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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탈세제보가 일상화된 시대
[칼럼] 탈세제보가 일상화된 시대
  • 日刊 NTN
  • 승인 2014.02.2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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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영 본지 주필

서울 강남에서 유명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A 원장은 요즘 항상 뒷목이 뻐근하다. 뭔가 모르게 늘 개운치가 않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한동안 유명세를 타고 승승장구 잘 나갔지만 몇 년 전 호된 세무조사를 받았고, 그 여파와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A원장이 세무조사를 받게 된 원인은 다름 아닌 탈세제보. 관행처럼 여기며 했던 일들이 믿었던 사람에 의해 세무당국에 제보가 됐고, 그동안 이뤄졌던 검은 내역이 꼼짝없이 들춰졌다. 추징금액이 상상을 넘었고, 무엇보다 주변의 시선이 못내 괴로웠다.

특히 A원장을 괴롭힌 것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었다. 큰 수업료를 치르고 얻은 것은 ‘막연하게는 안된다’는 아주 평범한 내용이었고, 주변 관리도 관리지만 무엇보다 법을 어기거나 규정을 벗어나면 방법이 없다는 소중한 경험과 결론도 얻었다.

A원장은 확실히 달라졌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 습관도 생겼다. 직원이 주로 처리하는 일이지만 하다못해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아 곧바로 신고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도 머리에서 늘 떠나지 않는다.

오랫동안 거래해 온 세무사를 통해 일단 예방주사도 맞았다. 신경 쓰지 않고 지냈던 세무업무를 챙기면서 그동안 교류가 거의 없었던 담당 세무사와의 미팅도 늘었다.

‘세금, 알아야 산다.’ 탈세제보로 홍역을 치른 A원장이 호된 세무조사를 받고 나서야 얻은 교훈였다.

국세청은 지난해 탈세 제보를 통해 모두 1조3211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또 차명계좌 신고를 통해서도 1159억원을 추징했다. 모두 이해관계자 등의 제보 내지 신고에 의해 추징된 세금이다.

지난해 국민 참여 탈세 감시 제도를 대폭 개편한 결과 과세 사각지대의 고질적이고 비정상적인 납세관행이 크게 정상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1월부터 탈세제보 포상금 한도액이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랐고 하반기부터는 지급률도 추징액의 2~5%에서 5~15%로 인상했으며 지급 기준도 종전 1억원 이상 세금 징수에서 5000만원 이상 징수로 완화됐다.

그 결과 지난해 탈세제보 건수는 1만8770건으로 전년도 1만1087건보다 69.3% 늘었고, 탈세 제보에 따른 추징액도 2012년 5224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조3211억원으로 152.9%나 급증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 같은 탈세제보포상금 한도 증액은 기업 내부자 등 실효성 있는 제보 급증으로 이어졌고, 제보에 대한 현장 확인 등 국세청 전담 직원의 치밀한 사전 분석으로 연결돼 과세 사각지대 탈세행위 적발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차명계좌 신고포상금제도 도입 첫해인 지난해는 거래 당사자를 비롯한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에 힘입어 고소득자영업자 등 차명계좌 8795건을 확보해 1159억원을 추징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이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시민 등 751명으로 구성해 운영하는 ‘바른세금 지킴이’로부터도 탈세제보 144건, 세원동향 80건, 국세행정 발전방안 102건 등 모두 377건의 자료를 받아 활용했다.

탈세제보에 대한 국세청과 시민들의 시각도 확연히 달라졌다. 비정상적 납세 관행 정상화는 정부 재원 조달 차원을 넘어 조세정의와 사회 투명성, 개인행복, 국민통합 등 우리 사회의 핵심가치와 밀접한 시대적 과제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제보나 고발에 대한 ‘좋지 않은 시각’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탈세제보가 자리 잡고 있는 결정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는 ‘첨단 분석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 정밀한 분석과 검증이 진행되고 각종 비교분석도 꼼꼼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정된 조사대상을 두고도 늘 ‘말’이 떠나지 않는 것이 세무조사다. 세무조사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사선정 기준은 언제나 납세자 관심목록의 첫 번째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탈세제보에 따른 세무조사는 조사선정을 두고 말이 없다. 조사대상자가 원인제공을 했기 때문이다.

탈세 제보는 주로 내부자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내용이 정확하고, 일반 세무조사로 찾기 어려운 세밀한 내용까지 송두리째 들춰낼 수 있어 확실한 성과를 보장받는 특징이 있다.

세무당국으로서는 조사선정에 따른 잡음이나 오해도 피하고, 무엇보다 조사 성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계속 진화시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포상금 규모도 획기적으로 올리고, ‘쉽고 편리하게’ 제보할 수 있도록 제보자 편의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제보에 따른 추징세액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세무당국이 설치해 놓은 ‘탈세감시 CCTV’는 그 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돼 있다. 사업자 바로 옆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면서 탈세의 흔적을 찾는 사람이 붙어 있다면 과장일까?

아무튼 탈세와 관련된 인식이 획기적으로 바뀌고 있고, 사업자 주변에는 ‘언제라도 제보할 수 있는’ 탈세감시자가 상주해 있다는 점도 부정해서는 안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섬뜩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

탈세제보 급증시대를 맞아 국세청 당국도 실적 제고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제보내용에 대한 검증과 납세자 피해방지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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