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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재벌, 그들만의 잔치'…눈물짓는 상장사 주주들
[심층]'재벌, 그들만의 잔치'…눈물짓는 상장사 주주들
  • 日刊 NTN
  • 승인 2014.04.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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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계열사 통한 거액 배당은 재산의 편법 증여로 경제민주화 사각지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재벌그룹 총수 일가들의 거액 배당잔치 행태가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에선 순손실을 기록하고도 무리해서 배당을 하거나 순이익의 10여배에 달하는 '폭탄배당'을 실시하기도 해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총수 일가가 주력 상장사가 올린 이익을 일감 몰아주기와 비상장사 배당으로 빼돌린 결과라며 하루속히 합리적인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총수 일가 '제 배 채우기'…편법 승계에도 악용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33대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사 1098개의 작년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총수와 친인척들은 적게는 1인당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의 배당을 챙겼다.

기업가치를 훼손해가면서까지 배당을 실시한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작년 92억원의 순손실을 낸 현대유엔아이는 적립금까지 끌어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장녀 정지이 전무에게 12억원과 2억원씩을 배당했다.

배당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기는커녕 자기 잇속만 챙겼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부영그룹 비상장사인 광영토건은 작년 순이익이 7억7천만원에 불과했지만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장남 이성훈 전무에게 100억원을 배당했다.

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액의 비율인 배당성향은 1,303.3%에 이르렀는데, 상장사 배당성향이 통상 20%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다분히 비정상적인 수치다.

조현준 효성 사장과 정몽익 KCC 사장에게 각각 44억원과 40억원을 배당한 효성투자개발과 코리아오토글라스도 배당금이 순이익보다 컸다.

전문가들은 총수 일가가 사익 편취나 재산의 편법 증여를 위해 금융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비상장사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기업정책실장은 "적자기업이나 부실기업에서 오너 일가가 배당을 많이 받아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며 "혹여 모기업이 비상장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줘서 생긴 이익을 (총수 일가가) 챙겼다면 이는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재벌들은 비상장사의 기업 정보가 잘 공개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자녀 등이 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뒤 배당을 한다"며 "부의 대물림을 위해 회사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재주는 곰이 넘고…" 상장사 주주들만 피해
총수 일가의 비상장사 배당잔치는 결국 상장사 주주의 피해로 귀결된다.

일감 몰아주기나 내부거래를 통해 주력 상장사에서 발생한 이익이 비상장사로 이전되고, 이를 거액 배당을 통해 총수 일가가 취하는 이른바 '터널링'이 발생하면 그만큼 해당 상장사의 기업 가치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재벌 총수들이 사익 추구를 위해 이익이 많이 나는 사업을 비상장사로 돌린 뒤 고액 배당을 챙기곤 한다"며 "주력 상장사 주주들이 가져갈 이익을 편취해 오너의 배를 불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자회사들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중견기업이나 강소기업들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점도 문제다. 일례로 현대차와 기아차에 자동차용 강판 등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인 삼우는 현대차그룹의 사돈기업이 된 지 10년만에 매출액이 50배 가까이 늘었다. 신용인 삼우 대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사돈지간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인 구본호씨가 대주주로 있는 해운·항공화물 운송업체 범한판토스도 매출의 상당 부분을 LG에 의존하고 있다.

이 부장은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경쟁입찰 구도를 조성해야 하는데 재벌들은 계열사 중심으로 일을 맡긴다"면서 "이 과정에서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책의 혜택이 오히려 재벌 계열사에게 돌아가는 부작용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관련법이 강화되는 추세이지만, 비상장사 거액 배당 문제와 관련해선 별다른 개선 조짐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상장사와 비상장사 간의 높은 내부 거래나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비상장사의 경영실적 공시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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