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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원로세무사의 ‘지고지순 순백한 사랑’
어느 원로세무사의 ‘지고지순 순백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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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20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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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세무사, 투병중인 아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박정호 원로세무사가 거동이 불편한 아내의 간병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온 세월이 10년째다. 투병 중인 아내에 대한 애틋한 간병 이야기는 ‘지고지순 순백한 사랑’의 울림으로 회자 되어 세무사업계에는 잘 알려져 있다.

오는 8월31일이면 결혼 53주년을 맞는 박 원로세무사는 아내에게 간병 말고는 더 줄 것이 없어 목이 탄다.

아내 간병을 위해 여느 세무사들 보다 1시간 늦게, 2시간 빨리 출퇴근을 하는 박 세무사는 육체적 정신적인 간병생활을 10년째 한결 같이 해오면서 아내에게 바친 시와 사랑의 편지도 적지 않다.

순백한 사랑으로 절망을 이겨낸 그의 사랑의 힘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으로 다가온다. 아내에게 바친 애틋한 시와 사랑의 편지를 소개한다.

※ 필자는 “아내의 간병이 뭐가 대수냐”며 한사코 기사화를 반대한다. 하지만 가시버시 사랑의 실화는 동료, 후배 세무사님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아 지면을 할애했다. / 편집자 주


[시] 아직도 못다한 우리의 가시버시 이야기
- 결혼49주년에(2006년 8월31)

무덥고 긴 여름 뒤로 물러서고
산뜻하고 싸한 아침바람
가을을 몰고 우리 곁을 감싸 오네요.

죽고 살고 헤어짐을
그대와 함께 하리라 명세했었지.
내 그대 손을 잡고 함께 늙어 가리라.

우리가 백년가약을 맺던
49년전 그 날 아침햇살,
눈 시리게 청명한 쪽빛하늘을 어이 잊으리
철없던 풋풋한 사랑,
되새겨 보는 덧없는 그리움, 설움이 여라.

하늘에서는 비익조(比翼鳥)되고
땅에서는 연리지(連理枝)되어
슬픔과 기쁨, 괴로움, 즐거움
한몸처럼 함께 하리 다짐하며 살아 온
그대, 그리고 나.

우리의 가시버시 이야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인생은 一生이라 하던가

꿈과 사랑의 세월
어느덧 저만치 사위어 가고
미운 정 고운 정, 쌓인 가슴 어루며
나이 들어 같이 늙어 가는
자식들, 벗삼아 오순도순 살고지고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 내년으로 이어갈지?

사랑의 편지①

절망했던 순간, 그후 1년

겨울은 가고 봄이 옵니다.
양지바른 산골짝에는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고 버스길 언덕바지에는 노란 개나리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일년전 기억이 새삼스러워 떠오르는 감회를 옮겨 봅니다. 이 지음처럼 겨울바람이 지나고 산천에 연두 빛 봄기운이 돌 지음, 아내는 너무나 큰 병을 만나 강남 성모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응급환자실을 거쳐 201호실에 입원한지 하룻밤 지나 오후 들어 아내의 병세는 급전직하로 악화되어 3층 중환자실 병상신세가 되었습니다. 아직 중환자실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던 그날의 일을 어지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2001년 3월24일 토요일, 막내 철이가 떨리는 음성으로 “아버지, 큰일 났습니다. 어머니 병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침 회진시에는 폐염이라 하더니 차차 나빠져서 오후에는 심근경색이 왔다고 합니다. 빨리 와 보세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전화를 받고 나는 큰 쇠뭉치로 얻어맞은 듯 정신이 하나도 없이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려 불야불야 달려가 보니 생각보다 더 나빠진 상황이었고 아이들이 연락을 하여 아들과 딸네 내외가 속속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의식을 잃고 병상에 누운 아내의 맥박이 160까지 뛰고 혈압은 50이하로 떨어지는 절망직전의 긴박한 순간이 이어지는 그 암흑같은 시간에 울고불고 하며 젊은 수련의에게 매달려 아내를 살려달라고 “한달만이라도 더 살게 하여 주십시오”라며 애원한던 짧은 추억을 어찌 한시인들 잊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이렇게 글로 그날의 추억을 옮기는 일 자체만으로 나는 위안을 느낍니다. 아주 작은 행복, 신이 있다면 그분의 도움에 진정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지아비 정호가

사랑의 편지②

’내 곁에 당신이 있어’
- 2007.8.31 金婚기념일에

내 곁에 당신이 있어 금혼 기념일을 기쁘게 맞을 수 있구료.
오늘이 결혼 50주년 아침, 너무너무 감회가 쌓여 말로 다할 수 없네.

뜻밖에 부닥친 어려운 고비를 이겨 내면서 기어이 내 곁을 지켜 준 하나뿐인 당신이 진실로 고맙고 살가워 지긋이 눈물을 삼킵니다.
당신과 마주하며 한잔의 술로 50년 축배를 들면서 수많은 인생고비와 기쁘고 즐거웠던 아련한 우리만의 추억을 되새겨 봅시다. 어느 경우에도 우리는 희망과 꿈을 잃지 않고 사과나무를 가꾸며 살아온 부부였습니다.

이 크고 넓은 하늘아래, 우리 두 사람 천생연분으로 가시버시 되어 가진 것 없이 오직 애정과 희망만을 품고 열심히 살아온 세월. 저 넘어 만감이 복바치는 금혼일 아침, 생각하면 꿈 같은 자리입니다.

눈비 맞으며 만고풍상 지났으니 이제 행복한 세상 맞으려나…그런 꿈은 잠시이고 왜 이렇게 우리 두 사람 앞에는 어쩔 도리없는 시련이 앞을 막고 있을까? 공연히 속만 상하는 군요.

좋게 생각하면, 오늘 같은 날에 자식 손자 그득히 둘러리 받으며 큰 절과 흥에 겨운 頌壽祝酒 받아들고, “너희들 자랑스럽구나. 건강하고 착하고 사랑스런 너희들 참으로 고맙구나” 이렇게 감사와 보람으로 한껏 즐거운 시간을 누려야 할 당연한 행복이 우리에겐 과분한 그림이런가? 씁쓸한 이 마음, 우리의 복이 거기까지구나 나의 부덕함을 어쩌랴. 그래도 말이오, 아직 슬하에 험한 일과 큰 불행 안 겪고, 별 탈 없이 자손들이 우리 곁에 살아주는 것 만으로 흔치 않은 다행스러운 금혼부부라 말하고 싶소. 사랑이 있는 한 이 험한 세상, 어린 소녀일 때부터 집안을 일으켜보려 노심초사 고생하며 살아준 당신, 무슨 말로 위로해 드릴지 고마운 뜻을 어찌 다 전하리오.<중략>

여보, 저 세상 무턱까지 가다 되돌아와 내 곁을 지켜준 당신, 너무 고마워요.
‘멘탈리티가 안 살아난다’면서 밤새 고심하던 담당의사 마저 깜짝 놀라게 하며 의식불명 5일 만에 소행한 당신. “한 달만이라도 더 살다가게 해 달라”고 애원했던 나의 뜻을 받아준 소중한 사람, 매일 이별보다 아름다운 사랑으로 그리움을 전하오. 여보, 진심으로 사랑하오. 50주년 금혼일 아침에 지아비 정호가 적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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