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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 국민을 짠하게 하지 말아요"
"정치인들, 국민을 짠하게 하지 말아요"
  • kukse
  • 승인 2012.01.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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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순강 소장의 ‘택스 프로파일러(tax profiler)’<4>
   
 
  ▲ △ 허순강 본지 객원논설위원  
 
역대 정권들의 부정부패, 수십년간 계속된 국세청장들의 수난을 ‘도덕성 문제’ 만으로 밝힐 수 없는 복잡다기한 요소들이 작용한다. 법률적ㆍ제도적 시스템의 장단점을 거론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다루어야 할 사항이 많다.
우리는 세금의 심연을 보아야 한다. 국민에 대한 배려ㆍ철학적 고뇌ㆍ역사적 성찰과, 근본적으로 ‘조세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신년 특집으로 [허순강 소장의 ‘택스 프로파일러(tax profiler)’]를 연재하려고 한다. 허순강 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세금작가로서 ‘세금 이야기’의 시대를 열었다. 그가 풀어나가는 이야기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세금의 문제점을 동ㆍ서양, 현재ㆍ과거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 국민들은 정치인들에게 "짠짜라"를 부른다

올해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룬다. 현 정부의 실정과 부정부패로 수세에 몰린 여당이 당명개정을 국민공모에 부쳐 당명을 바꾸었다. 당명공모과정에서 여당 홈페이지는 비아냥성 당명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슬프당’을 제안하며 “현실이 슬퍼서”라고, 다른 누리꾼은 “당 이름을 느닷없이 바꾼다니 완전 황당”이라고 해서 ‘황당’,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해서 ‘선무당’, 현 세태를 반영하는 ‘꼼수당’도 올라 있다. 이밖에도 ‘포도당’, ‘두나라당’, ‘초나라당’ ‘부정부패당’도 공모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여당의 실정에 야당은 신이 났지만, 그들도 5년 전엔 똑같은 처지였었고, 국민들은 야당도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본다. 언론에선 “야당, 자신감 넘어 오만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 결과 정당정치인이 아닌 사람이 서울시장이 되었고, 또 다른 사람이 대선의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왜 그럴까? 국민들이 정당정치인들에게 등을 돌린 원인은 수십년간의 거짓말 공약과, 부정부패의 결과이다. 국민들은 이들에게 “잘가요, 정치인”이라며 장윤정의 ‘짠짜라’를 부르고 있다.

반짝반짝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선거공약 변치 말자던 그 약속 잊으셨나요.
국민 갖고 장난쳤나요. 정치란 그런건가요.
이리저리로 왔다 요리조리로 갔다 아직도 헷갈리나요.
짠짠짠하게 하지말아요 말없이 그냥가세요.
짠짠짠 이제 울지 않아요 잘가요 안녕 정치인.
깜빡깜빡 깜빡이는 네온사인 불빛아래 선거가 끝나고 나니 의원님은 오지않네요
국민 갖고 장난쳤나요 선거란 그런건가요
이리저리로 왔다 요리조리로 갔다 아직도 헷갈리나요
짠짠짠하게 하지말아요 말없이 그냥가세요
짠짠짠 이제 울지 않아요 잘가요 안녕 정치인

2. 정당의 세금공약, 2개월이나 지켜지겠는가?

여당과 야당이 내놓는 세금관련 공약을 보면서 이들은 ‘국가백년대계’는 고사하고, 국가재정을 고갈시키고 미래 후손들에게 빚을 떠넘기는 방법만을 찾고 있다. 이들의 선거공약은 4년이 아니라 선거가 끝나면 모두 잊혀 질 공약들이다. 우리는 그런 현실을 수십 년간 보아왔다. 당장에 의석수가 중요하고, 대권을 잡으려니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짧은 생각이 “잘가요, 안녕 정치인”을 만들었다. 이제는 정치인도 국민도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세금에 대한 철학ㆍ원칙ㆍ신뢰ㆍ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살고, 정치인이 살고, 국가가 부강해 질 수 있다. 미국의 ‘페더랄리스트 페이퍼‘가 이를 증명한다.

3. 220년간 읽히는 ‘페더랄리스트 페이퍼’

미국을 최대강국으로 만든 정신이 있다. 바로 ‘페더랄리스트 페이퍼‘ 이다. 이 책은 미국인들이 뽑은 가장 위대한 법서이며 출간 당시보다 현재 더욱 중요하게 여기며, 미국 대법원은 다수의 판결문에서 이 책을 인용한다.

