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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본청 국감스케치]국세청 국감 단골메뉴는 ‘자료제출’
[국세청 본청 국감스케치]국세청 국감 단골메뉴는 ‘자료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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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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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환수 청장, 의원들 질타에 “납세자 정보 제출 곤란” 고수
 

올해도 어김없이 호통과 고성이 국감장을 울렸다. 기관장이 답변 도중 말을 잘린 적은 셀 수도 없다. 국정업무를 충실히 수행해오던 공무원들이 하루아침에 죄인이 된 사연은 단순하다. ‘자료제출’ 때문이다.

국세청 본청이 지난 오전 10시 세종2청사에서 올해 첫 국정감사의 발판을 밟았다.

본격적인 화포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세무조사 관련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국세청에 질타를 하면서 터졌다. “(세무조사 관련 혐의) 범죄행위로, 국세청이 제출을 안 하면 ‘범죄행위의 동업자’가 되는 겁니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기업에 대한 과세 정보를 제출할 수 없다. 국세기본법상 개별 납세자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추출할 수 없게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강도 높은 박 의원의 발언에 여야가 들썩였다. 강석훈 새누리당 간사는 “개인정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세청을 범죄 동업자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자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개인 납세 정보 부분을 블라인드 처리해 제출하거나 열람하게 하면 된다”며 즉각 지원에 나섰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 역시 의원실로 접수된 제보를 근거로 “박 의원의 말(범죄행위의 동업자)은 과하지 않다”고 발언하고 이후 여러 의원들의 반박과 말들이 오가면서 삽시간에 국감장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국세청은 삼성 하부기관이냐(김현미 의원)!”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타 역시 박 의원 못지 않았다.

단초는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이하 엔티스) 전동수 삼성SDS의 국회 증인출석요구문제 때문으로 국정감사에 앞서 국세청이 ‘삼성SDS는 개발 및 안정화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 국세청의 답변을 들어본 뒤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종합 국감시 추가 확인하면 될 것’이라며 김 의원의 요청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삼성SDS와 국세청간의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하는 의혹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삼성SDS가 엔티스 사업에 착수하기 전 삼성SDS 출신인 이철행 씨를 전산기획담당관으로 임명했다는 점, 삼성SDS가 최저 입찰가를 낸 SK C&C를 제치고 수의계약으로 낙찰된 점 등이다.

삼성SDS 관계자에 따르면, 국세청은 사업착수부터 앞으로도 계속 엔티스 관련 모든 언론 이슈를 국세청에서 대응하기로 이미 합의를 마쳤다. 엔티스는 정부자산이고 국세청 담당이기 때문이다. 과거 입찰 관련 업체간 땅따먹기식 비리의혹, 개발부실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삼성SDS는 철저히 사업수행자로만 남아 침묵을 지켰다. 

엔티스 의혹 관련 언론 취재가 들어오면, 국세청은 항상 ‘한점 부끄럼도 없다’는 입장을 굳세게 고수해왔다. 이같은 배경에서 보면 국세청이 삼성SDS를 대신해 답변을 하겠다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닌 것이다. 


“中企세무조사 줄인다더니 47% 증가…쥐어짜기 아닌가”


하지만,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전동수 삼성SDS 사장 문제를 집요하게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세청이 삼성SDS 사장의 증인 채택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며 “삼성의 하부기관이냐”고 질타했다.

다시 험악한 기류가 포착되자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진화에 나섰다.

강 의원은 “삼성SDS 사장에 대한 증인채택과 관련해 국세청이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며 “증인채택을 안 하기로 한 것처럼 말씀드리는 것은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환수 청장은 “구차한 변명을 드리지 않겠다”면서 “표현된 문구가 부적절했다”고 간략히 답변했다.

이외에도 야당에선 계속 자료제출을 왜 안 하느냐 개인정보 얻자고 이러는 건 아닌데 최소한의 공개라도 어려우냐고 거듭 문제가 제기됐고, 그럴 때마다 임 청장은 “개별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 드릴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같은 꼬리물기식 질의가 국감의 주인공이 된 것은 꼭 국세청이어서, 야당이어서 그렇다고 치부할 수 없다. 

