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8:11 (금)
[국세칼럼] 안녕들 하십니까!
[국세칼럼] 안녕들 하십니까!
  • 日刊 NTN
  • 승인 2014.01.10 0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진웅 본지 논설위원
“여러분, 지금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나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현재 안녕하기엔 안녕치 못한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연말연시에 전국의 대학가 게시판을 가득 채운 이런 대자보 제목들은 세간의 관심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안녕 시리즈’는 작년 12월 10일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주현우 학생이 학교 후문에 붙인 대자보에서 유래하였습니다. 그리고는 SNS를 통하여 유럽까지 알려졌습니다. 젊은이들은 서로 묻습니다. 안녕들 하신지를.

고희를 맞는 이해인 수녀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말에 안녕이라는 말을 다 좋아하고 많이 쓰잖아요. 그게 이번에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고, 복수형이 들어갔잖아요. 안녕 ‘들' 하십니까? 그게 새롭게 부각이 되면서 나뿐만 아니라 나라의 안녕과 다른 사람의 안녕도 같이 헤아려야 하겠다는 그 마음에 불을 붙여준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모두가 다른 사람을 좀 더 배려하는 사회가 되도록…”

늘 그렇듯 사람들은 한 해를 보내며 아쉬워서 모이고, 반가워서 모입니다. 송구영신하자고 송년회에도 가고, 신년회에도 부지런히 참석하였습니다. 모임에서는 때마침 젊은이들의 대자보가 자연스레 화두가 되었습니다.

세무를 전문으로 하는 이들에게도 연말연시에 이런 저런 모임들이 있었습니다. 2013년을 결산하며 정도 나누고 아쉬운 일들도 술잔에 날려 보냈습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건배가 이어지며 세금 이야기도 곁들였습니다.

자연 2013년의 세금 명언이 무엇인지 화제가 되었습니다. 가장 큰 지지를 받은 명언(?)은 역시 ‘기부하고 싶으면 세금 내고 기부하라.’는 기획재정부 당국자의 말이었습니다. 전국의 모든 선량한 기부자들이 아연해졌을 겁니다.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사는 불우 이웃들을 보듬는 자선단체들에게도 가장 비정한 말로 들렸을 것입니다. 십시일반 기부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선행도 세금을 내고 하라는 것이니 이는 마치 골프장 이용료처럼 일종의 행위세이자 선한 사마리안에 매기는 천사세인 셈입니다. 그리고는 당연하던 기부금 소득공제를 폐지하려고 하였습니다.

소득공제를 하면 고소득자에게 부당한 세금 혜택을 준다는 생각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기부행위로 소득이나 재산이 줄어드는데 세금 혜택이 생긴다는 말이 성립하질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근로소득세의 경우 소득순으로 배열한 100명을 모수로 보면 대략 45명은 면세점 이하라서 전혀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반대로 상위 계층 30여명이 전체 세금의 90%를 부담하고 있어 세금 부담상 고소득자들은 이미 충분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도 거론되었습니다. 새해 들어 세율 구간이 강화되면서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 폭은 한층 더 커졌습니다.

그 다음 명언으로는 ‘세제개편이 세율을 건드리지 않았으니 증세가 아니라’는 청와대 설명이었습니다. 세율을 건드리지 않고 세금을 늘렸으니 증세는 아니라는 주장에 내노라하는 조세학자들도 어리둥절해졌습니다.

어쨌든 이런 말들이 송년 모임에 참석한 이들의 세밑 마음을 매우 안녕치 못하게 한 명언이 되었습니다. 대선 유세 당시 이미 세제는 건드리지 않아도 지하경제를 파헤쳐서 복지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많은 전문가들은 가당치 않은 이야기라는 지적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작년 한 해 과세당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지하경제가 자수하며 나타나주지도 않았으며 세수가 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세수는 뒷걸음질 쳤습니다. 정부산하 연구기관의 중견 연구원조차 사석에서 지하경제를 잡아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에 실소를 지었습니다.

결국 세금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증세 없이도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대선 공약 때문에 행정부처들이 눈 가리고 아웅하다가 애꿎게도 세제와 세무조사가 역대로 가장 기형이 되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기형적 과세라는 말에 이르자 이제는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토지초과이득세(1990년 시행, 1994년 위헌 결정)의 애환이 거론되었습니다. 이 세금은 태어난 지 불과 4년만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 되어 사라진 세목이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위헌이 된 세금임에도 정부는 세금을 납세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위헌인 세금을 징수하고도 되돌려 주지 않으니 폐지된 지 7년이 지나도 세금을 돌려달라는 세금 불복이 수천 건씩 접수되었습니다.

토초세 위헌 판결 당시 환급 여부를 검토하였다는 당시의 실무자 증언도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위헌 판결된 세금을 모두 납세자들에게 환급하여 주었다고 보고하여도 고위 당국자들은 애써 환급을 외면하였다는 겁니다. 일본도 하는 걸 우리는 하지 못하였다는 자책도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 토초세는 정부의 방침에 토를 달고 세금 불복을 한 성가신(?) 납세자들만 구제하여 주고 정부에 순응한 흥부 납세자들의 돈은 돌려 주지 않고 끝났습니다. 적법하였다고 애써 변명할진 몰라도 그 건 분명 정의롭지 못하였다는 기억을 우리는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합리한 처사는 비단 이것뿐일까요? 개선이 없는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안녕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