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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우리는 세금에 대해 겸손해져야 한다"
[특별기고]"우리는 세금에 대해 겸손해져야 한다"
  • kukse
  • 승인 2012.01.1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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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순강 소장의 ‘택스 프로파일러(tax profiler)’
   
 
 
역대 정권들의 부정부패, 수십년간 계속된 국세청장들의 수난을 ‘도덕성 문제’ 만으로 밝힐 수 없는 복잡다기한 요소들이 작용한다. 법률적ㆍ제도적 시스템의 장단점을 거론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다루어야 할 사항이 많다.
우리는 세금의 심연을 보아야 한다. 국민에 대한 배려ㆍ철학적 고뇌ㆍ역사적 상찰과, 근본적으로 ‘조세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신년 특집으로 [허순강 소장의 ‘택스 프로파일러(tax profiler)’]를 연재하려고 한다. 허순강 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세금작가로서 ‘세금 이야기’의 시대를 열었다. 그가 풀어나가는 이야기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세금의 문제점을 동ㆍ서양, 현재ㆍ과거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 첫 세금 작가, “먹고 살기 위해, 짤리지 않기 위해…”

엉뚱한 짓을 했다가 아내로부터 혼날 일이 발생하면 이를 얼버무리려고 “나는 작가니까!”하면, 아내는 “작가 좋아하네. 작가가 아닌 잡가(雜家)다”라며 직격탄을 날린다. 선배들로부터 “어이, 허 작가 잘 지내시는가?”하는 한 마디가 나는 제일 좋다.

나는 ‘전문적’이란 단어보다는 ‘엉뚱한’ 혹은 ‘창조적ㆍ창의적’이란 단어가 매력적이다. 내가 살아온 50여년의 세월이 ‘엉뚱한’ 삶이었고, 지금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만 어려움도 배어 있다.

어느 명망가의 상속세 업무를 맡으면서, 상속인인 대학교수께서 “세무사님은 대단하신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이름을 얻게 되었나요?”라고 묻는다. 나는 “먹고 살기위해 그랬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등록금과 생활비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전부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어느 대학원 교직원이 “교수님께선 몇 년째 계속 최고 인기 교수로 선정되셨고, 수강생들이 강의시간을 늘려 달라고 요청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 나는 “짤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을 뿐이고, 수강생들에게 진실을 알리려고 했을 뿐 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아마도 이것이 나의 모든 것이다. 25년의 세무공무원 기간 내내 엉뚱한 행동으로, 전문가로선 생업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여러 분야에 대한 연구 및 저술, 강의를 오랜 기간을 해왔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모여서 작가가 되는 영광도 안았다.

2. 우리는 세금을 얼마나 아는가? 겸손해져야 한다.

천재 과학자이자 세계적인 석학인 뉴튼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바닷가 모래 한 알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리고 나의 스승 최명근 교수는 조세법의 석학으로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나는 세금의 20% 남짓을 알고 갈 뿐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35년의 세금경험을 가진 나는 세금에 대하여 10% 남짓을 알 뿐이다. 우리 정치인ㆍ언론인ㆍ학자ㆍ시민단체는 세금에 대하여 얼마나 아시는가?

어느 국회의원이 “부가가치세 세율 인하 정책을 제안하려 하는데, 허 선생의 의견은 어떤가요?”라고 묻는다. 나는 “정권을 내놓으신지 얼마나 되었다고, 정책이 바뀝니까? 집권시에는 세율 인상을 추진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의원은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불가피한 것 같다”고 한다. 나는 “부가가치세율 1%에 얼마만한 세수효과가 있는지 아십니까? 세율 1%에 약 10조원 정도가 증감됩니다. 만약에 세율을 인하하여 세수가 감소될 경우에 그 감소된 세수는 어떻게 보전하실 겁니까? 구체적인 대안은 무업니까?”라고 물었다. 그 의원은 “……”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나는 “의원님, 세금정책은 여당과 야당을 나눌 수 없는 겁니다. 국민과 국가경제 전체의 틀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지금의 생각은 다음에 부메랑으로 되돌아 옵니다”고 했다.

또 다른 국회의원으로부터 ‘탈세대책’과 관련한 강의요청을 받았다. 나의 강의안에 현실상황이 나타났고, 지도층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다른 지도층에 대한 언급은 문제 삼지 않고 자기 당의 간부에 대한 내용은 삭제하여 달라고 부탁했다. 그 간부는 지금 현재 상당한 직위에 계신다.

