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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그 많은 손톱 밑 가시들
[국세칼럼] 그 많은 손톱 밑 가시들
  • 日刊 NTN
  • 승인 2013.12.2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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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웅 본지 논설위원
어느 중견기업이 겪은 세금 애환이다. 회사는 몇 달에 걸쳐 지방청으로부터 정기세무조사를 받았다. 조사반은 특정 세무처리에 대하여 회사와 큰 이견을 보였고, 조사 도중에 5년전 세무처리에 대하여 법인세를 수십억 과세하였다.

법인세는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기한(부과제척기간)이 5년이다. 조사기간 중에 그 기간이 끝나가는 2007년도분 세금을 먼저 과세한 것이다. 물론 회사와는 충분히 논의가 이루어지기 전이었다. 과세부터 해놓아야 과세권이 확보되기 때문이었다.

거액의 과세에 회사는 비상이 걸렸다. 나머지 4개년도(2008년~2011년도)분은 회사와 견해 차이가 크고, 회사의 입장도 일리가 있어 과세자문위원회에 자문의뢰를 하였다. 이는 조사기간 중 본청 법규과에 조사반이 질의를 하여 답을 구하는 효율적인 제도이다.
자문위원회에 물은 그 쟁점은 결정이 미루어져 미결로 두고 조사반은 철수한다. 1년이 지난 후에야 조사반은 나머지 4개년도분을 과세하였다. 그리고 곧 이어 그 전에 과세된 2007년도분이 심판원에서 회사의 손을 들어주는 인용결정이 되었다.

회사 담당자는 안도하였다. 심판원이 인용결정을 하였으므로 세무 고민은 다 해결된 걸로 알았을 것이다. 제도상 심판원 결정은 과세관청이 더 이상 다툴 수도 없다. 이제 지난 일년간의 세무 분쟁은 깔끔하게 끝난 셈이었다.
그는 이미 낸 5개년의 세금 추징에 대한 환급을 기다렸다. 그러나 왠 걸. 2007년도분만 환급이 된다. 후속 4개년의 세금은 불복이 없었으므로 환급해 줄 수 없다는 거였다. 아차했지만 돌려 받기가 어렵게 되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런 경우 같은 사안이면 연도만 달리하였기 때문에 모두 환급해주어야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게 상식이며 그것이 도덕적이라고 믿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과세관청은 간단히 환급을 거절하였다. 법에 무지한 자는 법익(法益)을 향유할 자격도 없다는 기계적인 설명과 함께.
자, 이런 경우 우리의 세법 ‘제도’가 징벌적이어야 옳을지 아니면 도덕적이어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법은 사회적 제반 가치를 반영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과연 징벌의 대상일까?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온 회사에 부당한 세금을 매긴 과세관청은 자유로워야 할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대와 함께 전문가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대목이다. 사인간에도 부당한 행위나 거래가 발생하였다면 부당한 행위를 한 자나 부당한 이득을 수취한 측에 책임을 묻는다. 이런 관점에서 과세관청이 결국 패소하였다면 그 세금은 빠르고 간편하게 돌려주는 발상의 전환을 해주면 안될까.

잘못 거두어간 세금을 돌려 줄 수 없다는 과세관청에 대하여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 법이 그러하다니 세금을 포기할까? 그러기에는 너무 거액이다. 고충신청을 할까? 영세한 납세자만 고충을 선별적으로 받는단다. 그러면 행정소송을 제기하여야 할까?
회사로서는 왠지 억울하다. 심판원은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었으니 과세관청이 괜한 조사로 평지풍파를 일으킨 게 분명하다. 그러하니 억울한 세금은 이런 저런 절차를 자꾸 따지지 말고 돌려 주어야 옳다고 느낀다.

이런 경우 소송을 하게 되면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이 된다. 말 그대로 과세관청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였으니 돌려달라는 쟁송인 거다. 돌려 줄 세금을 행정소송까지 가게 만들면 납세자는 변호사를 사야 하고, 피소된 과세관청은 대법원까지 3심을 응소(應訴)하며 비용과 행정력을 낭비하게 되니 서로가 lose-lose game 일 뿐이다.
아이러니는 과세관청이 우리가 낸 귀한 세금을 우리를 힘들게 하는 불필요한 소송에 쓴다는 거다. 세정과 세제가 기교적 법리로 운영될 우려가 지적되는 대목이다. 적법성을 떠나 우리는 과연 이를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있을지를 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과세관청의 캐치프레이즈인 ‘세정지원’의 성공은 역발상에 있다. 우리의 세정, 세제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힘들게 할 우려가 있으면 즉각 그런 세정과 세제를 바꾸는 거다. 자꾸 여건 미비를 들거나 기교법리를 내세우는 건 national tax service 의 서비스 의지가 없음만 확인시킬 뿐이다.

예를 든 회사와 같은 경우 불복기간이 짧은 탓도 있다. 불복기간을 늘려주는 것도 손톱 밑 가시를 빼주는 거다. 더불어 경정 규정을 개정하여 경정 범위를 확대하면 환급도 용이해진다. 기업은 어려운 경제와 싸우고 있는데 권리해태라는 한가로운 법리로 납세자의 권익에 주름을 만들지 말고 대범하게 개선하는 거다. 그 것이 진정한 ‘세정지원’이다.

법을 개정하기 전인 지금 당장은 ‘고충처리제도’를 확대 운영하면 된다. 영세상인에게만 고충처리제도를 운영한다는데 이는 잘못이란 지적이 많다. 우리 한국이 세계 속에 우뚝 서게 된 것은 크고 작은 기업들의 납세보국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큰 기업들이 세금을 듬뿍 내서 나라 살림이 넉넉히 돌아간 것도 사실이다.

고충은 큰 기업일수록 크고 더 많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랴, 외국정부의 반덤핑과 싸우랴, 고용하랴, 세금 내랴, 큰 기업일수록 그 몫이 무겁고 막중하기만 하다. 그런데 납세자의 권익보호에 영세 납세자와 대기업에 차별을 둘 근거가 어디에 있겠는가. 영세상인에게는 해줄 수 있는 세정지원을 굳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게는 해줄 수 없다면 합리성과 타당성이 결여되었다는 지적에 직면하게 된다. 합리성과 타당성이 없는 행정은 신뢰를 잃는다. 행정부는 모름지기 고정관념을 깨고 발상을 전환하자.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반대로 해볼 것을 기대한다.

“손톱 밑 가시”를 빼주는 멋진 정부는 결코 멀리에 있지 않음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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