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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국정원 해킹의 비밀과 거짓말
[CEO칼럼]국정원 해킹의 비밀과 거짓말
  • 일간NTN
  • 승인 2015.07.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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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신코리아 대표 한승범

어려서 꿈이 영화 007과 같은 정보기관 첩보원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인가 국정원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2000년대 초 국정원 지역전문가 박사 공채에 지원해 최종 3배수까지 올라갔다. 합격을 99.9% 확신하고 있다가 낙방한 뒤, 너무 낙담해 심각하게 한강다리를 찾았던 기억이 있다. 동네방네 국정원에 합격한다고 소문을 낸 상태로 낙방의 부끄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몇 년 뒤 국제 세미나에서 참석했다가 주한 고위 외교관과 만나게 되었다. 문제는 그가 정보국 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란 점이었다. 당시 대학 연구원에 불과한 필자에게 너무 친밀하게 접근해 국정원 해당국 요원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후 몇 년간 외교관과 수십 차례 만나며 친분을 쌓아나갔다. 한 번은 필자의 핸드폰이 외교관 손에 고의적으로 넘겨져 낱낱이 분석되어졌고, 또 한 번은 외교관과의 술자리에서 이상하게 술에 급격히 취해 정신을 잃었다가, 핸드폰이 이상한 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집에 도둑이 들어 귀중품과 현금은 손도 안 되고, 미화 1000달러만 없어지는 희한한 일도 벌어졌다. 그 외교관이 귀국하며 더 이상의 교류는 없었다.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의 피 튀기는 싸움을 지켜본 입장에서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경쟁력은 외국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다. 당시 필자의 핸드폰은 국정원에 의해 감청된다는 전제하에 사용하였다. 문제의 외교관은 절대로 핸드폰으로 필자에게 전화를 거는 법이 없었다. 늘 공중전화를 이용했다. 그게 편하다고.

요즘 국정원이 해킹으로 난리다. 예전에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리던’ 국정원이 요즘은 코흘리개에게도 무시당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야당의원, 시민단체, 네티즌, 블로거 들은 국정원만 관련되면 무슨 악의 화신인양 온갖 비난을 퍼붓는다. 위기관리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국정원은 우리나라 그 어떤 조직보다 온라인평판 공격에 취약한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왜 그럴까?

미군부대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일년간 야학교사를 한 적이 있었다. 야학에서 국영수만 가르친 것이 아니라 대자적 노동자(노동투사)로 만들기 위해 각종 세미나도 비밀리에 했기에 늘 불안했었다. 하루는 야학 앞의 전봇대에 이상한 송수신기 같은 것을 확인하고 밤에 몰래 올라가 부수고 도망갔다. 지금 생각하면 평범한 통신장비였는데 당시 도·감청 장비라고 오인했던 것이다. 국가보안법에 저촉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늘 조심하고 조심하던 시절이었다.

바로 이런 국정원에 대한 공포심이 아직도 우리에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국정원에 대한 일말의 동정심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국정원은 노태우정부 때부터 김대중정부까지 소위 ‘미림팀’을 가동해 언론인·정치인 등 사회고위층 5000여명을 상대로 불법적인 도청을 자행한 전력이 있다. 그것도 대통령 승인 하에. 그래서 국정원이 하는 말은 모두가 거짓말이란 불신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이다.

필자가 아는 한 국정원의 정보능력은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반(反) 국정원 세력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진당의 이석기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국가보안법이나 국정원을 무서워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은가?

비대칭전력의 핵심으로 북한은 핵과 해킹을 선택했다. 북한 해킹 수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높다. 거기에다 국정원은 무슨 ‘유리알 지갑’처럼 일거수일투족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 북한 해커 입장에서는 더 없이 좋은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제2연평해전에서 정치적 이유로 손발이 묶인 우리 장병들이 전사한 것과 매우 비슷한 상황이다.

국정원이 해킹해야할 대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국내에만도 체제전복을 노리는 수많은 간첩들과 종북세력들이 득실대고 있다. 미군부대가 있는 관계로 각국의 외국 스파이들이 한국에서 치열한 정보전을 펼치고 있다. 또 산업스파이들은 어떠한가? 단 하나의 도면 유출로 수십조의 국부가 유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막연한 공포심 혹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국정원의 손발을 묶는 것이 과연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지금 많은 사람들이 전봇대에 올라가 도·감청 장비를 부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안보’라는데 대한민국의 불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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