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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시사칼럼] ‘버핏세’의 허와 실 (하)
[특별 시사칼럼] ‘버핏세’의 허와 실 (하)
  • kukse
  • 승인 2011.12.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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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수 세무학박사
   
 
 
거부 Warren Buffet(워렌버핏)이 부자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야 한다는 제안을 하자 미국사회에서 이 제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참으로 재미있는 것은 버핏이 미국에서 언급한 증세주장이 여과 없이 한국에서도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본이득 과세’방안에 대해 정부 측의 입장은 세계가 경제위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로선 논의대상이 아니다 라는 단호한 입장이다.
이에 국세신문은 국세조세 전문가 한성수 세무학 박사(세무법인 가덕 국제부대표)로부터 특별 기고를 받아 ‘버핏세’논쟁의 쟁점과제 등을 상, 중, 하로 나눠 연재한다. /편집자 주

1949년 세법을 처음 도입할 시기에는 조세행정시스템의 미비로 조세제도를 간단하게 운영할 필요성이 있었겠으나, 지금과 같이 경제활동이 다양해지고 복잡·다양한 국제거래가 크게 증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거래가 발생할 때 마다 이를 포착하여 법제화한 후 과세권을 행사하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발상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과세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의 소득세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연방소득세법은 포괄주의 과세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연방소득세법 제61조는 납세자의 총 소득은 모든 원천으로부터의 소득(all income from whatever source derived)을 의미한다고 규정하여, 소득의 원천이 무엇이던 연방소득세법이 달리 규정하지 않는 한 납세자는 모든 소득을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다만 조세정책상 연방소득세법이 소득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들이 있는데, 근로자에게 지불되는 일정액의 교통비,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일정액의 이사 비용, 복리후생비, 부상 등으로 인하여 지급되는 보상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연방소득세법 제61조와 관련된 미국의 판례(Cesarini v. U.S.)를 간단하게 소개한다. 원고는 1957년 경매를 통해 중고피아노를 15달러에 구입했고, 1964년 어느 날 피아노를 청소하면서 당시 4,467달러의 가치가 있는 옛날 돈을 발견했다. 원고는 은행에서 옛날 돈을 4,467달러와 교환한 후, 동 금액을 정부에 소득으로 신고하였다.
이후 1965년 10월 원고는 세무서에 제출한 수정신고(修正申告)를 통해, 1964년의 소득세 신고가 잘못되었으니 총소득에서 4,467달러를 공제하고 그와 관련된 세금 836달러를 환급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원은 이 금액은 원고의 소득이므로 납세자(원고)는 환급을 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납세자는 다음 세 가지 쟁점을 근거로 하여 환급을 신청했다. 첫째, 피아노 속에서 발견된 4,467달러는 연방소득세법 제61조의 총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 둘째, 비록 이 돈이 소득이 된다 할지라도 이 피아노는 1957년에 발견된 것이기 때문에 동 소득은 1957년도의 소득으로 1964년에는 이미 국가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 3년이 경과하였으므로 국가는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셋째, 설사 이 돈이 1964년의 소득이라고 해도 그 돈은 총소득이 아닌 자본이익(Capital Gain)에 해당된다. 이 세 가지 중 논점과 관련이 있는 첫 번째 항목에 대해서만 설명한다.

미국의 연방소득세법 제61조는 소득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이 세법에서 달리 규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총 소득은 ‘다음 소득을 포함하여 그러나 이 소득에 제한되지 않고' 모든 원천으로부터의 소득을 의미한다. (1) 용역에 대한 보상… (2) 사업소득, (3) 자산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 (4) 이자, (5) 집세, (6) 사용료, (7) 배당, (8) 위자료 등, (9) 개인연금, (10) 보험 등의 소득, (11) 정부연금, (12) 채무면제익, (13) 공동사업자에 대한 배당금, (14) 사망한 자의 재산에서 발생하는 소득, (15) 재산 및 신탁의 권리에 발생하는 소득"

원고는 피아노에서 발견된 돈이 위의 15개 항목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소득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법원은 비록 제61조가 구체적인 소득의 종류를 열거하고 있으나 이는 예시적인 것이고, “다음 소득을 포함하여 그러나 이 소득에 제한되지 않고"라는 문구가 설명하는 것처럼 총소득은 이에 한정되지 않으며, 납세의무자는 법이 명시적으로 소득이 아니라고 하지 않는 한 모든 소득을 신고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미국세청 예규와 1954년 연방소득세법 제74조와 제102조를 들어 자기의 주장을 정당화하려고 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 판결로 연방소득세법 제61조의『총소득』은 모든 원천으로부터의 소득을 포함한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미국의 포괄주의 과세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소득이 있는 납세자는 동일한 세금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과세의 형평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세법이 열거주의가 아닌 포괄주의 과세를 채택하고 있다고 하여, 이러한 세법의 규정이 조세법률주의(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 principle)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소득세법은 열거주의, 법인세법은 순자산증가설에 기초하고 있지만, 법인세법이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열거주의를 취할 것인지 포괄주의를 취할 것인지는 과세방법상의 차이에 불과할 뿐, 국민이 선출한 의원으로 구성되는 국회가 합헌적으로 세법을 제정한 이상 둘 다 합법적인 법률에 해당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소득이 계속하여 나타나고 있고, 세원포착방법이 과학화 되어가고 있으며, 국제거래를 둘러싼 국가간 과세권 형평이 점점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세법의 불비로 특정소득을 과세하지 못해 납세자간 과세의 형평이 파괴되는 것은 큰 문제점이다. 더 나아가 다른 나라는 포괄주의 과세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한국은 열거주의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국제조세분야에서 스스로 과세권을 포기하는 것도 개선이 필요한 시급한 사안이다. 따라서 환경의 변화에 부응하여 과세방식의 통일성을 기하고 과세의 형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득세 과세에 있어서 열거주의 방식에서 탈피하여 포괄주의 과세방식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6.25의 폐허를 극복하고 60여 년 만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적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다. 우리 국민의 근면성과 열성적인 교육열이 그 바탕이 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빈약한 천연자원, 남북으로 분단된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경제발전을 이루어야 했으니 모든 국민이 겪은 고통은 그렇지 않은 국가의 국민들보다 더 컸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 많은 사람이 생존하여야 하니 경쟁은 필수적인 것이 되었고 치열한 경쟁 속에 처지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경쟁보다 복지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여론도 조성되고 있다. 헌법이 추구하는 국민복리의 원리상 경쟁에서 소외된 계층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고 국민복리를 증진시키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국가경쟁력과 복지를 균형 있게 조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계속적인 국가발전이 보장된다. 그런데 선진국에 진입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복지 포플리즘(populism)에 빠지게 되면 지금 많은 나라가 겪고 있는 같은 유형의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과거 우리국민이 근면한 생활을 통해 이룩한 경제발전의 성과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어야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국가가 될 수 있고 복지도 계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경쟁의 원리가 지속되어야 한다. 공산주의의 몰락은 경쟁원리의 필요성을 우리에게 잘 설명하고 있다.

표만을 의식하여 복지를 향상시킨다는 명분 하에 불합리한 과세방안을 도입하거나 가진 자의 재산을 불합리하게 강제로 징수하여 경쟁의 원리를 저해하게 되면, 종국에는 국가발전도 복지도 달성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세정책을 수립·집행하는 정부는 동전의 양면을 모두 고려하여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그리고 증세를 논하기 전에 모든 국민의 피와 땀의 결정체인 소중한 세금이 부실하게 집행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면밀하게 연구·검토하여 부실하고 불합리한 예산집행을 차단하는 것이 시급한 선결과제가 되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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