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6:13 (금)
[칼럼] ‘은둔형 국세청’에 대한 평가
[칼럼] ‘은둔형 국세청’에 대한 평가
  • 日刊 NTN
  • 승인 2013.01.03 0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창영(본지 편집국장)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요즘 세정가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박근혜 정부’ 첫 국세청장은 누가되나”로 쏠리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본격적인 ‘핵심구상’과 맞물려 이 같은 상황은 증폭되고 있다. 당연한 현상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확실’에 가까운 새 국세청장의 유력 후보를 거론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을 감안한다면 솔직히 하마평조차 부담스러운 분위기임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예상구도’는 하루가 다르게 채색돼 가고 있다.

새정부 첫 국세청장에 대한 관심 가운데 의미있는 대목이 있다면 과연 새 국세청장이 국세청 내부에서 발탁 임명되느냐, 아니면 외부인이 국세청장으로 수혈되느냐이다. 현 단계에서 세정가의 예민한 시선이 모아지는 대목은 ‘누가 되느냐’보다 ‘어떤 출신 인사가 임명되느냐’로 모아지는 분위기이다.

벌써부터 새 국세청장을 두고 ‘외부수혈’과 ‘내부승진’의 당위성 주장이 예민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 이 같은 분위기를 받쳐준다. 세정가에는 “재정확보가 최우선 과제인 ‘박근혜 정부’에서는 세정 전문인 국세청장이 정답이다”라는 국세청 내부를 중심으로 한 주장이 짙게 깔려있다.

어려운 여건 불구하고 재정 확실히 조달하는 ‘전문기술’이 정말 중요한 시기라는 점도 강조된다. 간신히 이어졌던 이현동 국세청장의 내부승진 기용 전통이 계속 이어져 국세행정의 전문성이 살려지고 이어져야 한다는 논리는 기본이다.

반면, 국세청이 전문성을 이유로 그동안 단단한 울타리를 치고 배타적으로 운영돼와 각종 비리와 부조리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고, 편중인사 등 인사불편의 도마에 단골로 올랐던 폐쇄적 운영이 이번 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개혁’돼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가재정조달이라는 막중한 임무와 과세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국세청이 ‘은둔형 국세청과 국세청장’으로 운영돼 자정능력을 저하시킨데 대한 평가를 이번 국세청장 인사로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성의 중요함은 인정하면서도 시스템 세정으로 맞받아친다.

세상에는 벌써 새 국세청장 후보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지역과 임용배경의 안배는 물론, 소위 권력기관장들의 지역안배까지 계산에 넣고 그럴듯하게 분석 포장된 국세청장 후보의 이름이 바삐 돌아가고 있다. 아마 국세청장 하마평 중에서 이번처럼 외부인사 이름이 많이 거명되는 예도 드물었다. 물론 국세청 내부승진에 대한 예상도 돈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취임이후 줄곧 국세청 고유업무에 대해 아주 강하게 강조해왔다. 그는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출범시기에 겪었던 ‘위기의 국세청’을 자신이 맨 앞에서 직접 겪었기 때문에 외부충격에 대한 국세청의 내성강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치밀한 준비에 앞서 국세청장마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국민과 함께했던 열린 세정과 따뜻한 세정의 후폭풍은 국세청을 한방에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후 끝없는 추락의 끝에서 그나마 국세청을 구한 것이 ‘본연의 임무’였던 것을 경험한 이 청장으로서는 이 것이 최상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 청장은 국세청 운영의 맨 앞에 ‘법과 원칙이 바로선 반듯한 국세청’이 늘 붙였으며 일종의 신념으로 국세청 대외활동을 적극 자제해 왔다. 세정가에서 ‘수도승’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이 청장 자신이 앞장서 ‘내치’에만 주력했다.

이 청장의 이 같은 노력으로 국세청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정서가 생겨났다. 승진자 가족을 모두 초청해 국세청장과 함께 요식적인 행사가 아닌 ‘축하잔치’를 여는 등 국세청장의 새로운 이미지를 심었다. 단적인 예에 불과 하지만 일종의 국세청 ‘문화코드’를 만들었다.

신고행정은 물론 말 많고 탈 많은 세무조사 분야에서도 뚝심에 가까운 추진력을 발휘하며 초대형 세무조사를 외풍없이 밀어 붙여 ‘불통 국세청’의 강한 이미지를 심었다. 이런 기조 속에서도 이명박 정부 국정과제와는 밀리미터 오차까지 챙기며 소리없이 보조를 맞췄다.

백용호·이현동 청장으로 이어지며 국세청이 외양상 은둔에 가까운 내실에 주력한 것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외부에까지 그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는 않았다. 아직도 각종 비위에 연루돼 지면을 장식하는 세무부조리가 끊임없이 발생되고 있고, 국민들은 그때마다 예전처럼 ‘울타리 국세청’을 떠올리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국세청과 국세행정이 개혁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바로 이런 연장선상에서의 해석이 가능하다.

그들이 내부적으로 정비하고, 밖에 기웃거리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축하잔치 열고 하는 것은 납세자인 국민들은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다. 되레 ‘국세행정이 국민과 함께 잘 가겠습니다’ ‘납세자를 주인으로 모시겠습니다’는 등 장밋빛 수사일지언정 ‘듣던 노래’마저 끊어지자 더 적막해진 느낌이 드는 것이 오히려 현실이다. 자연스럽게 소통의 문제가 등장한다.

새정부 첫 국세청장에 대한 관전 포인트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은둔형 국세청과 국세청장이 어떻게 평가 받는가”이다. 이는 단지 시대와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향후 국세행정과 국세청이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이 되기 때문이다.

새 국세청장이 국세청 내부승진이냐, 아니냐에 따라 지난 4년여 동안 국세행정의 간판이었던 ‘은둔형 온상’의 존속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이를 주도해 온 국세청과 국세청장에 대한 평가도 이어질 것이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