많은 정부 관료들은 국민에 군림하려 하며, 권력을 휘두르려 한다.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자세도, 집권자가 바뀌면 완전히 바뀐다. 이런 자세에 대하여 언론은 ‘영혼이 없는 집단’이라고 평가한다. 국가와 국민 그리고 역사적 관점에서 조세정책을 능동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보수언론이든, 진보언론이든 세금에 대한 편향적인 보도를 한다. 그래서 전체 국민의 입장에서 균형적인 보도를 볼 수 없다. 7~8년 전 중앙언론 논설위원은 국세심판원의 보도내용 ‘국세청 패소 30%’에 대하여 사설을 통해 “국세청 전체 과세의 30%가 잘못되고 있다”고 썼다. 나는 그 논설위원에게 전체 과세내용을 아느냐고 했더니 “당신, 국세청 하수인 아니냐”며 전화를 끊는다.

학자들과 시민단체의 현실 인식부족도 한 몫 한다. 이들이 1년만이라도 직접 사업을 하여보았다면 조세정책에 대한 근본이 바뀔 것이다. 기업인들은 자기의 운명을 걸고 사업에 도전한다. 그들의 절박함을 모른 채 교과서에 박힌 내용만을 가지고 기업가의 탈세문제를 접근한다. 물론 일부 부도덕한 기업인에 대한 잘못은 있지만 이것을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업가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근원임을 잊고 있다. 기업가를 홀대해서는 국가의 앞날이 밝지 않다. 전체의 연관성을 살펴야 하는 아량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 모두는 세금에 대하여 겸손해져야 하고,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한 가족에게도 수많은 다른 의견이 있고 갈등이 있다. 그 갈등을 조정하지 않으면 가정은 와해된다.
하물며 세금은 수천만명의 이해가 걸려있고, 이를 조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금문제에 있어 최선책은 존재할 수 없고, 차선책 혹은 차차선책을 선택해야 한다. 그 근본은 투명한 세금에서 출발해야 한다.

3. 우리 세금의 실상 :

건강의 척도 ‘눈’과 ‘혈액’. 국민과 정부의 건강척도는 ‘세금’

한방울의 ‘혈액 검사’에서 개인의 모든 건강상태가 드러난다. 또한 호두만한 ‘눈’ 안에 온갖 질병정보가 다 들어있다. 국민과 정부의 건강척도는 ‘세금’으로 나타난다. 우리 세금은 불투명한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세금은 우리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도 겉으로 드러내기를 꺼린다.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평생동안 한 가족이 16억원 납부

2012년 1인당 조세부담액은 535만원이다. 일생을 75년, 4인 1가족을 가정할 때, 한 가정이 평생동안 납부해야 할 세금은 16억원에 이른다. 우리사회에서 납세자의 탈세도 많고, 정부의 예산 낭비도 많다고 평가한다. 탈세와 예산낭비는 서로 악순환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 친인척들의 5년마다 수갑 차는 부패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전두환 대통령의 큰형ㆍ동생ㆍ사촌형제ㆍ처남. 그리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처사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3형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이 비리로 구속되었다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도 구속되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고 뒤이어 2009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감옥 많이 가는 기관장 국세청장

1966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 이후 지금까지 18명의 국세청장 가운데 6명이 구속됐고 1명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안무혁·성용욱 전 국세청장은 전두환 비자금 사건, 임채주 전 청장은 1997년 ‘세풍' 사건이라는 권력형 비리에 연루됐다. 반면 손영래·이주성·전군표 전 청장은 뇌물수수라는 개인 비리로 쇠고랑을 찼다. 안정남 전 청장은 언론사 세무조사를 주도해 정권 총애를 받아 건교부장관에 올랐으나 일가족 부정축재 의혹이 터져 23일 만에 물러나 해외를 떠돌았다.

정부의 부패는 납세자의 책임

조세선진국인 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일본에선 위와 같은 통치자와 국세청장의 부정부패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 왜 그럴까? 이들이 ‘도덕성’이 높아서일까? 그렇지 않다. 국민들이 무섭기 때문이다. 조세선진국의 국민들은 납세의무도 성실하게 수행하지만 권리도 정확하게 주장한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대통령과 국세청장들의 부패가 오랜 기간 계속되어 온 이유는 국민들은 납세교육이 없었고, 납세의무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납세자의 주장도 할 줄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른다. 요약하면 정부의 부패는 납세자의 책임인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허순강 객원논설위원
(오늘포럼조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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