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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천수답 국세청의 선택
[칼럼] 천수답 국세청의 선택
  • 日刊 NTN
  • 승인 2014.04.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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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영 본지 주필

요즘 김덕중 국세청장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며 지켜보는 것은 국내 경기상황이다. 김 청장뿐만 아니라 국세청 간부들이 노심초사하며 애타게 쳐다보는 것 역시 국내 경기의 흐름이다.

앞으로도 계속 진화는 해야겠지만 국세행정 실무는 이제 틀이 잡혔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말썽 많던 국세청 내부기강도 나름대로 탄탄한 구조를 형성했다. 여기에다 국세청 인사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고, 깔끔한 조직문화까지 형성돼 한마디로 ‘걱정거리’가 획기적으로 줄어든 국세청이다. 

문제는 세수에서 불거진다. 지난해부터 국세청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는 세수문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최선을 다해 노력이야 하지만 들고 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세수는 경제성과의 성적표에 해당한다. 거래와 소득에서 창출되는 세금인 만큼 경기가 ‘팡팡’ 돌아야 세금이 제대로 걷힌다. 가라앉은 경기상황에서는 정부가 세수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 안타까운 상황에서 국세청이 ‘열심히 뛴’ 지난해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세금이 어떻게 걷히는지를 잘 설명해 주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벼농사를 짓지 못하고 농사를 망치는 천수답처럼, 경기가 돌아가지 않으면 세금은 방법이 없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그렇다. 기우제를 지낼 수도 없고, 관정을 뚫자고 여기저기 헤집고 다닐 수도 없다. 차라리 과학을 동원해 효과적으로 인공강우를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다. 특별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저수지’없이 짓는 논농사와 같다.
 

요즘 김덕중 청장의 행보에는 상당한 의미가 실려 있다. 중소기업인과 상공인들을 직접 만나 많은 것을 ‘내려놓고’ 있다. 열심히 사업에 임해 달라는 것을 강조하고 당부하는 내용의 골자다. 국세청장이 기업인들을 만나면 ‘세정에 협조해 달라’는 당부가 핵심인데 김 청장은 요즘 기업인들에게 ‘기업 활동에 협조하겠다’고 강조한다.

지난 주 대한상의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김 청장은 “조세는 법령상 규제에 속하지는 않지만 세정집행 현장에서 기업 활동에 부담을 준다면 이는 또 다른 규제로 인식될 수 있다”며 “상의와 합동으로 납세불편을 발굴해 국민이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원론적 의미지만 파격적인 인사말을 했다.

또 올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적극 뒷받침하기 위해 세정을 보다 세심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하면서 “지난해와 같이 기업들이 세무조사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경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세무조사 운영체계를 대폭 개선했다”며 상공인들을 ‘안심’시켰다,

국세청은 또 일정수준 이상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은 법인세 정기 세무조사 선정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고 더 많은 기업이 혜택을 받도록 일자리 창출 계획서 제출기한도 연장했다.

올 들어 국세청이 ‘기업활동에 협조하겠다’는 기조에서 추진하는 내용은 셀 수 없이 많다. 해외진출 기업을 위한 다양한 현지 지원체제를 마련하고, 중소기업 가업상속 지원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방안도 마련했다.

세금 걷겠다며 팔 걷어 부치고 해외현지 조사는 물론 중소기업인들의 상속·증여세 조사에도 불을 켜던 국세청이 올해 내미는 ‘따뜻한 손’의 의미는 무엇일까? 


 

국세청은 지난해 비가 내리지 않는 상황에서 농사를 짓는 것에 대한 한계를 실감했다. 여기저기 관정을 뚫고 물을 끌어 대느라 정신없었지만 결과는 피할 수 없는 흉작이었다. 여기저기 파헤쳐진 흔적도 남겼다.

어찌 보면 당연한 한계다. 우리나라 세법은 경제가 흐리면 세수는 볼 것도 없이 가뭄이 드는 체제다. 국세청이 작심하고 뛴다고 크게 달라질 것이 없는 상황이다.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경제는 심리’인데 경기가 잔뜩 흐린데 국세청이 뛰면 자칫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김덕중 국세청장이 올 들어 기업인들에게 ‘세금 걱정하지 말고 사업에 전념하세요’라며 세정지원을 적극 약속하는 것은 국정과제와 보조를 맞추고 ‘원천’을 살리기 위한 노력의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세청이 보다 신경을 써야할 대목은 ‘실질’에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뛰는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고, 세정지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구호로만 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보여 줘야 한다.

실제로 국세청 입장에서는 자의적으로 뭔가를 제공하기도 쉽지 않다. 너무 의욕적으로 걸음을 떼면 당연히 월권이고, 업무소홀이 된다.

기업들이 국세청에 정말 속 시원하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상식에 입각한 설명일 것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국세당국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주문과 함께 목표를 염두에 둔 ‘몰아넣기 식’ 행정에 마음이 많이 상해왔다.

적어도 이번 기회에 ‘불복해서 찾아 가세요’ 현상은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김 청장의 절실함처럼 실무에 임하는 국세공무원들의 ‘진심’이 묻어 있어야 한다. 납세기업들도 이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임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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