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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비틀대는 국가관세종합정보망사업
[기획] 비틀대는 국가관세종합정보망사업
  • 日刊 NTN
  • 승인 2014.10.3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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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LG CNS와 수의계약 왜 했나? 세피아 관련 의혹 제기
 

올해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1800억원 규모의 국가관세종합정보망(이하 국종망) 사업을 두고 당국과 정치권간 입장차이가 첨예하게 갈라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공정성 없는 업체선정기준 ▲관세청 퇴직 공무원의 로비 ▲업체 이권 다툼 등에 의해 멍들어 가고 있다고 질타하는 반면, 관세청에선 “성공적 사업수행을 위해 노력했으며, 자료 제출은 물론 해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비슷한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국가관세종합정보망사업(이하 국종망)이  출발 과정에 많은 의혹이 있지만, 관세청은 자료 제출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답변 역시 의혹 감추기에 급급했다.” 지난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의원(새정치민주연합)실이 낸 국정감사 사후보도자료를 통해 관세청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관세청이 ▲부정당업자 제재조치가 예상되는 LG CNS와 수의계약을 맺고 ▲계약 직전 업체 관계자들과 사전회의를 통해 입찰에 개입했으며 ▲관세청 퇴직자가 주축이 된 국종망 연합회 및 그 자회사 케이씨넷에 의해 국종망 사업을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재판결과 안 났다고 부정당 사업자 선정
국종망 사업은 무역 2조달러 시대에 대비해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 기존 노후화된 관세행정시스템을 대체하는 사업으로 총 1783억원이 투입되는 국내 최대규모의 SI사업 중 하나다. 지난해 시스템 설계·분석 1단계사업에 이어 올해 하드웨어와 SW 등 시스템을 구축하는 2단계 사업자로 LG CNS 컨소시엄을 선정, 현재 추진 중 있다. 하지만 LG CNS는 선정단계부터 물의를 빚어왔다. LG CNS는 2011년 12월 서울시 도로교통관리시스템 입찰담합 및 특허청 공무원 뇌물공여사건이 적발됐으며,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담합이 맞다며 확정판결을 받았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국가입찰에서 담합, 공무원 뇌물 등으로 적발된 업체는 일정 기간동안 국가 사업을 맡지 못하며, 조달청은 LG CNS 입찰참가를 제한하는 처분을 내렸다.

LG CNS는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의 차기 복권수탁사업자 선정과 국종망 2단계 사업자 선정이라는 굵직한 국가사업 입찰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재판 기간동안 이 사업들에 입찰할 수 있도록 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처분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가처분신청은 행위의 부당성과 무관하게 법적 요건만 맞으면 받아 들여진다. 실제로 지난 4월 인천도시철도 담합혐의로 공정위로부터 무더기 입찰제재를 받은 건설사 21개 중 18개 업체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았을 정도다.

그러자 기재부는 조달청에 LG CNS가 부적정 업체인지 제재여부가 재판에 의해 ‘확정’될 때까지 계약을 미뤘다 개시할 것을 요구했고, 조달청은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복권위와 관세청에 보냈다. 두 사업의 결과는 크게 달랐다. LG CNS는 복권위 사업에서 탈락됐지만, 관세청 국종망 2단계 사업에선 사업자로 선정됐다.

관세청 측은 “도덕적 정당성은 떨어진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법원으로부터 입찰자격 제재처분정지 효력이 발생된 후 LG CNS를 사업자로 선정해 법리적 하자가 없다”며 “입찰자를 뽑는 하는 기관은 관세청이 아닌 조달청이기에 관세청과도 무관하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한 “2단계 사업을 추진할 규모와 능력을 갖춘 회사는 LG CNS뿐이었으며, 입찰에 응하는 회사 역시 없었다”며 “사업을 미루면 LG CNS와 연관된 하청업체들마저 큰 곤란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관세청은 "계약직전 사전회의를 진행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국회에서 LG CNS의 ‘가격 후려치기’로 중소기업의 사업 참여가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할 수 있도록 권고함에 따라 우리청은 대기업인 LG CNS에게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해 줄 것을 요청하고, 사업참여를 권고하기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관세청 퇴직공무원이 사업을 좌지우지한다는 것도 전혀 근거가 없으며, 현재 국종망 연합회는 사업에 참여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세청이 말하는 절차적 정당성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기준에 불과하다. 정부기관이 조달청에 사업자 선정 의뢰를 할 때는 어떤 업체가 적합한지 기준을 제시하고, 조달청은 그에 맞춰 기업을 뽑는다. 공공사업에서 뇌물과 담합을 저지른 LG CNS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자, 복권위는 입찰자 선정기준에 ‘도덕성 및 사회적 신용’ 항목을 넣었지만, 관세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1400억 짜리 ‘을’
관세청이 LG CNS를 지목한 데엔 이유가 있다. 사업이 미뤄지면 국종망 사업은 사업지연에 따른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종망 2단계 사업 1차 입찰 단계에서 입찰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관세청이 지난 3월 8일, 국종망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관세청 고위 공무원과 국종망 사업관련 업체관련자들을 소집해 사전 회의를 연 건 이런 배경에서다.

