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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 왕따사회의 과제
[세정칼럼] 왕따사회의 과제
  • 日刊 NTN
  • 승인 2014.08.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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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본사 논설위원
   

최근 국방부 일로 온 나라가 걱정이다. 고참병들이 후임 한 명을 왕따 놓고 폭행을 가하여 급기야 죽음에 이르게 했기 때문이다. 봄에 일어난 사고를 국방부는 쉬쉬하다가 군 인권위원회가 집요하게 문제를 삼자 비로소 일반에도 알려졌다는 거다.

대한의 아들이 나라 지키다 적에게 죽은 게 아니라 아군 선임 병사들에게 맞아 죽은 사실에 온 국민이 분개하고 있는데 정작 국방부 수뇌부에선 대국민 사과를 하면 과오를 자인하는 꼴이 되니 사과를 하면 되느니, 안되느니로 갑론을박만 하였다니 조직이기주의에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하기만 하다.

가혹행위가 영화보다 더 잔혹한 현실을 놓고 어느 중앙 일간지는 “우리는 악마를 보았다”라고 기사를 뽑고 있다. 학교, 병영, 사회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잔혹한 차별 사건이 터지니 이 사회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인간의 보편적 인권 보호에 취약한지를 우리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며칠 전에는 기획재정부에서 30년간 지속된 왕따 스토리가 보도되었다. 기사 제목은 이랬다. “기재부 30년 만에 비고시 출신 국장 임명”. 30년만에 7급 공채 출신인 이정도 인사과장을 국장급인 복권위원회 사무처장으로 임용하였다는 거다. 아는 이들은 익히 아는 일이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이런 사실이 뉴스거리였나 보다.

즉 기획재정부가 세상이 세 번이나 바뀔 동안 고시 출신들이 비고시 출신들을 철저히 왕따시키고 자기들끼리만 고위공무원 보직을 독식하였다는 거다. 구 재무부 출신 전직(前職) 원로들에 따르면 이런 전통(?)은 3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으며 복권위원회에 마련된 국장 자리치곤 초라하다는 지적이다.

자리야 어찌되었든 비고시 출신을 ‘국장급’에 임용한 걸 시작으로 앞으로 정부가 잘못된 인사관행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신호탄이 된다면 다행이라는 보도 논평이 붙긴 하였으나 이런 차별적 인사 관행은 거의 전 행정부처가 어슷비슷하다는 게 사정을 아는 이들의 진단이다.

고시 출신과 비고시 출신 간에 인사의 벽을 허물고 능력과 업무성과로만 평가하는 환경과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특단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언론마저 나서보지만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은 부처별 인사권자인 조직 수장의 철학이 어떠한가에 달린 일이라는 것이다. 사실 부처장들로서는 특정 집단을 견인하여 주고 떠나는 아름다운(?) 순환 고리를 깨서 구성원 통합적인 조직풍토를 배양하고, 신바람 나는 행정부처로 변신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부여 받는 셈이다.

인사권자가 채용, 학연, 지연에 매몰되어 ‘우리가 남이가’라는 소아(小兒)적 포지셔닝을 하면 그 조직은 건강성을 잃는다. 관료는 경제적 보상보다는 승진, 보직 등 비경제적 요소가 동기부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유럽을 본다. 동독과 서독이 합쳐졌다. 통일 자체도 부럽지만 더욱 부러운 것은 그 뒤의 사회 통합적 분위기다. 공산당원이었고, 여자이며, 정치와 인연이 먼 물리학 박사인 앙겔라 메르켈이 독일 정치의 정점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우연일까. 과연 우리가 북을 흡수통일하였는데 김일성 대학 박사인 공산당원 출신 여성을 대통령으로 모실 수 있을까.

미대륙에선 자메이카 흑인의 아들 콜린 파월이 육사도, 하나회 출신도 아닌 ROTC 출신으로 4성장군이 되고 그 것도 모자라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결국 그 뒤 아프리칸 아메리칸이 나와 주류를 뛰어 넘어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

이런 일들이 서로 무관해 보이지만 우리는 공통점을 본다. 잘 나가는 나라에서는 이런 일들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는 거고, 정치·사회적으로 차별을 지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외세까지 불러 들여 어렵사리 이룬 통일신라가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후삼국으로 갈라선다. 분열의 원인(遠因)은 백제와 고구려 출신을 철저히 차별하였기 때문이었다. 세월은 흘러도 별로 달라진 건 없다. 현재도 북과 남으로 분열 대치 중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리더들의 사회통합적 포지셔닝 실패로 겪는 비극이다.

우리는 합병된 은행들이 세월이 흘러도 합병 전 인맥간에 사사건건 대립하고 물리적으로만 한 은행이지 화학적으로는 서로 겉돌고 있다는 것을 안다. 구성원들조차 분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선진 한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사회통합적 포지셔닝이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인 것이다. 특히 리더들이 개인적 인연에 매몰되면 소수에겐 의리 있어 보이겠지만 공조직은 정실주의(cronyism)에 무너지고 만다.

2만여명의 거대한 몸집을 지닌 국세청의 99%가 비고시 구성원들이다. 그렇다면 본·지방청장 중 비고시 출신은 몇 명인지, 34명에 불과한 고위공무원단의 지역적 구성은 어떠한지, 인품과 능력이 출중한 인적자원이 제도적으로 사장(死藏)되어 오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이래 저래 곧 있을 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밝힐 인사 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세청을 사랑하는 전·현직들은 99%의 국세청 구성원이 더욱 열심히 일할 보다 희망찬 인사플랜을 기다린다. 모쪼록 아프락사스의 달걀을 줄탁하여 하늘로 비상할 새가 태어날 플랜을 가진 멋진 길잡이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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