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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 칼럼]세금과 국적
[稅政 칼럼]세금과 국적
  • kukse
  • 승인 2012.06.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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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鎭雄 本紙論說委員
   
 
 
은행은 수퍼 리치(Super Rich)를 좋아한다. 너도 나도 VIP Room을 사치스럽게 만들어 놓고 있다. IMF 뒤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에 대거 진출하면서 생긴 변화이다. 그 때문에 소액 입출금자들이 즐기던 응접실 같던 은행 대기석은 사라졌다. 여름에는 동네 할머니들이 피서를 즐기던 동네 은행은 이제 한 여름 밤의 꿈이 되었다. 소위 세계화라는 게 이런 부작용을 도처에 낳았다.

은행은 30억 이상 예치한 부자들을 상대로 극진한 관리를 한다. 매달 이들을 위한 맞춤 강좌를 열어주고 해외 투자여행도 주선한다. 이 부자들에게 절세 정보가 있다면 이는 필수 아미노산과 같다.

재력가들은 노령인 경우가 많아서 상속세나 증여세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Private banking 고객들의 가장 절실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나의 막대한 자산을 자녀에게 온전히 이전시켜 줄 수 있느냐?”이다.
수백억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부자가 죽는 순간 그 돈의 반절은 나라 것이다. 상속세율이 50%이기 때문이다. 이러하니 부자일수록 세금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부담부 증여나, 생명보험을 들라는 식의 절세 팁은 시시하다. 그런 정도로는 아무리 절세 묘안을 짜봐도 재산의 반절은 여전히 나라 것이 되는데 별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하면 세금 없이 자녀에게 재산을 온전히 물려 줄 수 있을까?

국제적 투자와 거래에 특화해 온 국제(!)세무사(국제 변호사가 있다면 이런 세무사도 있지 않을까?)는 노하우를 발동하여 진지하게 이 질문에 대하여 자문하여 준다. 확실한 방법이 있다고 말이다. 부자들은 혹하여 다가 앉는다. 비책을 알려주면 두둑한 자문료를 챙길 수 있는 분위기이다.

‘국제’ 세무사는 진지하게 말해준다. “호주로 이민 가시면 됩니다” 어리둥절한 부자가 묻는다. “호주는 왜요?” 세무사는 말한다. “호주는 상속세도 없고 증여세도 없어요. 재산 모두 챙겨서 호주 가셔서 자녀들에게 마음대로 나누어 주세요. 추운 겨울에는 호주에 계시고, 봄 가을로는 한국에 나와서 친구도 만나며 즐겁게 살면 됩니다” 하지만 그 국제 세무사는 한번도 자문 수수료를 받는 영광을 갖지 못했다.

왜일까? 한국의 노인들은 죽어도 한국에서 살다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민 가서 잘 살던 교포들도 나이 들면 한국으로 회귀한다. 죽을 때 만큼은 태어난 땅에 묻히고 싶어서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절세 자문은 완벽했지만 나이 자신 그 분들 귀에는 철딱서니 없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참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자문이 통하는 나라도 있다. 미국이다. 역시 선진국(?)답다. 얼마 전에 Facebook주식이 상장되어 젊은 창업자들은 억만장자가 되었다. 창업자 중 한 사람은 주식 상장 직전에 미국 국적을 버리고 싱가폴로 귀화하였다. 서른 살의 창업자 세버린이다.

그에게는 주식 상장으로 인하여 막대한 자산소득이 발생하였다. 이런 경우 미국에서는 15%의 소득세를 내야 하나 싱가폴은 자산소득(Capital gain)에 대한 세금이 아예 없다. 소득세 역시 미국에서는 35%를 내야 하지만 싱가폴에서는 기껏해야 20%이니 아주 매력적이다. 물론 세버린의 대변인은 강변한다. “세버린은 미국을 사랑해요. 절대 세금 때문만은 아닙니다.”

개도국 서민들은 미국에 이민 못 가 안달일 때 미국 국적을 기꺼이 던져버린 부자들은 얼마든지 있다. 카니발 크루즈의 창업자인 거부 Arison은 미국 국적을 버리고 이스라엘로 갔다. 그는 60조원 이상의 재산가였다. 명배우 율 브리너는 미국에서 스위스로 떠났고, 국제적인 투자자Michael Dingman은 바하마로 갔다. 배우 이연걸도 왕성하게 활동하던 미국 국적을 버리고 싱가포르로 옮겨갔다.

미국 국세청의 통계에 따르면 이렇게 미국 국적을 버리는 추세는 2010년 이후 급증하여 2008년의 6배로 늘었다. 이는 미국의 고세율 정책과 금융계좌 신고의무 강화에 따른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미국 역시 이런 일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서 국적을 포기하는 경우 불이익도 준다. 일종의 이민세(Exit tax)인데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대한 미실현이익에 대하여 마치 양도했을 때처럼 모두 과세하며, 상속인에 대한 상속세 부과, 잠재적 미국 입국 불허 가능성(Reed 법) 등이 그런 것들이다.

세버린 때문에 의회 일각에서는 세금 때문에 떠난 미국인들은 미국에 다시 발을 들여 놓지 못하도록 규제하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내년부터 소득세율이 35%에서 39.6%로 상승하고, 양도소득세율도 15%에서 20%로 오른다. 그 뿐이 아니다. 상속세나 증여세도 35%에서 55%로 올라간다.

미국은 개인의 세금에 대하여 극성스럽긴 하다. 거주자 기준 과세가 아니라 국적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다 보니 이중과세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출생지 기준으로 국적을 주다 보니 멀쩡한 외국인도 납세의무가 생겨서 미국에 입국했다가 해외 계좌나 세금 무신고자로 조사 받기도 한다.

911사건이 발생하고 테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해외 계좌 관리가 강화되었다. 2010년에 제정한 ‘해외계좌 조세협력법’(the 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 즉 FATCA)에 따르면 고의로 신고를 하지 않으면 계좌 잔고가 최고일 때의 반절을 가산세로 내도록 하다 보니 2년 지나면 예치금액 전액을 날리게 된다. 이렇게 가혹한 규제들이 생기다 보니 결국 국적을 포기하도록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나친 규제는 반드시 부작용을 낳는다. 그러나 우리도 국민정서상 국부유출을 막으려면 이민 가는 부자들에게 ‘이민세’ 를 과세하자는 이들이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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