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0:17 (목)
[稅談世談]명분 잃어가는 순환보직
[稅談世談]명분 잃어가는 순환보직
  • kukse
  • 승인 2011.12.31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金鍾奎 본사 발행인실 미디어총괄 선임기자
   
 
 
名分보다 實利가 오히려 합목적적일 수도…함께 고민할 때
유리알처럼 투명해진 지금에 와서도 순환 週期인사 ‘무슨 의미’
세무서 기피과 순위= 소득·부가·조사·재산·법인順 性向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산까지는 아니더라도 강은 변한 듯한 요즘이다. 세월이 유수(流水)같다더니 눈 깜짝할 사이이다. 제아무리 효험있는 제도라 해도 안팎으로 여건이 바뀌다 보니 손볼 내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공무원이 한 자리에 오래 있다 보면 비리 발생소지가 다분해질 수밖에 없는 게 인지상정이다. 공직사회의 일반화된 인식이다. 기간을 정해 놓고 주기적으로 자리를 옮겨 놓아 비리와 유착관계를 원천차단하자는 장치로 등장한 순환보직제가 그래서 특효약처럼 쓰여 왔다.

공무원 인사원칙 중 하나인데, 시행 초기에는 비상한 관심사였다. 시대변천사와 더불어 회의적인 측면이 부각되면서 별 의미 없는 인사보직제도로 내몰리고 있는 느낌이 짙어 간다.

나랏일이 명분론에 밀려 버리면 현실적 괴리감은 그만큼 크다. 실리(實利)를 앞세우다 보면 명분이 희석되게 되니 상호보완관계가 답일 수밖에 없다. 국세청이 끈질기게 존속시키고 있는 순환보직제가 요즘 들어 시큰둥한 분위기이다.

가장 멋스럽게 휘두른 순환보직 인사는 역시 고재일 전 청장 때다. 확인행정의 명수로 알려졌지만 그 실은 자리바꿈 기초자료 체크가 주목적이었다는 게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어느 전직 고위공무원의 회고담이다.

국세청 수뇌부들의 얼룩진 행각 탓에 분노와 억측이 뒤범벅 된지 오래다. 일선집행관서에서는 복무 자세와 관련한 또 다른 억측이 시선을 끌고 있어 ‘위아래 불문곡절(不問曲折)’인 상황이다. 지난 10년간 징계처분 받은 직원만 해도 7백90여명이나 된다는데 6~7급 조사관에 그 비율이 집중돼 있다고 하니 가히 ‘직급불문’이다.

거개가 세무조사와 관련한 비리유착 고리 끊기가 국세청의 순환보직 인사핵심 포인트다. 길게는 3~5년 기간을 주기로 하다가, 이현동 국세청장 때부터는 세무서장 등 관리자급은 1년, 6~9급 등 조사관들은 2년 주기로 순환전보 인사기간으로 대못 박듯 꽂아 놓았다.

그것도 자그마치 60~70% 수준까지 자리바꿈을 강행하다보니 현업관서 민원창구에서는 혼돈이 일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인수인계 메뉴얼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풀어야할 과제중의 하나다.

“10년 사이에 이렇게 변했다”고 지적하는 어느 세무서장은 “서장실이 창살 없는 침묵의 공간처럼 변했다”고 야릇한 미소를 머금는다. 명색이 세무서장이 관내 고액납세자와 일면식이 없을 정도이니 그간의 서장직급에 대한 메가톤급 압박관리 수준을 짐작케 한다.

게다가 근래 법제화된 전관예우금지법 발효는 더 큰 투명성을 가속화시킨 거나 다름없다는 게 세정가의 싸늘한 반응이다. 이 법을 어기면 간접뇌물죄를 적용당하기 때문에 바로 구속이라서 그간 미덕(美德)으로만 알고 챙겨왔던 ‘정을 담은 도움(?)’은 이제 한낱 미화된 환상일 뿐이다.

본청 근무를 5~6년간 하다가 승진도 포기하고 얼마 전 어느 세무서 재산세과장으로 연고지희망 전보된 어느 사무관은 집 근처에서 출퇴근하니 건강도 좋아졌단다. “공복의 자세는 조금 흔들렸을지 모르지만 승진포기가 승진대열에서 낙오자가 된 게 아닌 점을 뒤늦게 깨닫게 됐다”고 뼈있는 일침(一針)이다.

일련의 변모된 세무관공서에 대한 이미지 변신 결과는 세정업무를 바라보는 구성원들의 시각조차 바꾸어 놓고 말았다. 7~9급 조사관들의 과(課) 희망 성향이 예전 같지가 않다. 세무서의 일명 기피과(課) 1순위가 소득세과이고 그다음이 부가세과 조사과 재산세과 법인세과 순으로 흐르고 있는 것도 이변이다. 전자세정 측면에서 보면 당연한 현상이지만, 너무나 민감한 반응 또한 문제다.

53년생으로 올 하반기 명퇴 예정된 서기관 이상은 차치하고서라도 어느 세무서의 경우는 홍 모 조사과장이 퇴직신청을 마쳤고 재산세계장과 납보관실 계장 등 3명이나 떠난다. 이들은 명퇴가 아닌 용퇴다. 더 이상 에너지를 충전해야할 필요성을 잃었다는 게 비공식 용퇴사유다.

어느 세무서 과장은 “잘못 들어 왔다”고 국세청 전입을 자탄하는 모습이 뭣을 의미하는 건지 그 속내까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오늘날의 ‘세무공무원의 자화상’을 살짝 비춰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조금은 쫌스럽다고 비아냥거릴지 모르지만, 에너지절감 경비절감까지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게 요즘 세정가 실정이다.

재료값이 비싼 커피보다 녹차를 선택할 만큼 차 한 잔에도 원가를 따질 정도로 변모된 국세청구성원들이 돼버렸다. ‘유리알 같이 투명해졌다’고 이구동성 숨죽이고 뛰는 상황이 일선관서 현장속의 진풍경으로 변했다. 이 지경까지 온 지금에 와서도 직급별로 기간을 정해 놓고 주기적 순환보직 인사를 강행함이 마땅한지 새겨보고 싶다.

자리바꿈이 능사만은 아니다. 그것도 70%대 수준까지 말이다. 명분보다 실리가 오히려 합목적적일 수도 있다. 주기적으로 ‘자리 옮김’이 오히려 전문가 양성측면과 정면 배치된다는 점을 함께 고민할 때가 왔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