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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카나리아의 교훈
[기고] 카나리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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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2.0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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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찬 훈 국세동우회 부회장·편집인

/에이스세무회계 대표 세무사
   
 
 
"베란다 작은 공간의 정원
금붕어 가족, 카나리아 한쌍
그들의 性은 나와같은 潘南 朴씨"

6년 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베란다 작은 공간에 정원을 만들었다. 바닥에는 실내 연못을 만들어 금붕어 열 마리를 입주시켰고, 천정 쪽으로는 새 둥지를 걸어 카나리아 한 쌍을 들여놓았다.

나는 이들에게 각각 이름을 붙여 주었는데 금붕어에게는 ‘붕조, 붕매, 붕부, 붕모, 붕일, 붕이, 붕삼, 붕사, 붕오, 붕육’ 붕짜돌림으로, 카나리아는 ‘카돌, 카순’으로 주민등록을 해줬다. 물론 그들의 성(性)은 나와 같은 반남(潘南) 박(朴)씨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금붕어와 카나리아는 아들·딸 출가해서 적적하던 우리부부에게 색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그런데 어찌 된 심판인지 이놈의 카나리아 한 쌍은 우리 집에 이사 온 그날부터 툭하면 싸워댔다. 특히, 남편 ‘카돌이’는 성질이 더럽고 사나워 마누라 ‘카심이’를 매일같이 윽박지르고 쪼아대며 구타했다.

온순하고 착해 보이는 ‘카순이’는 남편 앞에서 눈치를 보며 꼼짝달싹도 못했다.

카순이는 카돌이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가만히 내려와 허기를 채우곤 했다. 몰래 먹다 들키는 날에는 정말 난폭하게 두들겨 맞았다. 그래서 카심이의 머리윗부분은 항상 상처가 나있었다.

가정불화가 있을 때 마다 카심이는 “찍찍, 캑캑, 새 살려라(?)!”며 우리부부에게 구원을 청하며 울부짖었으나 어디 싸움말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허구한 날 그것도 부부싸움에 매번 끼어들기란 쉽지 않았다.

원래 카나리아란 놈은 노래 소리가 영롱하고 아름다운 것이 주특기인데 우리 집 그 녀석들은 싸움에 몰두한 나머지 음악이라는 것을 몰랐다.

우리 집에 온지 삼년 째 되는 어느 일요일, 카심이는 내가 새로 갈아준 물을 먼저 먹었다고 그 날도 카돌이에게 심하게 매를 맞고 있었다. 저 놈들 하는 짓이 너무도 한심스러워 나는 무시한 채 그냥 내버려두었다.

그들의 부부싸움은 한 시간 동안 계속되고서야 조용해졌다. 나는 이제 화해했구나 생각하며 그들이 즐겨먹는 삶은 계란 노른자위를 들고 둥지에 갔더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그렇게 난폭하던 카돌이가 목 부위가 두 동강 난체 죽어있었다. 폭행에 견디다 못한 카순이가 드디어 일을 저질러 버렸던 것이다.

남편 살해하고 과부가 된 카순이는 이튿날부터 특유의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 참회의 울음인지 해방의 기쁜 노래인지 알 수 없었다.
말 못하는 카나리아부부의 참담한 가정불화 결과를 보면서 나는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하나는, 집사람에게 잘하라는 것이다.
늙어 힘없을 때 집사람에게 눈치 보며 구박 당하지 않으려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마누라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랑의 저축을 해 두어야 한다는 반성을 해본다. ‘카돌이’처럼 마누라에게 맞아죽는 신세는 피하고 볼일이다.

다른 하나는, 응징은 단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6.25남침, 청와대폭파 기습,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 천안함 침몰에다 근래에는 연평도를 포격했다. 동족 살상의 만행을 당하면서 분노하고 있다. “몇 배로 보복한다!” 으름장만 놓고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카순이만도 못하다.

카순이가 가르쳐 준대로 하면 된다. 열 받을 필요 없다. 이러쿵 저러쿵 떠들 필요도 없다. 참고 견디며 차곡차곡 준비하고 조용히 실력을 쌓아야한다. 그래서 또다시 만행을 저지르면 그날이 바로 통일(統一)로 응징하는 날이 되게 해야 한다. 겨울추위가 본격화 되어가고 있는 12월 초, 카나리아가 주는 교훈을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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