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6:13 (금)
[칼럼] 세무조사, 어떻게 해야 하나?
[칼럼] 세무조사, 어떻게 해야 하나?
  • 日刊 NTN
  • 승인 2014.01.16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 활성화’ 그림자에 갇히는 세무조사

▲ 정창영 본지 주필

경제정의 실천 핵심이자, 지하경제 양성와의 기수였던 세무조사가 요즘 동네북 신세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를 올 국정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면서 전반적인 여론이 ‘지난해 기업들을 옥죈다는 지적을 받아온 전방위 세무조사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쪽으로 몰리고 있다.

한걸음 더 나가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주 “청와대 만찬 때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난 한 해 광범위한 세무조사 탓에 민심이 악화되고 지지 기반도 흔들리고 있으니 올해는 무리하게 비칠 수 있는 세무조사는 중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당 지도부의 이 같은 건의에 상당부분 공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일부에서는 지난해는 심각한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범위한 세무조사가 불가피했지만 올해는 지난해 통과된 관련법에 따라 소득세와 법인세 등으로 연간 1조 원가량이 더 걷히고 경기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돼 전방위적인 세무조사는 없을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적극 설명하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이 짙게 형성되는 데는 정치적 함수도 역할을 하고 있다. 당장 여권은 경기 활성화로 체감경기가 호전돼야 코앞에 다가온 지방선거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세무조사 대상과 강도를 적절한 수준에서 조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정치의 계절에 세금이 어떤 형태로든 작용을 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선거는 목전에 다다랐고 악화된 체감경기가 도대체 살아나지 않으면서 세금을 둘러싼 혼란스런 장면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마치 세금이 악(惡)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면 너무 나간 것일까? 아무튼 그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공식이 있다. 영세서민의 고통이 가장 먼저 등장하고 이어 경제가 활성화 돼야 돈이 돌고 일자리도 창출되는데 ‘세무조사를 비롯한 각종 규제’ 때문에 재계가 죽겠다고 아우성이며 결국 투자가 되지 않아 경제순환의 고리가 절단 나고 있다는 것이다. 밑도 끝도 없이 대통령도 공감했다는 내용도 후렴처럼 붙는다.

벌써부터 일부 언론에서는 박 대통령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공식 석상에서 석 달 넘게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를 화제에 올릴 정도다. 당초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던 박 대통령이 지난해 ‘별 성과’를 내지 못하자 마치 이를 은근슬쩍 철회하는 뉘앙스마저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박근혜정부의 공약에는 140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5년간 134조8000억원을 투입하고, 그중 27조2000억원을 지하경제 양성화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 들어 있다.

이렇다보니 당장 경기도 살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경제활성화에 동참해야하는 만큼 기업들 ‘걸림돌’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눈감아 주는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당연히 국세청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는 핵심 수단으로 세무조사가 동원되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세무조사 강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지적을 했고, 외국인 투자 기업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도 일부 참석자들이 박 대통령에게 세무조사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경제계는 지하경제 양성화 관련 세무조사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90%가 ‘새 정부의 세무조사 강화 움직임과 관련해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한국은행이 5만원권을 발행해 시중에 풀었다가 다시 회수하는 환수율이 2012년에 61.7%였지만 지난해 1~9월은 48.1%에 그쳤다는 연구보고서 결과도 단골로 활용되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가 지하경제 활성화로 둔갑하고 있다는 ‘죽는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론은 세무조사로 모아지고 있고, 핵심은 세무조사의 칼날을 무디게 해 달라는 요청이다.정치는 민심으로 지탱한다고 하지만 지난해 정책과 너무 상반된 기조로 달리고 있어 불안하기까지 하다.

특히 세무조사를 법제화해 원칙을 확고하게 세우고 자의성을 완전 배제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정치권이 태도를 ‘확’ 바꿔 고무줄 늘이고 줄이듯 세무조사를 운영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오늘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현실이 이렇다면 정작 세무조사 실무를 주관하는 국세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원론적인 답변은 정치권의 영향 따위는 무시하고 원칙대로 가는 것이 맞지만 여당까지 나서서 들고 일어나는 현실을 과연 국세청이 ‘없던 일’처럼 버티고 갈 수 있을까.

결론은 간단하면서도 원론적인 것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원칙’. 그 것만이 세무조사에 대한, 국세행정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정치권은 이미 ‘지난해 세수가 어려워 세무조사를 강화했지만…’이라는 시각을 불변으로 갖고 있다. 또 ‘올해 1조 정도 증세가 됐으니 세무조사 완화해도 된다’는 현실 인식의 근처에 조차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현실에서 만약 세무조사 운용마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세행정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세무조사를 둘러싼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만 같은 2014년이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