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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視角]국세청 고위직 씁쓸한 퇴임
[데스크 視角]국세청 고위직 씁쓸한 퇴임
  • kukse
  • 승인 2012.06.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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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 永 哲 / NTN 편집장
   
 
 
국세공무원을 영어로 표현하면 ‘Tax national servant'다. 직역하면 ‘세금을 담당하는 국민의 종’으로 해석된다.

연례행사처럼 다가오는 6월말 명퇴. 이번에도 엘리트(서기관급 이상)25명이 명퇴를 한다. 이들은 ‘국민의 종’ 중 최고의 두뇌그룹이다. 25~30여 년간 과세-징수-조사-납세자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맡으며, 나라의 재정을 책임지는 중대한 업무를 대과없이 수행한 역군들이다.

이들 국세공무원은 1980년12월에 제정 발령된 ‘공무원윤리헌장’에 충실하며 공복으로서 최선을 다했다. 공무원윤리헌장에서 강조되고 있는 “공무원은 민족중흥에의 선봉자로서 국가에 충성을 다하고,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책임이 크며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공명정대는 물론 창의와 성실로서 맡은바 책무를 다해야한다”는 규정을 성실하게 수행해 냈다.

이번에 퇴임하는 고위직에는 용퇴의사를 밝힌 김문수 차장, 이병국 서울지방국세청장, 박차석 대전청장, 박의만 국세공무원교육원장, 정이종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세무서장 등 서기관급에는 연령명퇴 대상인 54년생이 주축이지만 명퇴대상이 아닌 55년생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제2인생설계’ 제약 많아 갈곳 잃어

늘상 되풀이 되는 말이지만 ‘용퇴’ ‘명퇴’의 명분은 후배들에게 승진의 물꼬를 터주고 국세청장의 인사권을 편하게 해준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이 명분이 그때그때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문제다.

세정가는 하위직 7급에서 서울지방국세청장까지 오른 이병국 청장의 ‘용퇴’를 아쉽게 생각한다. 공직자로서의 국가관, 납세자 관, 동료관계, 대인관계, 청렴도 등 흠결이 거의 없는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번 용퇴자 중 놓치기 아까운 고위직 인물이 이병국 청장 뿐 이겠느냐마는 일반직 출신이다 보니 유독 “아까운 사람”이라는 표상의 꼬리표가 붙는다. 결국 ‘인사를 위한 인사’에 의해 희생양이 됐다.

예년 같으면 고위직 출신은 ‘귀하신 몸’으로 억대 이상의 연봉을 받고 모셔가는 곳이 많았다. 이들을 선호하는 대형로펌 및 회계법인, 대기업 감사 및 CFO, 고문, 주류제조업체 등은 군침만 삼킬 뿐 애써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7월 26일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국세청출신은 멍에가 하나 더 얹혀져 운신의 폭이 좁다. 이른바 기업체 고문 및 자문을 통한 고문료도 일체 받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희완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의 ‘거액고문료 파문’이 빚어낸 역풍영향이 1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여진의 파장이 미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6월말 퇴직자들은 명예로운 퇴진이 아니라 씁쓸한 퇴진이 되고 있다.

대기업, 로펌, 회계법인 취업 등 ‘화려한 제2막 인생설계’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세무법인도 외형 50억원 이상 10대 세무법인에는 공직자윤리법이 적용되어 취업제한을 받는다. ‘전관예우’라는 용어가 역사속으로 차츰 묻히면서 30년 갈고 닦은 조세업무의 노하우와 함께 인재들이 뒷방으로 물러나고 있다.

필자가 만난 Y세무서장은 세무사자격증이 있어 개업세무사를 하고 싶지만 주변에서 만류한다며 거의 포기상태다. 세무사시장도 포화상태라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또 한분의 K서장은 시골로 내려가 농사나 지으며 노후를 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퇴직자 대부분이 갈 곳이 불분명하다. 종착역은 세무사개업 아니면 낙향으로 귀결된다.

1급청장도 세무사 개업 준비

청장출신도 세무사개업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화려했던 퇴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며, 초라한 용퇴다.

이렇듯 높은 기재를 지닌 고위직도 재능을 용처 깊은 곳에 쓰지 않으면 녹슬기 마련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언처럼 몇몇 탐관오리를 겨냥해 만든 공직자윤리법이 때에 따라선 인재를 가려 쓰지 못하는 모순적 법령으로 국익에 크나 큰 손실이 되고 있다.

삿갓에 도롱이 입고 細雨中에 호미메고
山田을 흩매다가 녹음에 누웠으니
목동이 牛羊을 몰아다가 잠든 나를 깨와다 -방촌 황희-

이렇듯 높은 기재를 지닌 정승 황희는 고려의 충신으로 조선시대에 들어서도 태종 이방원, 제4대왕 세종대의 재상으로 장장18년 동안 국정을 총리하는 영의정부사로 재임, 4군6진을 개척하고 외교와 문물제도를 정비, 집현전을 중심으로 문물의 진흥을 이끄는 등 세종의 태평성세에 크게 기여했으며, 조선최고의 청백리로 후세에 이름을 남겼다.

‘보직·직급 조루증’ 得보다 失커

뜬금없이 청백리의 표상인 황희 이야기냐고 하겠지만 재능 뛰어나고 일 잘하고 신망높은 고위공직자를 국세청만큼 ‘인정사정’없이 내치는 공직사회도 없기 때문이다.

통상 재임기간 짧게는 6개월 길어야 1년의 지방청장 자리, 일선 세무서장도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이현동 국세청장 부임이후 다소 재임수명이 길어지긴 해도 도토리 키 재기이다. 이렇게 짧은 재임기간의 장단점을 따져 봐야한다. 토착비리와의 유착 우려 및 인사적체 해소, 창의력 증진의 명분은 우수인재를 조기에 잃는 손실에 비해 선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하며, 국세청이 인사정책 난맥에서 벗어나려면 18년 명재상의 기개와 인재의 능력을 발굴할 줄 아는 세종대왕의 강건한 인사제도를 되새겨 볼 가치가 있음을 깨우쳐야 한다.

이제 우수한 인재를 ‘인사를 위한 인사’에 의해 팽개친다는 인사정책의 모순은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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