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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무조사를 향해 부는 바람
[칼럼] 세무조사를 향해 부는 바람
  • 日刊 NTN
  • 승인 2014.02.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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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영 본지 주필


이미 지난해 중반을 넘어 서면서 조짐이 불거졌지만 올 들어 그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세무조사에 대한 볼멘소리다.

아니 단지 볼멘소리가 아니고 국세청 당국이 그토록 강조했던 엄정한 세정세무조사는 이제 새로운 기류인 ‘대세’에 묻히는 분위기다.

결국 이런 공식으로 정리된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약속했던 복지 등 재정수요는 크게 늘었고, 증세 없이 이를 조달하기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등 공세적 국세행정 동원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동안 해 오던 기본 세수마저 어려운 국면으로 치달았다.

이런 현실에서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필두로 세정을 강화했고, 기업들은 숨을 죽였다. 국세청은 세금이 나올만한 4대 분야를 선정했고, 공교롭게도 대기업·대재산가 등이 맨 앞줄에 섰다. 국세청으로서는 여지가 없는 절박한 선택이었다.

한동안 숨죽이며 눈치를 살피던 시절이 잠시 지나고 신음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엄살 같던 신음소리의 ‘데시빌’이 높아져 갔고, 결국 현상에 대한 하소연과 논리적 설명이 진하게 이어졌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세금과 과징금 폭탄을 투하하는 바람에 기업들이 활력을 잃었고, 투자가 위축됐으며, 고용과 성장이 뒷걸음질 치는 역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내용이 골격이었다. 한 해도 안 돼 정부의 국정과제가 지하경제 양성화에서 경제 활성화로 바뀌는 대전환이 이뤄졌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정부 정책도 비록 목표를 정해 놓고 가지만 상황에 따라 현실을 고려해 수단을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 일이 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청이 펼쳤던 선제적 세정에 대한 반응이 최근 재계를 중심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대반전의 물꼬가 터졌다. 물론 대부분 문제가 많았다는 내용이다.

국세청이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해명했지만 지난 주 세금과 관련된 화두는 세무조사로 부과한 세금 중 지난해 불복으로 돌려 준 세금이 8000억원을 넘는다는 내용이었다. 뉘앙스 차이 없이 ‘국세청이 무리하게 세무조사를 해 결국 세금도 못 받으면서 기업들 의욕만 꺾어 놓았다’는 내용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됐다.

전경련을 중심으로 최근 재계가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는 주장은 공식이 있다. 국민들이 정말로 아파하는 바닥권 경기의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정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무조사 강화→기업의욕 저하→투자실종→일자리 실종→경기침체→세수부족→세무조사 강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정부가 선택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잘못됐고, 문제가 많고, 병의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는 배경을 깔고 있다.

해법으로 명확한 답은 하지 않고 있지만 세무조사 완화→기업의욕 고취→기업 투자증가→일자리 창출→경기회복→세수확충→세정지원 확대 등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과도하게 얼어붙은 소비경기 역시 국세행정과 세무조사에 눈을 흘기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부자들이 지갑을 열어야 경기가 돌아가는데 돈 있는 사람들을 국세당국이 워낙 몰아 부치는 바람에 부자들이 아예 지갑을 닫고 ‘세월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액면 그대로 믿기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지난해 세무조사로 세금추징을 당한 기업들은 ‘거의 문을 닫을 상황’인 것처럼 소문이 나고 있고, 일부 보도를 통해 확대되는 경향도 있다.

국세당국 입장에서야 물론 정당하게 내야할 세금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여론의 색깔’이 심상치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이 상황에서 국세청이 좌고우면했으며 일단 노선은 수정하는 모양을 갖추고 있다.

올 국세행정에서는 세무조사 분야에 아주 예민한 시선이 모아질 것이 확실하다. 숨죽이던 기업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상황이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이미 국세청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라는 포괄적 단서를 달고 올 세무조사를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각각에게 유리한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일부 앞선 경향이 있지만 무슨 무슨 업종은 올해 세무조사가 없을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가 만발하는 것도 이런 기반에서 출발했다.

물론 세무조사에 현실 반영이 꼭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선심성으로는 운영 자체가 어렵다. 소위 세무조사 대상 쪽에서 나오는 ‘희망사항’을 그대로 반영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연초부터 흐름은 그렇게 형성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국세청이 명심해야 할 것은 세무조사 현장에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무리한 세무조사는 올해 ‘말’을 달고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작은 것 무리하다가 전체 분위기를 깰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세무조사 과정에서 무리한 과세가 나올 경우 볼 것도 없이 ‘대표 사례’로 부각될 것이고, 이는 세수확보라는 충정보다 경기를 망치는 주범으로 인식될 개연성도 아주 높은 상황이다. 소위 악순환 고리의 빌미를 국세청이 제공한다는 덤터기를 쓰게 된다는 뜻이다.

올 세무조사가 그 어느 때 보다 치밀하고 정교하게 진행돼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세청은 이번 기회에 그동안 말 많았던 세무조사 품질을 확실하게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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