1776년 탄생한 미국은 역사상 최초의 공화국이다. 기본권이나 민주주의는 미국 독립 당시만 해도 생소했고, 검증되지 않아 미국인들의 의심과 우려는 컸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미국 헌법의 내용이 현재까지 거의 원형 그대로라는 것이다. ‘페더랄리스트 페이퍼’는 이런 헌법을 만들 때 모든 쟁점에 관한 독창적이고 숙고된 생각을 담은 책이다.

독립전쟁 후에 소집된 연방헌법제정회의에 참석했던 알렉산더 해밀턴, 제임스 매디슨, 존 제이 등 3인의 연방주의자는 뉴욕주 시민에게 새 헌법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총 85편의 글을 뉴욕의 신문에 기고했다. 기고문은 헌법의 의미와 필요성, 연방정부 운영 등에 관해 역설한 것으로, 이 책은 이 기고문의 모음집이다.

이 책은 독립선언문, 헌법과 더불어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신성한 글로 여긴다. 기고자들은 미국의 독립전쟁을 체험하면서 주(州) 사이의 파당적인 경쟁과 대륙회의의 약체성, 전쟁을 효과 있게 뒷받침해줄 국민적 일체감의 결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오로지 강력한 중앙정부의 수립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4. 미국 헌법에 나타난 세금 조항1)

1789년 지금의 헌법이 채택되었다. 2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정헌법이 26차례의 개정되었으나, 세금과 관련한 내용은 수정헌법 제16조(1913년) 외에는 220년 전의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물론 세법의 내용은 많이 신설되거나 개정되었지만 말이다. 미국 헌법의 세금 규정은 분량이 많지 않거니와 내용이 중요하여 그대로 옮긴다.

헌법 제1조7절1항 : 세입 징수에 관한 법률은 먼저 하원에서 제안되어야 한다. 다만, 상원은 이에 대해 수정안을 발의하거나 수정을 가하여 동의할 수 있다.
헌법 제1조8절1항 : 연방의회는 다음의 권한을 가진다. 합중국의 채무를 지불하고, 공동방위 외에 일반 복지를 위하여 주세, 관세, 공과금 및 소비세를 부과하고 징수한다. 다만, 주세, 관세, 공과금 및 소비세는 합중국 전역을 통하여 획일적이어야 한다.
헌법 제1조9절4항 : 인두세나 그 밖의 직접세는 이를 부과하지 못한다.[이 규정은 수정헌법 제16조[1913년 개정]에 의하여 바뀜. 아래의 수정헌법에서 기술함.]
헌법 제1조9절5항 : 주로부터 수출되는 물품에 조세 또는 관세를 부과하지 못한다.
헌법 제1조9절7항 : 국고금은 법률에 따른 지출 승인에 의하여서만 지출할 수 있다. 또한 모든 공금의 수납 및 지출에 관한 정식기술과 계산은 수시로 공표되어야 한다.
헌법 제 1조 10절 3항 : 어느 주라도 연방의회의 동의 없이는 과세를 부과할 수 없다.
수정 제16조[1913년 개정] : 연방의회는 어떠한 소득원에서 얻어지는 소득에 대하여서도 각 주에 배당하지 아니하고 소득세를 부과, 징수할 권한을 가진다.

5. 미국 헌법에 나타난 세금의 특성과 교훈

미국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인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그리고 알카포네 제거도 세금과 관련된 것이다. 즉 세금의 중요성이 건국이념에 담겨있고, 또한 2세기가 흐른 지금도 면면히 흐르고 있다. ‘페더랄리스트 페이퍼’가 220년이 지난 지금에도 미국의 정신을 대표하고 있듯이 미국의 세금도 투명성ㆍ간단명료성이 그들의 전체 생활에 배어있다.

6. 이번 총선과 대선은 세금이 깨끗하고,
거짓말 안하는 후보를 뽑아야


위에서 보았듯이 정치제도ㆍ세금제도는 함부로 바꿔서는 안된다. 원칙과 철학 그리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선거때마다 반복되는 우리의 선거공약들이 나라를 병들게 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페더랄리스트 페이퍼‘를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한다.
세금은 단순한 공과금이 아니다. 세금에는 납세자의 도덕성ㆍ성실성이 나타난다. 그간의 선거와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미국에선 자녀들을 고위 공직자를 만들기 위한 책들이 유행이란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언급하는 것은 재산형성에 관한 내용과 세금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미국인들이 정치지도자들의 납세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는가를 알 수 있고, 이것이 미국의 힘인 것이다.
올해의 총선과 대선에서 우리는 어떤 경우라도 세금이 불투명한 후보자를 뽑아서는 안 된다. 그런 후보를 뽑는 순간 국가는 더욱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다.
▶다음호에 계속

1)페더랄리스트 페이퍼. 1995년 김동영 번역. 도서출판 한울. 페이지 521-536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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