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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요즘 국세청, 적기(適期)의 문제
[稅政칼럼]요즘 국세청, 적기(適期)의 문제
  • kukse
  • 승인 2012.04.0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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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昌泳 본지 편집국장
   
 
 

요즘 들어 주류업계는 고민이 많다. 경기영향으로 출고가 부진한 것은 그렇다 치고 늘어난 시어머니, 무엇보다 물건이 팔려도 재미가 없다. 대신 고민과 주름만 깊어지고 있다.

정부 면허사업자인 주류제조회사들이 요즘 갑자기 ‘돌출행동’이 늘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을 과감하게 시도하고 있다. ‘용감하다’는 지적에 그들은 ‘처절하다’고 대답한다.

주류가격은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가격을 인상할 때 국세청의 ‘사전승인’을 받는 것은 공식이다. 굳이 국세청이 가격통제를 한다는 의미보다는 주세법에 술에 대한 모든 규격이 정확하고 꼼꼼하게 규정돼 있고, 이를 이행하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원가와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류의 제조·판매 등 모든 단계를 국가면허로 관장하는 기관이 국세청인만큼 술에 관한한 국세청의 검증없이 뭔가가 이뤄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주관부서인 국세청과 긴밀하게 협조해야 할 주류제조회사들이지만 일부 튕기듯 자기주장을 하고 나서는가 하면 ‘적자로 곧 망할 판’이라는 하소연을 기본으로 달고 있다.

국세청은 정부의 물가관리 정책에 따라 대중주인 소주를 비롯한 주류가격을 인상을 3년이나 허용하지 않고 있다. 가격동결 4년차에 접어든 일부 제조업체들은 “견디겠냐?”고 반문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실적 타당성을 내세우며 ‘과감하게’ 독자적으로 가격인상을 시도한 맥주·수입양주 회사가 나왔고, 국세청은 철저하게 가격지도로 동결시켜 나가고 있다. 국세청의 가격지도는 일단 먹혀들고 있지만 업계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특히 주정회사는 완전 적자체제로 돌입한지 오래다. 국세청이 권장하는 주정제조의 정책원료인 쌀보리·정부미·고구마 가격은 말할 것도 없고 수입 타피오카는 가격이 2배로 올랐다. 조주정 가격도 정확히 2배로 오른 상태다.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요소들이다.

일부 주정회사는 지난 달 정총에서 국세청 고위직 출신 임원들이 경영개선 미흡을 이유로 ‘심한 지적’을 받았다. 원가를 반영해서 가격을 올리지 못한 것이 경영부진의 원인이었다. 일부 회사는 사상 유례없이 지난해 순적자가 났지만 궁여지책으로 부동산을 처분해 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례적인 상황이지만 물가는 국정과제이고 국세청의 입장이 워낙 확고해 이들 임원들만 냉가슴을 앓고 있다.

주정 가격이 오르면 소주가격이 오르고, 술값 인상이 풀리면 그동안 꽁꽁 묶어 둬 폭발 직전인 맥주 등 대중주 가격인상이 봇물 터지듯 터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국세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류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곳도 국세청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마치 폭탄 돌리기의 마지막 상황이 연상된다.

이 때문에 가격인상이 좌절된 요즘 주류업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그동안 추진과정에서의 말 중에는 ‘인상 깊은’ 내용도 있다. 만만한 것이 면허업자이고, 주류제조업체만 무릎이 꿇린 꼴이라고 자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MB 물가관리 50개 품목도 원가요인이 반영되는데 국세청 물가관리 품목만 견고하다고 꼬집었다.

여기에다 주류업체들은 그동안 매를 맞아도 국세청 한 곳에서만 맞았는데 요즘은 안전관리 문제로 식약청에서 부르고 전통주 진흥육성 문제로 농식품부에서 불러대는 통에 시어머니만 늘었다고 하소연이다. 주세법과 관련규정은 완벽을 넘을 정도로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마당에 인위적인 업무 중복의 소지만 남겼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지금 식약청은 국세청에서 이관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크게 늘린 상태다.



지난 3일 국세청은 의미 있는 개정직제를 출범시켰다. 추경석 전 국세청장때부터 국세청의 숙원으로 추진했다는 부산국세청의 1급 승격이 비로소 시행된 날이다. 중부국세청 조사4국 신설을 비롯한 조직 확대개편도 첫발을 디뎠다.

지난해 연말 이같은 내용이 ‘확실하다’는 꼬리를 달고 알려질 때 세정가에서는 “이현동 국세청장이 소리없이 정말 큰일을 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조직확대의 어려움과 예민함을 전제한다면 이번 조직개편은 말 그대로 國稅廳史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내용이고 규모다.

따라서 지난 연말부터 국세청 고위공직자들은 참 많은 그림을 그렸다. 순환에다 신규요인까지 감안하면 대략 그려지는 윤곽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 들었지만 모처럼의 조직확대를 조직활력으로 살려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평소보다 더한 정체의 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예상대로 지난 3일 부산국세청은 1급 지방국세청으로 승격됐지만 청장 인사없이 국장 2명만 고위공무원으로 임명하는 선에서 일단 출범했다.



총선이 코앞이고 연말 대선이 목전인데 ‘철없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술값 인상이나 인사를 얘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술값 인상만 해도 그렇다. 그동안 인상요인이 있을 때마다 업계에서는 즉각 요청을 했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때마다 정부 차원의 입장을 전제로 달았지만 정부가 물가문제에서 한시도 홀가분한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요인이 정당하면 받아들지는 것이 순리다. 무조건 묶어 놓는 것만이 능력이던 시대는 지났다.

적기에 반영되면 1~2%씩만 올려도 되던 것을 미루다 미루다 이제 두자리 수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누구도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승인’하기가 쉽지 않다. 폭탄 돌리기의 유혹이 따른다.

직제개편 국세청 고위직 인사가 미뤄지면서 ‘연말 인사한지 3개월 됐고, 상반기 명퇴가 석달 남았다’는 논리가 나왔다. 조직안정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액면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달 고위직 인사의 시기적 곤란과 복잡함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정말 어려웠더라도 출범하는 부산국세청장 승진인사는 했어야 했다는 세정가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 끄덕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행정은 타이밍이다. 정책에서도 시기가 중요하지만 특히 행정에서는 적기(適期)의 개념이 아주 중요하다. ‘Right time’이냐 ‘Suitable time’이냐의 의미가 따져져야 할 정도로 ‘때’가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단지 술값, 인사 얘기만이 아니다.

올해는 변수와 장벽이 워낙 많다. 선거가 시작되면서 벌써부터 부침이 심한 정권 말기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법과 원칙이 반듯한 국세청이 견조하게 가기 위해 변수와 장벽을 넘는 적기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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