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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금은 뇌물 제보시대
[칼럼] 지금은 뇌물 제보시대
  • 日刊 NTN
  • 승인 2014.10.1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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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영 본사 주필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세무조사 현장에서 은밀하게 봐주기 거래가 성사됐고, 그 뒤 뇌물이 오갔다. 아무도 모르는 완전범죄처럼 마무리 되는 듯했지만 사단은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뇌물을 받은 당사자가 택시를 탔고, 공여자와 통화를 하면서 세무조사 담당 국세공무원의 검은 거래 사실이 세상에 고개를 내밀었다. 공교롭게도 이 사실을 접한 택시운전기사가 이를 수사당국에 신고했고 이들의 은밀한 거래는 세상에 공개됐다. 한 편의 영화라기보다는 완전한 반전 드라마에 가깝다.

최근 들어 국세행정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 ‘탈세제보’다. 탈세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확연하게 달라졌고 크게 오른 포상금도 한 몫하고 있다. 탈세제보 포상금을 받는 제보자를 부러워하는 풍조도 생겼다.

자연스럽게 고발문화가 국민들 사이로 가깝게 파고들고 있다. 적어도 세금문제와 관련해서는 ‘그렇겠거니…’하고 지나치던 일들이 적극적으로 따져지는 추세다. 여기에 국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면 매사 냉정해지는 분위기도 가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고발을 적극 권장하는 제도가 이어지고 있고, 포상금으로 보상하는 추세는 확산되고 있다. 다소 확대하자면 분노한 국민들이 모두 CCTV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구도 예외가 없고, 기존의 권위와 질서는 ‘합리’를 전제로 재설정되고 있다.

있어서는 안될 ‘세무조사 뇌물’의 실체는 우리 사회의 이런 ‘대세’에 딱 걸린 단면이 됐다. 국세행정의 신뢰를 전제할 때 정말 생각할 대목이 많은 단적인 예가 된 것이다.

세무비리가 국세행정에 미치는 악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국민적 신뢰가 생명인 국세행정은 비리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국민이 믿지 않으면 세정은 없다. 아니 바로 설 수가 없다. 누구보다 이런 사실을 절감하는 사람이 임환수 국세청장이다. 임 청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신뢰를 강조하고, 세무비리 근절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바로 며칠 전 임 청장은 전국 세무관서의 핵심간부 49명을 국세공무원교육원으로 불러 ‘반부패 혁신 연찬회’를 열었다. 임 청장은 이 자리에서 “국세청이 청렴에서 자유로울 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우리가 일한 만큼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위 간부가 중심이 돼 반부패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 국세청이 겪었던 위기는 고위직의 부적절한 처신에서 비롯됐다고 전제하고 “간부가 바로 설 때 조직이 바로 선다는 생각으로 임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특히 세무조사와 관련된 비리를 효율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무분별한 저인망식 감찰활동에서 벗어나 감찰 정보를 토대로 문제가 되는 직원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강도 높은 감찰활동을 전개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조만간 국세청 기동감찰반을 설치해 서장급 이상 고위 관리자에 대해서도 감찰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아울러 효과적으로 부조리를 막기 위해 조사업체 관계자와의 사적 관계가 있을 경우 조사에 나서기 전에 신고하도록 하는 한편 고위관리자 연찬회 등 자성의 시간을 통해 청렴 의지를 지속적으로 다지도록 했다. 청렴 문화 조성에 앞장서는 모범직원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표창하기로 했다.

정확하게 상황을 짚었던 임 청장이 비위와 관련된 핵심내용을 지시했지만 이 내용이 일선 세정 현장에 전달되기도 전에 사건이 꼬리를 물었다. 임 청장이 간부를 챙기는 사이에 실무직원 선에서 문제가 터졌다. 하루가 멀다하게 터지는 세무비리를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국세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세청이 세무비리 근절을 위해 벌이는 노력은 눈물겨운 수준이다. 솔직히 동원하지 않은 방법이 없고, 정신교육에서부터 결의대회, 서명날인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 그런데도 고질적인 세무비리는 근절과는 거리가 멀다.

흔히 ‘2만명 직원 중에는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다’로 위안 아닌 위안을 스스로 하기도 하지만 설득력은 전혀 없다. 근절되지 않는 세무비리의 원인으로 다양한 분석이 대두되지만 현실적으로 ‘꼭 맞는 처방’은 찾지 못하고 있다. 원칙에 호소하고, 이해시키고, 환기시키고, 적발 강화하고, 드러나면 처벌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을 못 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속 내용은 외양과 사뭇 다르다. 간부를 챙기는 사이에 직원이 터지는 꼴이다. 현실적으로 뚜렷한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는 직원을 상대로 ‘사명감’이 먹힐 리 없다는 한숨도 나온다.

실제로 국세청 간부들은 골프채를 내려놓았지만 살벌한 경계를 뚫고 주말 골프를 즐기는 직원들은 상당하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국세행정에 치명타를 가하는 세무비리는 이제 관행으로 비리근절 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 또 구태의연한 호소형 방법에서 벗어나 달라진 시대상황을 제대로 반영한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세청과 국세행정의 운명이 걸렸다는 자세로 임해야 길을 찾을 수 있다.

세상은 지금 온통 CCTV 천국이고, 블랙박스가 날아다니고 있다. 제보가 넘쳐나고 파파라치가 전문직으로 자리 잡는 판이다.

더구나 공권력에 대한 관용은 더욱 엄격하게 따져지는 추세다. 시민들은 ‘국회의원이세요? 그런데요?’로 가볍게 받는다. 또 여기에 모두 적극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세청과 국세행정이 제 길을 가기 위해서는 세무비리와의 전쟁은 이제 불가피한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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