였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다. 미국 모회사가 한국에 두 개의 자회사가 있었는데 엇비슷한 시점에 두 자회사가 동시에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한 쪽에서는 모사가 직원들에게 부여한 스톡옵션 등 주식보상에 대하여 꽤 짭짤한 추징 성과를 낸 반면 다른 자회사를 조사한 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하여 그냥 철수하였다고 한다.

이런 점들을 유추해보면 조사적출 아이디어들이 동시적으로나, 사후적으로 조직 내에서 공유되지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추측’을 하게 한다. 물론 지식창고라는 게 개설되어 있다고는 하나 실질적인 운영에 관리자의 관심이나 운영 인센티브가 없으면 그 건 존재만 하지 실질이 없게 된다.

조사정보는 비밀이고 개인정보 보호상 특정기업 정보를 다른 조사반이 공유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조사반끼리 열심히 칸막이를 친다. 그러나 납세자의 고유 정보를 제거한 일반적인 적출항목의 성격과 내용만을 공유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과세관청은 업종별, 주제어 별로 데이터베이스화하여 클라우드에 올리고 전국의 조사관들이 활용하여 업종별로 조사 아이디어를 얻고 세원을 확대하도록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운영’을 이미 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기업별 전산 파일에는 조사할 때마다 적출 내용을 기록 유지하여 후일의 조사에 참고하리라 믿는다.

문제는 형식적으로 운영하지 말고 실질적이고 리얼타임이어야 한다는 거다. 정보 생산자의 조회까지 가능하다면 기술적으로 보다 생생하고 완벽한 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조회 건수가 가장 많은 정보를 올린 생산자와 가장 많은 정보를 올린 생산자는 포상도 하고 인센티브도 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작년에 서울지방국세청에서 특정 업종의 특정 세목에 대한 최초 적출 조사관은 그 업종의 모든 기업에서 공통으로 적출 성과를 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5개년과 향후의 세수 일실을 방지한 효과는 수백억에서 수천억에 이를 것이다.

최근에 그 적출 조사관을 만나게 되어 물었다. “작년에 포상을 받았겠네요.”  대답은 기대와 달랐다.  “여러 조사팀에서 문의가 많아 대답해주느라 바빴지요. 그러나 아무도 칭찬은 하지 않던데요”

어찌 보면 조사관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이지만 그 업계 전체에 파급을 줄 적출 아이디어를 냈으니 늦으나마 표창이 주어졌다는 후문이 들려오길 기대한다.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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