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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금은 ‘세무사시대’
[칼럼] 지금은 ‘세무사시대’
  • 日刊 NTN
  • 승인 2014.07.2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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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주필


국세공무원으로 25년을 넘게 근무해 온 A조사관은 요즘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목전에 다가온 세무사시험을 준비하면서 그는 나이를 실감하고 있지만 이번 시험에 임하는 자세는 ‘절실함’ 그 자체다.

수험생 뺨칠 정도로 책과 씨름하며 매달리지만 불안감이 떠나지 않고 있다. 남들은 국세공무원 경력이 그 정도면 세무사 자격은 ‘덤’으로 따는 줄 알지만 실상 내용은 ‘영 아니올시다’이다. 오히려 그 나이에 아직 세무사 자격도 없다는 것이 A조사관의 평소 자격지심이었다. 이제는 더 미룰 상황도 아니다.

A씨가 이처럼 세무사를 열망하는 것은 ‘100세 시대’를 살면서 국세공무원 퇴직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A씨는 정년까지 근무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주변 환경이 늘 불안하기만 한데다 퇴직한 선배들은 한결같이 “퇴직하고 세무사 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것이 낫다”고 충고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전 같은 전관(前官) 환경이 사라진 지금의 상황에서는 세무사 자격을 딴다고 하더라도 정년퇴직하고 느릿느릿 세무사 사무소 차려서 될 일이 아니다.

나이 들면서 일선 세정 현장에도 마음 붙이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퇴직하고 나간다고 뾰족한 수도 없는 현실에서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카드는 ‘세무사’ 밖에 없다는 것이 A씨의 결론이다. 평생 국세공무원으로만 살아온 그로서 더 이상의 판단은 무리다.

이것이 A씨가 밤을 하얗게 밝히며 세무사 시험에 매달리는 이유다.
 


국세공무원 경력 20년을 넘긴 B조사관 역시 요즘 눈치 보며 공부하기에 여념이 없다. 휴가는 말할 것도 없고 가용한 모든 시간은 동원해 세무사 시험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B씨는 국세공무원으로 20년을 넘게 근무해 세무사 시험 1차가 면제되고, 2차 시험도 회계학 한 과목만 치르면 된다. 특별한 혜택을 받고 있지만 실상 세무사 자격 취득의 길은 역시 ‘좁은 문’이다.

얼핏 보기에는 자격을 주기 위한 특전 같지만 지난해 세무사시험 최종합격자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국세경력자 시험과목 면제자의 최종 합격률을 5.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응시자 최종합격률 7.6%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현행 세무사법 제5조의 2 ‘세무사 시험의 일부 면제’ 규정에 따르면 국세공무원 경력 10년 이상이면 1차 시험이 면제되고, 20년 이상이면 1차 시험 면제에 2차 과목면제 혜택이 부여되고 있다.

또 국세공무원 경력 10년 이상 중 5년 이상 사무관으로 근무한 경우 역시 1차 시험 면제에 2차 과목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2003년 12월31일 이전 재직한 사무관의 경우 요건이 갖춰지면 시험 없이 구법에 의해 자동으로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처럼 국세공무원에게는 세무사로 가는 길이 열려 있다. 열심히 현직에서 근무하고 틈틈이 공부에 열을 올리면 퇴직 후 세무사로 소위 ‘제2의 세무인생’을 걷는 길에는 큰 문제가 없는 구조다. 단지 ‘열공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현직 국세공무원 생활을 마지막까지 한 뒤 정년퇴직이나 명예퇴직 이후 세무사의 길을 걷는 것이 과거 추세였다면 요즘은 자격을 취득하고 여건이 갖춰지면 과감하게 세무사 개업의 길을 걷거나 세무법인의 파트너로 옮기는 것이 새로운 추세가 되고 있다.

국세공무원 간부들의 경우 대부분 50대 중후반에 현직을 나와 세무사의 길을 걷게 되는데 요즘 이 ‘시기’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마디로 어정쩡하다는 것이다. 자신은 한창 일할 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외부에서는 ‘늦었거나 너무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오로지 실무업무에만 뛰기에는 늦었고, 그렇다고 얼굴 내놓고 ‘울타리’ 역할만 하기에는 이르다는 평이다. 여기에다 최근 세무사 숫자는 크게 늘고 일거리는 답보상태여서 세무사 업계에서도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분명 블루오션이 아니고, ‘레드성 사업’이라는 말도 쉽게 나오고 있다.


이런 환경 제쳐두고 고참 국세공무원들이 이처럼 세무사에 열광하는 현상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자신의 인생을 설계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굳이 ‘관피아’와 연결시키지는 않더라도 현직에서 다루던 업무를 퇴직 후 입장이 바뀌어 전문자격사로서 다시 다룬다는 것에 대한 원론적 문제를 제기하는 주장도 있다.

여기에다 고참 국세공무원들이 거의 사생결단 식으로 세무사 시험에 몰입하면서 일선 세정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지만 달리 어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오직 국세공무원으로만 일해왔고, 퇴직 후 세무사를 하겠다며 저렇게 노력을 하는데 굳이 말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일선 세정 현장에서는 바쁜 일 제쳐두고 고참들의 승진시험과 세무사 시험 열기가 날씨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열광하는 수준’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일선 세정현장의 한 단면이고 현재로서 해석은 그냥 각자의 몫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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