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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눈] 지방청장은 공직생활의 무덤(?)
[현장의 눈] 지방청장은 공직생활의 무덤(?)
  • 이재환 기자
  • 승인 2014.12.10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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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환 본사 대구지역본부장

갑오년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해마다 이 맘 때면 세정가는 ‘떠나는 자가 누구인지, 새로 부임하는 자는 어떤 사람’이라는 소위 하마평이 무성합니다.

‘올해 세수가 어떤지, 내년 경제상황은 어떠할 지, 그래서 내년에는 국세청이 이러이러한 곳에 역량을 쏟아야 되지 않겠느냐’하는 걱정과 예측을 하는 세무공무원이 절대 다수이겠지만, 인지상정 상 고위직이나 하위직을 불문하고 인사 문제에 관심이 먼저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지방국세청장에 대한 하마평 또한 이 시기에 등장하는 최고의 관심사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에도 벌써 중부·대전·대구국세청장이 전격 명퇴를 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벌써 '후임엔 누가 온다카더라'는 각종 인사 시나리오가 무성합니다.

사실 ‘지방’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지만 1급청인 서울과 중부지방국세청은 이 글자가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세정가 사람들은 지방국세청이라 하면 대전·광주·대구·부산청을 떠 올리곤 합니다. 그러나 부산청이 1급청으로 격상되고, 대전청 인근의 세종시로 국세청이 옮기기로 함에 따라 이제 ‘지방’이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지방국세청은 대구와 광주청만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두 지방청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세수규모나 종사직원수 등등. 예외는 있지만 이들 지역에 연고 있는 인사들이 지방청장으로 내려온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바로 거기에서 ‘이임’이 아니고 ‘명예’라는 수식어를 붙여 ‘퇴임’한다는 것도 거의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들 지역에서 나오는 하마평을 보면 서울청이나 중부청장에 대한 예측의 근거와 ,다소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나이입니다. 지역에 연고 즉 지연, 학연 등이 있는 지에 더해 나이가 몇 살인지가 예측의 주요 지표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후임 대구청장에 누가 과연 올 것인지에 관한 하마평엔 ‘작년엔 56년생이 왔으니 올해는 57년생이 올 차례’라는 식의 근거를 대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여기가 공직생활의 마지막’이라는 인식이 지방청에 종사하는 직원들이나 세정가 주변 사람들에게 꽤 공감을 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요.

흔히 지방국세청장을 하려면 ‘본청 국장이나 서울청 국장 등 참모로서 속이 시커멓게 변해 재가 될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경륜이 쌓이고 세월이 가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고생에 대한 보상이라는 느낌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퇴직이 가까워져서야 지방청장으로 가게 되고, 자연 그 자리에서 퇴임을 하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겪은 경험과 노하우, 재임기간 동안 파악한 지방기업들의 사정 등이 이들의 퇴임과 동시에 바로 소멸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을 만듭니다. 아니, 이들이 다시 본청 국장이나 고위직으로 승승장구해 나중에 자신이 근무한 지방청의 애로사항 등을 잘 반영하지 않을까하는 최소한의 기대감마저 아예 차단해 버립니다.

지방청 종사직원들은 물론이고 지역의 기업인들조차 이러한 국세청의 인사관행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해묵은 차별의식 관점이 아닌 이제 임계점에 다다른 지방청장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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