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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세청만 쳐다보지 마세요!
[칼럼] 국세청만 쳐다보지 마세요!
  • 日刊 NTN
  • 승인 2013.12.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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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 기반이 망가지고 있는데… -

▲ 정창영 (본지 주필)

잔뜩 부푼 복지기대에 돈 쓸 곳은 널려있고, 세수는 절대 목표에 미달하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불안한 재정의 마지막 시선이 국세청으로 꽂히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국세청은 안쓰러울 정도로 분투하고 있지만 발걸음이 영 더디다. 뛰면 뛴다고, 안 뛰면 안 뛴다고 ‘말’을 듣는 현실에서 일선 세무관서는 마치 낮을 피해 ‘밤에만’ 일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세수 어려운 상황이야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공식화됐고, 결과도 대충 예상은 되지만 정치권이나 관가에서는 ‘과연 국세청이 어떤 결과를 내 놓을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마치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를 기대하는 것처럼.

‘전년대비 행정’에 익숙한 현실에서 지난해 하지 않던 행정이 구사되면 예외 없이 말이 나온다. 세무조사도, 체납세액 정리도, 신고성실도 사후분석도 모두 세수부족에 따른 ‘쥐어짜기’의 산물로 도매금 처리 되고 있다. 현장에서 무리한 사례가 나오고는 있지만 세무서 고유업무 조차 여지없이 ‘강공세정’으로 쉽게 몰린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어떤 사람은 ‘국세청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니냐?’고 의미 있게 되물었다. 뉘앙스가 강한 대목이다.

세금이 정부 세입으로 확정되는 단계를 되돌아보면 이 과정에서 국세청 역할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세무관서에 세금을 신고 납부하니까 일반적으로 세무관서의 역할이 절대적인 것처럼 비춰지지만(물론 세무조사 업무도 있음) 엄밀하게 본다면 세금은 이미 국세청이 개입하기 훨씬 전부터 확정돼 진행돼 온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세금에 관한한 국세청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덜 걷고 더 걷는 것이 논리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다.

국세청이 세금을 징수하는 근본이자 기본이 되는 세법의 경우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통해 마련되고 확정된다. 국세청은 이 세법에 따라 정확하게 세금을 거두는 임무만 수행하면 된다.
만약 국세청이 임의로 판단해 징세의 근간인 세법 관련 사항을 마음대로 적용할 경우 여지없이 제지를 당하고, 수습할 수 없는 혼란을 겪게 될 것이 뻔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세법 또한 기분대로 만들어지는 것이 물론 아니다. 다양한 루트가 있지만 대부분 정부가 필요하거나 정책적 판단, 납세자 건의내용을 분석해 전문 연구기관의 연구검토를 거쳐 여러 연관성에 대한 충돌가능성을 검증한 뒤 비로소 법안이 마련된다.

이 후 국회에 제출된 법안(의원 입법도 있지만)은 기획재정위원회 세법 소위원회와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여·야간 치열한 논의를 거친 뒤 기재위 확정안으로 마련되고, 이어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국세청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근거인 세법으로 확정된다.    

대부분 연말에 확정되는 세법은 적어도 몇 해 전부터 만지작거리던 것이거나 늦어도 그해 3월부터 검토가 돼야만 비로소 가능성이 보이게 된다. 여기에다 숱한 공청회와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고, 법이 확정되면 시행령, 시행규칙이 나오고 이를 근거로 국세청이 해당 세목의 사무처리규정을 손질해야만 비로소 세금징수에 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어느 곳 하나라도 삐끗거리면 실무적용은 해결될 때까지 보류된다. 세법이 고쳐지거나 만들어지는 과정만도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또한 자진신고납세제 아래서 세수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경기다. 소비가 늘고 이에 따른 기업과 사업자들의 수입이 좋으면 세수는 자동으로 늘고, 반대의 경우 세수는 곤두박질치는 것이 일종의 정석 코스다.

세법이 뒷받침 되지 않고, 경기가 바닥인데도 세수가 호조라면 오히려 문제가 크고, 반대의 경우에 세수가 안된다면 그것은 국세청을 탓할 일이다. 적어도 확고한 등식이 그렇다.

요즘 국정 돌아가는 상황은 ‘영 아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어렵사리 국회가 돌아가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대화가 실종됐고 국회에는 산적한 민생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이 말 그대로 동면중이다. 의미가 딱 떨어지지 않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는 무성한 말잔치 끝에 곳곳에서 복병을 만나고 있다.

대형 건설사마저 줄도산의 칼끝에 섰는데도 이를 예측하고 대비한 법안은 지금 어디 있는지조차 감 잡기가 어렵다. 경기를 살릴 불씨마저 가물가물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경기가 돌아가도록, 경제가 활성화 되도록 제도가 마련되고, 이것이 돌아가야 소비가 살고 기업이 돌아가는데 이런 근본은 정쟁에 밀려난 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답답한 경기가 끝 모르게 헤매고 있으니 방치된 납세자나 납세기업의 실적이 망가진다. 당연히 세금 낼 여지가 사라지고 있다. 근본이 추락하고 있는 셈이다.

세금 돌아가는 상황에 밝은 세정가 인사들은 한결같이 ‘올 보다는 내년 세수가 훨씬 어려울 것’이라며 돗자리를 깔지만 대책은 감감하다.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 농사를 짓는 형국이다.

기반이 무너져 내리는 것에조차 무감각한 ‘답 없는’ 정부와 정치권은 막연하고 애꿎게 국세청만 쳐다보고 있다. “세수 어떻게 되느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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