박광온 의원은 이는 명백한 담합조장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계약법은 ‘발주하는 공공기관이 업체까지 뽑으면 업계와 유착이 생길 수 있기에 중간에 조달청에게 사업선정을 맡기는 것’을 대전제로 한다. 원칙상 발주 기관은 조달청에 한 번 맡긴 사업 관련 입찰과 관여하면 안 된다.

관세청은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1차 무응찰 후 삼성, SK, LG 등 국내 주요 SI업체를 찾아다니며 입찰을 독려했지만, 2차 입찰에 와서도 적정사업자가 나타날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관세청은 “다른 기관에서도 무응찰이 우려될 시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입찰을 독려하는 것으로 안다”며 “만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고 전했다.

박 의원실 측은 사전회의에 대해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관세청의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산업 독과점 현상이 심해 각 국 정부에선 공정거래 관련 법안과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공적, 사적을 막론하고 업계 관계자들이 만나는 것은 터부시되며 불가피하게 만나더라도 회사 측에 사전승인, 사후보고 등 물적증거를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담합 의혹을 피할 수 없고, 당국으로부터 강력한 추궁을 받는다.

결국 2차 입찰에 LG CNS가 참여했으나, 단독입찰로 유찰되고 3차 입찰은 수의계약으로 추진돼 LG CNS가 최종선정됐다.

국내 기업외엔 대안이 없었을까. 이 사업은 해외사업자의 참여 제한된 사업이 아니었다. 언어나 환경, 환율 등의 제약이 있긴 해도 이 사업은 2단계에서만 1400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나 정부, 국회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아무래도 국가기관 전산망 구축 작업인만큼 해외기업에 맡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스템통합 부문 자체가 고부가가치가 아니다 보니 외국기업들은 주로 컨설팅이나 솔루션 쪽에 몰린다.

지난해 소프트웨어 진흥법 개정으로 대기업 참여제한조치가 시행됐으나, 미래창조과학부 자료에 따르면, 외국기업이 설립한 국내법인의 공공정보화사업 수주액은 전체의 1%대 초반, 100~300억원대에 불과했다.

퇴직 고위공무원이 사업 개입 의혹 
문제는 비좁은 국내 산업환경에만 있었을까. 박 의원실 측은 또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여당 유력의원 모 보좌관은 백운찬 전 관세청장과 김낙회 현 청장에게 국종망 2단계사업 문제점 관련 문건을 전달했다. 이 ‘보좌관 문건’엔 ‘1단계 사업 당시 LG CNS는 총사업비 225억원 중 88억원을 할당받았으나, 25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는데 관세청과 케이씨넷(KC NET)의 요구로 적자를 떠안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2단계 사업에서도 케이씨넷이 이익을 몰아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혀 있다.

케이씨넷은 직원 80여명의 회사로 LG CNS와 비교할 만한 회사는 아니다. 단 케이씨넷은 관세청이 국종망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재단법인인 국가관세종합정보망연합회(이하 국종망 연합회)가 2010년 4월 세운 자회사란 점에서 무시할 수 없었다.

박 의원실은 국종망 연합회 자회사인 케이씨넷이 관세청 퇴직 고위공무원이란 배경을 등에 업고, 사업추진 및 하청업체 선정 등을 좌지우지하며 관세청과의 유착비리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국종망 사업 관련 LG CNS 컨소시엄에 참여한 케이씨넷은 올해 2월 24일 SI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업 연계솔루션 성능시험검사(BMT: 벤치마킹테스트)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케이씨넷 측 BMT 담당이사 조모 상무는 세무대 6기 출신의 관세청 공무원 출신이었다. 업체들이 밤낮으로 준비하던 중 3월 3일 오후 9시 30분께 케이씨넷은 ‘3월 4일 오전 10시까지 BMT관련 추가자료접수를 마감한다’고 통보했다.

업체들은 제대로 준비할 수 없었고, 사전에 케이씨넷이 업체를 선정해 뒀다며 반발을 제기했다. 하지만 업체들의 반발을 막을 수 없었으며, 언론에까지 문제가 제기되자 해당 건을 지휘하던 조 상무는 결국 퇴직했다.

이 일은 하나의 단면이지만, 국종망 사업 관련 관세청 출신 세피아가 얽혀 있음을 짐작케 한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국종망 사업 관련 관세청이 위법한 행동을 했다거나, 혹은 담합이나 뇌물을 받았다고 밝혀진 사실은 아직까지 드러난 바 없다. 하지만 1400억원대 발주자인 관세청이 LG CNS에 부탁한 점, 관세청 퇴직 고위공무원으로 구성된 조직과 그 자회사가 국종망 사업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은 정황상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열심히 본분을 다하려 했을 뿐이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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