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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무조사 중지신청 하세요!
[칼럼] 세무조사 중지신청 하세요!
  • 日刊 NTN
  • 승인 2013.12.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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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들이 국세청에 눈을 흘기는 이유

 

▲ 정창영 (본지 주필)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면서 사람들의 마음도 한껏 차분해지고 있습니다. 걸어 온 올 한해가 어땠으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보냈는가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입니다.

아무리 치열하게 또는 팍팍하게 살아온 삶이라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간이 되면 뭔가 모르게 겸허해지고, ‘사람의 마음’으로 돌아가려는 심정을 갖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연말에 서서 올 국세행정을 돌아보면 말 그대로 치열함의 연속이었습니다. 국세청을 짓누른 세수부족 상황은 세정의 모든 기준을 다시 맞추는 비상운영으로 일관했으며 국세행정의 실행 역시 모든 것을 이 기반 위에서 ‘강도 높게’ 진행했습니다.

이런 저런 눈치를 봤지만 세정 전 분야에서의 치밀함은 역대 그 어느 때보다 정교했습니다. 따라서 연초부터 추락하는 경기상황을 고려할 때 수십조원의 세수부족이 예견됐지만 연말이 되면서 상당히 선방을 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는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도 국세청이 세금은 열심히 거뒀다는 얘기가 됩니다. 올 징세행정에서는 어느 한 분야 한눈파는 곳이 없었습니다. 신고·납부, 세무조사, 체납세액정리, 사후검증 등 모든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전반적인 평가는 ‘너무 최선을 다했다’로 나올 정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국세청에 눈을 흘기고 있습니다.

탈루세금을 적출하는 세무조사 역시 연초부터 조사공무원과 납세자간 치열한 ‘전쟁’을 벌였습니다. 때론 숨가쁘게 전개도 했고 공방도 벌였던 것이 세무조사의 올 한해였습니다. 이제 그 마무리 시점에 왔습니다.

진행되는 조사야 12월 31일까지 하고 1월 2일 그대로 이어 진행하면 그만이지만 적어도 연말이 갖는 의미가 각별하기 때문에 쉼표 정도는 찍고 가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습니다.

어느 윗분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에는 현장에 나가는 세무조사를 가급적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워낙 몰아쳐온 올 세정을 감안할 때 적어도 이 시기에는 일종의 숨고르기를 하고 내부업무 정리를 하라는 뜻도 있었겠지요.

또 아무리 공무라고는 하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시즌에 세무조사공무원이 납세자 사무실에 나와 장부를 뒤적이는 것은 보통 큰 부담이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이 시기만큼은 잠시 피해주려는 배려일 수도 있습니다. 이 시즌에는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를 접한 어느 세무조사 현장에서는 잠시 철수를 예고하면서 납세자에게 조사중지신청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세무조사는 사전에 조사기일이 정해져 진행됩니다. 만약 조사가 미진해 기간을 연장하려면 내부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다소 번거로운 과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납세자가 조사연기 신청을 하면 이런 내부적인 절차가 필요 없게 됩니다.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당초 정했던 조사일수만큼 추가로 챙겨 연말연시 철수분 이월 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상황 같지만 뭔가 느낌이 오지 않습니까?

인심 쓰고 생색은 내면서 조금의 불편함도 감내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춰졌다면 무리일까요? 세무조사 중지해 달라고 요청도 안했는데 알아서 배려하는 것처럼 하면서….

해당 납세자는 당연히 불만스런 목소리를 냈습니다. “누가 조사중단 해달라고 부탁했습니까? 하루라도 빨리 끝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가뜩이나 올 실적이 좋지 않아 회사도 초비상입니다. 한가롭게 연말연시 따질 겨를도 없습니다. 눈에서 불이 납니다.”

그 윗분이 크리스마스·연말연시에 잠시 현장조사를 철수하라고 한 것은 분명 배려의 뜻이 있었을 것이고, 순수하게 진행됐다면 조사받는 납세자의 마음도 ‘연말의 심정’으로 돌아가 오히려 신뢰와 연결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결국 기껏 한 배려가 욕을 먹는 상황이 된 것으로 정리가 되겠지요? 나랏님 말씀을 원님이 시쳇말로 ‘먹은’ 것이 된 것일까요?

단지 이 한 건을 확대해서 이야기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올 국세행정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례가 참 많았습니다. 세무조사 현장에서도 많았고 사후검증도 그랬고, 수정신고 권장도 그랬고, 체납정리에서도 그랬습니다. 뭔가 기발한 내용을 자꾸 들고 나오는데 납세자 입장에서는 참 껄끄럽고 얄미운 내용이 많았습니다.

잔뜩 배려하는 것처럼 하면서 속으로는 챙기지 않던 부분까지 싹쓸이 해 가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것도 납세자와의 사전공감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세수가 어려워 국세청이 열심히 뛰는 것은 ‘나라를 위해’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납세자를 잘 이해시키고, 믿음의 기반에서 세금을 거두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세금에 대해 ‘법대로’만 외치는 것을 두고 ‘하수’라고 합니다. 의미가 크지요?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야당이 다양한 패인 분석을 하면서 나온 내용이지만 의미가 아주 강한 대목입니다. “국민은 고리타분한 보수를 싫어하지만 ‘싸가지 없는 진보’에는 아예 등을 돌렸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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