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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세청, 역경 속에서 길을 찾다
[칼럼] 국세청, 역경 속에서 길을 찾다
  • 日刊 NTN
  • 승인 2013.12.2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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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물어 가는 2013년, 세정가에서…

 

▲ 정창영 (본지 주필)

‘국민행복’을 꿈꾸며 시작한 2013년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압축하자면 “여러분! 행복하시죠?” 정도는 기본으로 돼야 하는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마저도 어려운 그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확한 의미가 모호한 ‘팍팍하다’는 말도 사람들의 입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를 맞아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은 컸지만 경기가 바닥권을 헤매고 정치는 민생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바람에 사람들의 표정은 금방 어두워졌습니다.

‘국민은 틀리지 않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 같습니다. 정부가 ‘지금 우리는 행복으로 가고 있다’고 열심히 강조하지만 정작 국민들의 마음은 다른 생각입니다. 각종 수치와 지표가 객관적임을 입증하기 위해 등장하지만 국민들이 ‘감’으로 딱 느끼는 감도는 정확하게 ‘현실’을 체감하며 그려지고 있습니다. 박사가 필요 없습니다.

아무튼 올 한해 상황은 그랬습니다. 모든 것이 빡빡하게 돌아갔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단골로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소통’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고착돼 ‘일방통행’ 시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곳곳에서 선명하게 노정되면서 이제 ‘경직의 문제’는 풀어야할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습니다. 국세행정도 이 같은 기반 위에서 올 한해를 보냈습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김덕중 국세청장이 취임하면서 세정가는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워낙 반듯하고 깔끔한데다 세정의 구석구석을 알고 있고, 업무 추진력 또한 탁월해 분명 국세청이 한 단계 올라설 것을 확신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참 잘된 인사’라는 평도 줄을 이었습니다.

그러나 김 청장은 자신이 준비한 세정을 제대로 펼칠 겨를도 없이 취임과 동시에 몰아친 세수부담을 실감해야 했고, 급증한 복지재원까지 겹쳐 취임 일성마저 ‘지하경제 양성화’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연한 현실이었습니다.

지난해 세워진 세수목표에도 수십조원이 모자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올 한해 국세청을 짓누르는 상황 속에서도, 새로 추가되는 천문학적 규모의 복지수요는 ‘공약’과 ‘국민적 기대’라는 이름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뗐습니다. 기본 목표 달성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판에 등짐을 더 지운 상황이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세수가 안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이해는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국세청입니다. 국세청은 세수목표 달성을 일종의 ‘존재의 이유’로 인식하는 조직입니다. 전통적으로 그랬습니다.

자연 국세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부담이 큰 만큼 ‘액션’ 또한 비례해 나가야 했습니다. 물론 만만한 일은 없습니다. 지하경제 양성화 카드는 출범부터 국민적 호응을 크게 얻었지만 부담 또한 적지 않았고, 지능적으로 꽁꽁 숨어 있는 돈을 찾아 세금으로 환수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어려운 경기에 국세청이 바삐 움직이는 것을 두고 여론이 악화되자 국세청으로서는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습니다. 세무조사가 표적이 됐고, 당초 예정했던 조사대상 기업의 수를 줄이는 처방까지 내야 했습니다. 담배를 피우되 연기는 내지 말라는 초유의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국세행정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키는 대형 악재들도 터져 나왔습니다. 조사반이 통째로 비리에 연루되는가 하면 조사국 주변에 상시감찰을 붙일 정도로 세무조사 사고가 터졌습니다. 전임 청·차장이 대기업 관련 비위에 연루돼 동시 구속이라는 최악의 카드로 종결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갈 길은 먼데 해는 떨어지고, 급한 일은 손에서 떠나지 않는 복잡다단함이 올 국세행정 주변에는 거의 상존하다시피 했습니다.

위원회를 만들고, 상시감찰을 실시하고, 고위직 간부들이 솔선해서 청렴결의를 하는 등 문제가 발생될 때마다 위기에 대응하는 프로그램이 가동됐습니다.

세수가 확실히 부족한 상황에서 그나마 부족의 규모를 줄이기 위해 초비상 징세·징수체계를 유지했으며 지하경제 양성화를 비롯해 대기업·대재산가에 대한 세원관리 강화 등 핵심과제로 선정했던 내용에 대해서는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세청은 엄청난 어려움과 한계를 절감했고, 곳곳에서 불규칙한 마찰음을 내기도 했습니다. 집중력과 추진력은 돋보였지만 소통과 공감 속에서 원활하게 일을 진행시켜 나가는 대목에서는 특히 취약한 면을 보였습니다.

내년 국세행정 여건은 올해보다 더 취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입니다. 경기도 그렇고, 제도도 그렇고, 올해보다 세정여건이 개선될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실제로 준비된 내용도 없습니다.

다만, 국세행정 입장에서는 올 험난한 코스를 건너오면서 나름대로 상당한 경험을 축적한 면은 분명 있습니다. 적어도 위기에 대응하는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분석하고 준비한 소중한 경험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성과를 낸 경험도 있고, 내지 못한 경험도 있고, ‘말’을 많이 들은 경험도 있습니다.

그냥 넘길 것이 아니라 이것을 소중한 경험으로 되새긴다면 험난한 내년 일정에서 ‘길’을 찾는 이정표가 될 수 있습니다. 2013년은 이제 역사 속으로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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