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2:10 (금)
[稅政칼럼] 잘못 짚은 버핏 부자
[稅政칼럼] 잘못 짚은 버핏 부자
  • kukse
  • 승인 2012.01.06 0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金鎭雄本紙 論說委員
   
 
 
“한국판 버핏세 통과!” 송구영신의 덕담을 주고 받아야 할 새해 아침을 강타한 뉴스 제목이다. 2011년의 마지막 밤 국회 본회의에서 ‘부자증세’라는 명분 아래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안이 기습 통과된 것이다.

소득세 과세표준이 3억원을 초과하는 개인은 부자로 분류하여 기존 최고세율인 35%보다 더 높은 38%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 한국판 버핏세의 골자이다.
하면 워렌 버핏은 과연 (인적공제 등을 뺀 금액이긴 하나 그리 큰 금액이 아니므로 간편하게 말하자면) 3억 정도를 버는 소득자 이상을 타깃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부르짖었던 것일까?

이름 잘 짓는 우리 언론이 명명한 한국판 버핏세의 내용을 보면 개인이 무슨 돈을 벌던 일단 3억 이상 벌면 그 간 내던 세금보다도 더 많은 세금을 내라는 건데 몸으로 뛰는 유리알 지갑의 근로소득자든 가만히 않아서 배당이나 금융소득을 얻는 불로소득자이든 구분하지 않겠다는 거다.

그러나 워렌 버핏의 원래 취지는 달랐다. 세율체계에 관한 이야기인데 자신 같은 부자들이 매년 돈놀이로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자본적 이득(Capital gains)에는 불과 15% 전후의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반면에 자신의 비서나 평범한 근로소득자들이 버는 돈(Earned income)에는 35%의 세율로 과세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으니 자산가들의 자본소득을 일반인과 같이 35%로 올려 달라는 주장이었다.

즉 자산가들의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근로소득과 같은 통상소득(Ordinary income) 수준으로 올리라는 이야기였지 근로소득자나 일반 사업자들의 소득세율을 35%보다 더 올리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인들은 고심하여 올린 기획재정부의 세법개정안은 제쳐 놓고 본회의에서 기습적으로 ‘부자증세’안을 통과시키는 바람에 당초 겨냥하지 말았어야 할 근로소득자나 사업소득자들이 한국판 버핏세 부자로 대거 분류되어 버렸다.

소위 한국판 버핏세 대상 부자들의 구성을 보면 몸으로 뛰는 월급쟁이나 사업소득자들이 반절이나 되어 대자산가나 고액금융소득자 과세가 무색해졌다. 그 결과 미국의 ‘1%’ 상위 부자(Super Rich)들조차 내지 않는 고세율인 38%로 세금을 내게 되었다. 하지만 피땀으로 버는 근로소득은 장려할 일이지 중과세할 대상은 아니다.

반면에 한국의 자산가들은 주식에 투자하여 양도차익을 올려도 세금이 없다. 미술품을 사재고 소장품이 급등하여도 세금 물 일이 없다. 이러다 보니 정치인들이 주도한 한국판 버핏세는 납세자들과 조세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와 지적을 동시에 받게 되었다.

주식투자소득, 미술품소득, 지하경제, 고액금융소득, 부동산양도차익 등 눈 돌릴 ‘넓은 세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매번 세원포착이 용이하고 납세순응도가 가장 높은 근로소득자들을 대상으로 ‘높은 세율’을 들이대서야 되겠는가 싶다.

지난 4년 내내 ‘감세->활황’이라던 여당이 부자증세로 노선을 180도 바꾼 것 자체부터 혼란스러운 납세자들에게 어느 당은 올해 4월에 치를 총선을 겨냥하여 더욱 과격한 세율을 공언하고 있다. 1억5천만을 넘는 소득자에게는 40%로 과세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어느 비상장법인에 10% 미만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배당을 무려 1,500억대를 받고 있다. 게다가 그 배당액은 매년 늘어날 예정이란다. 선거를 겨냥한 ‘부자증세’는 이런 수퍼부자들의 불로소득에 초점을 맞추어 주어야 유권자들이 수긍하는 것이지 열심히 뛰어 받은 월급에 중과세하겠다고 벼르는 정치인에게 과연 표가 갈까 싶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물가도 오르고 임금도 따라 올랐다. 초임 대졸 연봉이 5천만원이 넘고 몇 년 지나면 성과급까지 합하여 억대로 오르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억대연봉자가 이제 수십만 명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백 번 양보하여 월급에 중과세를 하고 싶더라도 5억에서 10억 이상은 되어야 ‘부자증세’라는 프랑카드가 무색하지 않을 듯싶다. 억대 연봉자라고 모두 불로소득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번의 부자증세 조치가 아니더라도 근로소득자들은 자동으로 세금이 오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다.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경제규모도 커지는데 소득세의 과세표준 구간만은 요지부동으로 멈춰 있다. 결국 실질소득은 제자리인데 명목소득이 커지므로 납세자들은 누진세율 과세표준 구간의 위로 점진 이동하게 되어 더 높은 세율을 적용 받게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최고세율 구간인 8,800만원을 설정할 때 해당 소득자는 1만 명에 불과하였으나 지금은 수십만 명으로 늘었음에도 과세표준 구간은 그대로이다. 이렇듯 경제규모의 성장이나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구매력을 과세표준 구간에 반영할 수 없다 보니 실질적으로는 세율을 매년 올리는 결과가 되고 있다.

과세표준 구간고정은 숨겨진 증세 에스컬레이터가 되어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세수는 계속 초과 달성되는 미스터리의 부분적인 해답이 되고 있다. 증세 에스컬레이터를 멈춰 세우려면 원론적으로 과세표준 구간별로 물가 연동지수(Index)를 도입하여야 한다.

매년 구간 상한을 실질적인 물가상승률만큼 상승시켜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구간금액이 매년 변동되어 계산이 난삽하고 복잡해 보인다면 ‘물가지수 연동 소득공제’ 제도를 신설하면 깔끔하게 해결된다.

다행히도 조세전문부처인 기회재정부는 이번 한국판 버핏세의 도입에 대하여 마땅스러워 하지 않는다. 다음 정기국회에 제대로 된 세율체계의 개정안을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표에 살고 표에 죽는 선거철이 다가 오고 있어 신중하여야 할 조세체계가 정치권의 포퓰리즘 그림자에 묻힐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정치권이든 주무부처이든 나라의 재정기반이 되는 세율체계의 건강성에 최대의 비중을 두어 일해야 할 중차대한 선거의 해가 밝았다. 모두가 동의하듯 가장 이상적인 목표야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다.

우선 세원을 넓히는 정책을 희망한다. 그 다음에 세율이다. 세율은 올리더라도 소득의 종류에 따라 신중하게 유형별 분류과세방식으로 경제적 정의를 확보하고, 최고세율 적용대상도 Super Rich급에 초점을 맞추는 신중함을 기원한다. 근하신년!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