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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리스크' 대기업들 "비상경영체제로 위기 대응"
'총수 리스크' 대기업들 "비상경영체제로 위기 대응"
  • 日刊 NTN
  • 승인 2014.05.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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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선제적 3.0 전문경영 구축…한화 비상체제로 3억弗 조달
CJ 전략기획통 30명 협의체…효성 현장경영에 10% 프로젝트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일주일째 입원 중이지만 지금까지는 별다른 경영상 문제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너 건강문제가 그룹의 위기 요인이 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수뇌부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부분의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고 계열사 내부에서도 총수의 경영 공백을 그다지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는 삼성을 비롯한 재벌그룹의 경우 위기 극복을 위한 체계적인 비상경영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건강문제뿐 아니라 사법처리 등으로 총수의 경영 공백이 있는 대기업들은 저마다 나름의 비상경영체제를 갖추고 위기에 무난하게 대응하고 있다.

SK그룹의 수펙스, 한화의 비상경영위원회, CJ의 그룹경영위원회, 효성의 사업부별 책임경영체제 등이 이런 기능을 하는 시스템이다.

◇ 위원회 체제로 움직이는 SK 수펙스

'삼성에 시스템이 있다면 SK에는 수펙스가 있다'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이 횡령 등 혐의로 작년 1월 법정구속된 이후 현재까지 16개월째 수감 생활을 하는 SK그룹이 정상 가동되는 것은, 미리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uper Excellent'의 합성어인 수펙스는 목표치를 최대한 높게 설정할 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가설을 핵심으로 하는 SK의 경영기법이다.

여기서 파생된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텔레콤[017670], SK이노베이션[096770], SK C&C 등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 모임이다.

전략·글로벌성장·커뮤니케이션·윤리경영·인재육성·동반성장 등 6개 위원회를 산하에 두고 최고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한다.

SK는 2004년 양대 계열사인 SK㈜와 SK텔레콤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오너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이사회 중심의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를 도입한 뒤 2013년 새로운 3.0 운영체계를 본격 적용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권도 협의회에 넘겼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 1월부터 3.0 체제를 도입했고, 그달 31일 최 회장이 구속됐다"면서 "이후 오너 형제가 나란히 실형을 받았지만 선제적으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덕분에 큰 혼란을 피했다"고 말했다.

◇ 한화 비상경영委 투자·신규사업 결정까지

한화그룹은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그룹을 운영하며 김승연 회장의 경영 공백을 메우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신병 치료차 미국으로 떠났다가 이달 2일 귀국해 현재 서울 가회동 자택에 머물고 있다.

김 회장은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과 당뇨, 우울증 등을 앓아왔다.

한화측은 "김 회장이 치료에만 전념하고 당분간 경영에 복귀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화는 현재 비상경영위가 주축이 돼 대규모 투자와 신규 사업계획 수립, 주요 임원인사 등 주요 결정을 맡고 있고, 계열사 CEO들은 계열사별 주요 현안을 챙기고 있다.

최근 한화L&C는 건자재 사업부문 매각 추진을 발표했고, 한화케미칼은 글로벌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해 3억4천만 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또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에 이어 차남인 김동원씨가 최근 한화L&C 소속으로 그룹에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머지않아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 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 직에서 물러났지만, 최대 주주로서 그룹 경영에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이 조만간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한 뒤 일선 경영에 복귀할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 CJ 그룹경영委 중책…투자실적은 차질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작년 7월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이미경 부회장과 지주사 대표 등으로 구성된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하고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경영위원회는 그룹의 주요 현안을 심의, 결정하고 중장기 성장전략 및 사회기여 방안 등을 논의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이 회장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사실상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CJ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그룹경영위원회에는 현재 손 회장,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CJ주식회사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 4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매달 두 차례 이상 열리는 회의에서 일상적인 업무나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와 함께 각 계열사 차원에서 CEO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사 CEO들이 소신 있게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맡는다.

아울러 그룹 계열사의 사장단들이 매월 한차례 모이는 CEO 경영회의와 함께 계열사의 전략기획책임자 30여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도 구성했다.

CJ그룹은 이런 '시스템 경영'을 통해 이 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대표 상장주인 CJ제일제당의 주가도 이 회장 구속 이후 오르내림이 있었지만 32만7천원(15일 종가)으로 1년 전보다 10.4% 올랐다.

하지만 오너의 빈자리도 크게 느껴진다. 주요 신규사업 진출과 인수합병 등이 보류되며 지난해 투자금액은 애초 목표보다 낮은 2조6천억원에 그쳤다.

주요 계열사가 추진하던 인수합병(M&A)이 일부 좌절돼 당초 목표의 20%에 해당하는 6400억원의 투자 차질을 빚었다.

CJ제일제당이 추진해온 베트남과 중국 기업 M&A가 인수 전 단계에서 중단됐고, CJ프레시웨이의 중국·베트남 급식 시장 진출도 보류됐다.

대한통운의 미국과 인도 물류 업체 인수 건도 협상 단계에서 멈췄다.

CJ오쇼핑의 미국 홈쇼핑 업체 인수 계획도 일단 정지한 상태고, 올리브영의 중국 신규 출점도 애초 계획했던 10개에 미치지 못한 2개에 머물렀다.

올해 역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CJ그룹은 올해 공격적인 사업 확장보다는 경영안정성 강화와 수익성 위주의 경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2월 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 회장은 신장이식 수술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면역억제 치료를 받아오다 4월 30일 재판부가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재수감됐다.

◇ 효성·태광 '독립경영에 방점'

효성은 오너 리스크가 두드러진 대표적인 그룹 중 하나다.  79세인 조석래 회장은 고령인 데다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고 절제 수술을 받았다. 최근에는 지병인 심장 부정맥 증상이 심해진 데다 올해 초 전립선암까지 발견돼 치료를 받고 있다.

게다가 외환위기 때 발생한 대규모 부실을 감추고자 10년여간 89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올 1월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는 조 회장의 세 아들 가운데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후계자 경쟁 끝에 지난해 회사를 등진 뒤 보유했던 그룹 지주회사 ㈜효성 지분 7%를 전량 처분하는 바람에 오너의 지배력 약화를 초래했다.

효성은 이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자 지난달부터 그룹 전체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특히 사업부별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해 경영 외적인 변수로 인한 충격을 줄이는 데 치중하고 있다. 아울러 그룹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현장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전 임원의 출근 시간을 오전 7시30분으로 앞당기고, 비용 10% 절감과 매출 10% 확대를 목표로 하는 '미니맥스10'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3세 경영을 책임질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을 중심으로 틈틈이 자사주를 사들여 지배구조를 안정시켜나가고 있다.

◇태광그룹에도 회장 리스크가 있다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의 빈자리는 심재혁 태광산업 부회장이 메우고 있다.

심 부회장은 이 전 회장이 구속된 2012년 10월부터 태광그룹을 총괄해왔다.

1972년 GS칼텍스에 입사한 심 부회장은 LG 회장실 전무, LG텔레콤 부사장, 인터컨티넨탈호텔 사장, 레드캡투어 사장을 지내는 등 주로 LG 계열사에 몸담아왔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이 재임 시절에도 각 계열사가 독립경영을 했기 때문에 회사 운영에 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이 전 회장의 부재로 대규모 시설투자 등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전 회장은 간암 3기 판단을 받고 3년째 병원에 누워 있다. 간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채 수술을 받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 전 회장은 2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간암 치료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여러 차례 연장한 끝에 항소심 심리 도중 보석 허가를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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