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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임환수 국세청장의 선택
[국세칼럼] 임환수 국세청장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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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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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본사 주필



임환수 국세청장이 취임 2년차에 들어섰다. 임 청장의 지나온 1년은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임 청장이 이끈 국세행정 1년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만 정리하자면 좀 특이하다.

국세행정이 난관을 극복하며 지향점으로 매진하는 과정에서 경직된 환경에 비해 ‘곧으면서도 유연하게 대응했다’는 쉽지 않은 표현으로 정리되고 있다.

경기부진과 세수부족이라는 악조건에서 ‘변화’와 ‘소통’을 강조하며 정공법으로, 때로는 역발상으로 국세행정을 이끌어 가는 임 청장의 고민이 이제는 세정 곳곳에 스며드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확실히 국세청 앞에 놓인 현재의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는 흔한 의미의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임 청장은 특유의 지휘력을 발휘하고 있다.

임 청장은 국세청 내에서 조사국장만 6번을 역임했다. 우리 세정사에 전무한 기록이며 후무할 가능성이 높은 진기록이다.

국세행정에서 조사 분야 업무는 말 그대로 ‘종합’이자 ‘토털’로 통한다. 세금의 부과 징수, 불복에 이르는 전 과정을 확실하게 꿰뚫고 체득하지 않으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업무다.

따라서 국세행정 실무의 도사(베테랑 직원)들이 진을 치고 있는 조사국에서 그것도 행시출신인 임 청장이 이렇게 맹활약을 했다면 쉽게 말해 ‘뭔가 한 가닥’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 청장이 국세청장에 임명될 때 일부에서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조사 전문가를 청장에 앉혀 쥐어짜는 세정으로 세수를 충당하려는 포석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 놓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임 청장은 부족 세수 확보에 전력을 다했지만 선택은 ‘세무조사 강화’가 아니었고, ‘기본 충실’로 잡았다. 국세행정 업무를 꿰뚫고 있는 그의 저력이 감지되는 장면이다.

기준과 원칙을 강조하되, 시대적 상황을 감안한 정무적 판단으로 허를 챙기는 절묘한 조합이었다.



임 청장의 균공애민(세금을 고르게 하여 백성을 사랑한다) 세정 철학은 방법론에서 약팽소선(생선을 구울 때 너무 뒤집으면 부서진다)과 악수를 한다. 핵심 실무를 이끌어 가는 국세공무원들에게는 자중자애와 멸사봉공을 강조하면서도 운외창천(구름 밖으로 나가면 푸른 하늘이 있다)의 희망을 제시했다. 모두가 국가재원조달이라는 집액성구(힘을 모아 한 가지 일을 성취함)로 가는 과정이었다. (임 청장이 사용했던 사자성어)

국세청장이 절체절명의 세수부족 상황과 마주하면서 국세청의 위치를 스스로 ‘성실납세를 도와주는 기관’으로 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판단이다. 아울러 ‘탈세를 막아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국세청을 ‘성실납세자를 보호하는 기관’으로 공개 천명한 것은 결과적으로 세정에 대한 대국민 신뢰 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확보했다.

구호에 그치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다른 일 제쳐두고 우선적으로 납세자의 애로를 중점적으로 해결하는 ‘현장소통의 날’을 시행한 것도 새겨볼 만한 대목이었다.

발등의 불인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국세청이 태연하게 성실신고 지원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우려도 나왔다. 불과 얼마 전 노력세수를 강화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아픈 기억을 염두에 두며 ‘국세청이 아예 세수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자진신고 세수가 전체 세수의 90%를 훨씬 넘는 상황에서 자진신고 수준을 높이는 지원행정에 집중하는 것이 되레 정공법이었고, 결과는 뒷말이 크게 줄어든 세수로 확인되고 있다.

오해 가득한 2% 노력세수에 매달리다가 명분과 실리를 잃는 것보다, 큰 흐름을 유도해 세수도 확보하고 세정의 대국민 신뢰도 얻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세무조사를 강화하면 이를 담보로 자진신고 세수가 올라간다는 것이 그동안의 정설이었고 상식이었다. 그러나 지난 1년 국세청은 자진신고에 직접 공을 들이는 정공법을 선택했고 평가는 이르지만 긍정 분위기가 크게 형성되고 있다.



흔히 기준과 원칙은 ‘절대善’, 정무적 판단은 ‘짝짜꿍’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틈만 나면 부조리가 비집고 나오는 사례가 많아 일정한 선을 만들어 놓고 정확히 대입시키는 일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물론 의미 있는 인식이다.

그러나 기준과 원칙은 범위 설정 단계부터 함정이 많고, 복잡다단한 현상을 제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소위 넓은 의미의 ‘국가사무’를 의미하는 정무적 판단이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고 책임이 따르는 만큼 고민을 해야 하는 판단이다.

그동안 거의 금기시 되다시피 했지만 국세행정에서의 정무적 판단은 아주 중요하다. 국가 재정과 국민 재산권 사이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세정을 무 자르듯 할 수는 없다. 세수도 안되면서 말과 불만만 가중시키는 원인 중 상당수는 정무적 판단의 배제에서 찾아진다.

국세행정의 중심을 꿰뚫고 있는 임환수 청장은 말이 적고 마음이 큰 관료다. 자신 있기 때문에 기준과 원칙에다 과감하게 정무적 판단을 보완했다.

마음이 급하다고, 정해진 시간이 됐다고 무조건 생선을 뒤집을 수는 없다. 책임은 피할 수 있겠지만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궁극적 가치인 애민(愛民)과는 결정적으로 거리가 멀어진다.

임환수 국세청장 1년을 정리하면서 국세청은 이를 ‘역발상’이라고 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이는 시대적 상황에 기초한 것이었고, 책임질 각오하고 판단을 한 것이다.

임 청장의 2년차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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