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17:01 (화)
[가로세로] 피곤한 조세심판원 구하기
[가로세로] 피곤한 조세심판원 구하기
  • 日刊 NTN
  • 승인 2014.06.12 1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창영 본사 주필

요즘 조세심판원이 피곤하다. 그것도 아주 고단한 상태다.

세종시로 이전한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밀려드는 사건에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다. 이처럼 심판청구 사건이 급증하다보니 심판원 직원들은 업무 피로도를 적극 호소하고 있다. 근무환경도 서울시대와는 확연히 달라진데다 청구사건까지 몰리다보니 요즘 조세심판원에서 ‘서비스’ 얘기 꺼내기가 민망할 정도다.

여기에다 조세심판 청구를 낸 납세자(대리인)들도 심판에 임하는 자세가 과거와 달라졌다. 아주 적극적으로 의견진술을 하면서 나름대로 ‘납세자 방어권’을 행사하고 있다. 자연 시간과 품이 훨씬 더 많이 들게 마련이고 사건은 쌓여가고 있다.

실제로 심판청구 업무를 수행하는 세무사의 경우 납세자 의견진술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의뢰인을 만나 세종시까지 달려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웬만하면 하루를 까먹는’ 일정인 만큼 대충하고 돌아올 일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사건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고, 증빙도 꼼꼼하게 챙겨 적극적인 의견진술에 나서고 있다.

사건이 급증하고, 사건처리에 품이 많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서비스’가 부실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사건처리 기한이 늘어나는 것이다. 사건 접수하고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제대로 심리에 착수조차 하지 못한 사건이 한 둘이 아니다. 당연히 납세자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심판원 관계자들의 하소연도 일리는 있다. 심판원 개원 이후 인원증원은 거의 없었는데 사건은 넘쳐나고, 사건 처리절차는 더 까다로워졌다. 특히 지난해 국세청이 강경 세정을 펼치면서 상황은 심해지고 있다.

조세심판원이 이처럼 힘들게 돌아가자 거꾸로 국세청이나 세무사업계에서 ‘심판원 증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곤한 조세심판원이다.

문제는 조세심판원에서만 답을 찾는다면 찾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제가 있는 과세를 많이 하면 불복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국세청이 부과한 세금에 대해 납세자들이 불복한 규모가 모두 13조60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09년 총 5조3012억원이었던 불복 청구 금액이 2011년 10조원을 넘어섰고 2012년 13조3097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3조5889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조세심판원에 제기된 심판청구 가운데 국세청의 ‘부실과세’가 인정돼 세금이 조정되거나 재조사 처분이 난 경우는 심판청구 제기된 전체 5035건 중 1471건에 이르고 있다. 인용률이 31.7%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 2009부터 2012년 사이 인용률이 23.5%에서 26.4% 사이를 기록한 것에 비교한다면 지난해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선 것이다. 법원까지 간 행정소송에서 국세청이 패소한 비율도 13.5%로 최고점을 찍었다.

또한 정부가 세금과 과징금을 잘못 물려 소송을 제기한 개인과 법인에 돌려줘야 할 것으로 확실시되는 패소 충당금이 최소 1조745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1조147억원에 비해 1년 만에 무려 72%(7308억원) 폭증했다. 충당금은 정부 부처와 외청 가운데 국세청이 918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국세청은 보고 대상 기관 중 가장 많은 2933억원 늘어났다.

이런 현상은 박근혜 정부 들어 복지 분야 등 돈 쓸 곳이 많아져 지난해부터 세정을 대폭 강화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새 정부 출범 직후 지하경제 양성화와 경제민주화 바람 등으로 세무조사 등의 강도가 훨씬 세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재정확충을 위해 지난해 국세청이 징세활동을 크게 강화하면서 그 산물로 조세불복청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다분히 억울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간단하게 조세심판원 인력만 늘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과세권은 국가가 개별적인 반대급부 없이 국민을 대상으로 강제적으로 행사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엄정하고 공평하게 집행돼야 한다. 국가가 재정수입을 충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억울한 세금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과세권이 정당하게 유지될 수 있다.

세금은 공평이 생명이다. 공평에서 신뢰가 나오고 세법질서가 확립된다. 납세자 입장에서 본다면 부과된 세금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고, 결국 불복절차를 밟게 된다.

재정수입 확보를 위해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다양한 ‘불인정’을 확대 적용한다면 당연히 상응하는 반발이 나오기 마련이다. 반발은 곧바로 과세내용의 옳고 그름으로 따져진다. 지금 조세심판원이 바빠진 것은 지난해 국세행정 중점 4대 분야를 비롯해 강력한 세정을 전개한 영향이 크다.

납세자 불복이 크게 늘어난 이유와 불복 인용비율이 높아지는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납세자 불복은 단지 잘못된 세금을 돌려주는 일이 아니라 국세행정의 소중한 신뢰를 담보하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