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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짜 이야기] 우리나라 지폐의 얼굴들
[세짜 이야기] 우리나라 지폐의 얼굴들
  • 日刊 NTN
  • 승인 2014.08.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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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일회계법인 대표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우리나라 지폐는 천원, 오천원, 만원 그리고 오만원의 4종이다. 지폐의 인물 중 정치인으로 세종대왕만이 만원권에 올랐고, 다른 3종은 조선시대 유학자, 예술가를 올린 것이 특징이다. 미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7종 지폐에 5명의 대통령이 나오고, 다른 두 종의 지폐에도 정치인, 또는 국민의 멘토(100달러의 벤자민 프랭클린)가 등장하는 것과 대비된다.

나라마다, 지폐에 올린 인물을 보면 그 나라 역사와 문화, 국민성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지폐의 얼굴 중 세종대왕은 우리 반만년 역사에 가장 대표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어 그와 함께 등장하는 세 분 인물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이황(천원 권), 이이(오천원 권)는 동국 18현(東國18賢)의 중심인물

중화사상(中華思想)의 관점으로 한족 외에 변방의 나라, 국민을 오랑캐라 불렀지만 우리나라에는 儒, 彿, 禪 學問과 문화수준을 인정하여 경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신라시대 설총, 최치원, 고려시대 안향, 정몽주 그리고 조선시대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의 맥을 잇는 유학자가 이황, 이이이며, 그 후 계속 학맥을 이어간 김장생, 송시열 등을 동국18현(東國18賢)이라 불렀다.

우리나라 천원에 등장하는 이황(李滉·호 退溪 1501-1570)은 동방의 주자(朱子)로 불리는 성리학 대가로서, 조선시대 주류(선비)들의 덕목이자 리더쉽(修己-治人)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인물이다. 당시 선비들은 학문에 전념하여 성현의 도를 추앙하고, 국가경영 참여는 학문적 바탕을 두고 최소한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함을 몸소 실천하였다. 이황은 진사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나섰다. 단양군수, 풍기군수를 맡아 주세붕이 세운 소수서원을 부흥시켰는데, 모친의 뜻에 띠라 중앙정계에 오래 머물지 않고, 을사사화 이후 아예 낙향하여 도산서당(천원권 뒷면 겸재 정선의 그림)을 세우고 성리학 완성에 전념하였다. 그의 사후, 많은 제자들이 안동에 도산서원(陶山書院)을 세우고 조선시대 사림의 큰 주류인 퇴계(退溪)학파를 이루었다.

오천원 권 얼굴인 이이(李珥·호는 栗谷 1536-1584)는 아버지 덕수 이씨, 이원수와 유명한 신사임당의 3남으로 외가인 강릉(오천원권 전면 오죽헌 몽룡실 사진)에서 태어났다. 이이는 일찍이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는데, 어머니의 정성과 고향 파주의 백인걸이라는 대학자에게 학문을 사사 받아, 각종 시험에 9번 장원급제(壯元及第)하여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으로 불렸다.

중앙에 나가 여러 벼슬을 하면서 사회의 모순과 폐단을 바로잡는 경장(更張-改革)을 주장하고, 동서로 갈리는 파당의 해소에 노력하였다. 이이는 퇴계 이황과는 직접적인 사제관계는 없었다. 나이가 훨씬 많은 이황(35세 차이)을 아주 젊은 율곡(당시 22세)이 찾아와 처음 만났을 때, 유명한 천재가 직접 찾아와 준 것을 감사하였고, 둘은 서로의 학문의 깊이를 알고 평생을 존경하였다고 한다.

오 만원에는 신사임당(申師任堂)  

우리나라 지폐 중 일만원권(세종대왕)은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불편한 점이 많아 2007년 오만원권을 발행하였다. 이 지폐 얼굴로 우리나라 역대 여성 중 현모양처의 전형이자 여성 예술가로 인정받는 신사임당이 결정 되었다.

신사임당(본명 신인선·1504-1551년)은 고려 건국공신 신숭겸의 18대 손인 아버지 신명화의 다섯 딸 중 둘째로 태어났다. 아들 딸을 구분하지 않은, 시대를 뛰어넘는 아버지의 교육관으로 신사임당은 성리학을 배웠고, 타고난 재능으로 서화(書畵)를 마음껏 익힐 수 있었다. 무릇 여자는 세 명의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고 하는데, 신사임당의 이런 아버지가 첫 번째 남자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남자는 20년 동안 강릉의 처가살이를 하면서, 부인이 자유롭게 학문과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 남편 이원수이다.

덕분에 신사임당은 제2의 안견으로 비유되는 산수화, 특히 화초와 곤충(오천원 권의 후면 草蟲圖의 수박, 맨드라미, 개구리)을 실물과 똑같이 그린 대단한 문인의 반열에 올랐다. 세 번째 남자는 아들로, 바로 조선 중기의 유학자 겸 정치가인 율곡 이이다. 우리가 이름이라고 알고 있는 ‘신사임당’은 본명이 아니다. 자신의 역할 즉 딸, 처, 어머니로서 Role-Model을 주나라 주공의 어머니이자 문왕의 현숙한 부인인 태임(太任)을 본받아 배운다는 의미로 사임당(師任堂)을 호로 정하였다고 한다. 신사임당은 학문, 예술과 함께 모든 점에서 완벽하려고 노력한 본보기로 시대를 넘어 그 자신이 Role-Model이 되고 있다.

우리도 장래에는 큰 업적을 세운 대통령을 화폐의 얼굴로

젊은 세대들은 우리 역사는 물론, 유교를 바탕으로 한 정신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여 지폐 속 인물에 대해 이름은 알지언정 그들의 업적은  모르고 있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세종대왕(만원권) 이외에는 존경할 수 있는 정치인이 없는가 하는 자성을 해 보게 된다. 요즈음 국무총리, 장관 등 인사청문회 파동을 많이 보고 듣고 있다. 세종대왕이 살아 돌아온다 해도, 지금 같은 청문회는 통과가 쉽지 않을 거라 할 만큼 청문회 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국민성으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이것이 진전돼, ‘누가 뭘 잘 났어!? 알고 보면 다 그렇지’가 아닌가 싶다. 험난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정부를 세우고, 6.25 같은 국난을 극복하여 나라를 지킨 대통령과 불과 50년 동안 선진국 수준으로 경제 발전을 이끈 대통령도 있다. 아마도 이 인물을 화폐에 올리자는 얘기가 대두되면 지금 청문회보다 몇 배의 뜨거운 논의가 예상되고도 남는다.

앞으로 시간을 가지고 그들의 공적이 결점을 뛰어 넘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후세에는 지금 지폐의 유학자들과 나란히 조화를 이루어, 이런 인물들이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경제발전을 이룬 대통령이라고 알렸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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