모든 정부 공직자들은 직무상 비밀을 외부에 공개해선 안된다는 것을 금과옥조로 지켜오고 있다. 국세청은 아예 국세기본법 제81의13에 비밀유지조항으로 명시돼있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해서 국정감사 관련 법의 힘도 맹탕인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과 관련된 내용을 제외하고, 피감기관 공무원들은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해도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해두고 있다.

자료제출을 거부하려면 주무부장관이 소명을 해야 하고, 상임위는 주무부장관 소명이 정말 국익을 해치는 지 국무총리 소명을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절차는 작동된 것이 없으며, 공직자들의 직무상 비밀과 누가 더 옳은 지 재판을 한 적도 없다.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상임위 위원들은 피감기관에서 자료를 제출한 범위 내에서만 국감을 진행하거나, 혹은 정황상 의혹을 가지고 국감에 임할 수 없으며, 공직자들도 직무상 비밀을 굳게 지킨 채 묵묵히 질타를 감내할 수 밖에 없다.

‘맹탕’ 국감, ‘호통’ 국감이란 여론의 질타도 이렇게 반복되는 것이다.



표절논문에 1인당 1억원씩 뿌린 국비유학

국세청 국감에서 건설적으로 제기된 의제 중 돋보이는 사안은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헛돈만 쓴 국비 해외유학(국외훈련)’이다.

상당수 국감의제가 예상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박 의원의 의제는 매우 독특하면서도 신랄하다.

국세청에서는 전문성 육성이 필요한 직원을 선발해 국비로 유학을 보내준다. 국제 경쟁력 함양을 위해 경제개발기부터 지속된 전통 있는 제도다.

학비나 생활 걱정없이 공부만 할 수 있도록 교육비만이 아니라 생활비까지 국가가 대준다. 급여도 별도 지급된다.

해외유학 후엔 제대로 교육과정을 마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학을 다녀온 공무원은 반드시 국세청에 국외훈련 결과보고서(논문)를 제출해야 한다. 국세청 ‘국외훈련심의위원회’는 논문심사를 통해 제대로 혈세가 집행됐는지 감독해야 한다.

박 의원실은 이번 국감을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공동으로 지난 10년간 국세청에 제출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60명의 논문을 심의했다. 심의 기준은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기준에 맞췄다. 

그 결과 전체 논문의 68.3%(41명)가 남의 연구를 베꼈을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22명은 이 표절논문으로 학위까지 취득했다.

표절 의혹자 41명이 약 2년간 해외유학기간 동안 생활비와 학비 명목으로 지급된 돈은 총 38억6000만원, 1인당 환산하면 9427만원에 달했다.

특히 몇몇 논문들은 저자 이름만 바뀌었을 뿐 원문과 거의 내용이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된 표절대상은 한국 조세연구원의 연구보고서였으며, 국세청이 외부에 용역을 주고 받은 연구보고서도 표절대상으로 삼았다.

표절의심 명단에는 국세청 고위직 및 간부에 속하는 3급이 1명, 4급이 13명, 5급이 16명이 끼어 있었다. 이들 5급 이상 직원은 국세청 전체 인원의 약 6%지만, 표절의심 집단에선 73.2%나 됐다.

이를 걸러내야 할 국세청 ‘국외훈련심의위원회’는 아무런 작동도 하지 않았다. 표절에 눈감에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마저 가능한 대목이다. 인사혁신처는 이같은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전 부처를 대상으로 ‘표절, 인용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지침으로 내린 바 있다.

박 의원은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예산낭비가 심각하다”며 “이것이 공직사회의 관행이라면, 연수제도의 전면적인 조사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환수 청장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정신교육을 똑바로 시키겠다”며 시인했다.



지하경제 양성화 실적, 2조원이 허구?

역외탈세 등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 실적 부풀리기’도 도마 위에 집중적으로 올랐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국세청이 목표를 초과했다고 발표한 지난해 실적 3조7000억원의 지하경제 양성화 세입확충 실적은 자연증가분을 제외할 경우 5200억원에서 1조9300억원 정도가 과다 계상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현 정부의 공약실천을 위한 재원확보 수단인 지하경제 양성화 실적은 기존 국세청의 활동을 뛰어넘어 특별한 노력으로 증대시키는 세수를 의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현미 의원도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국세청이 지난해 지하경제 양성화 실적을 발표하면서 2013년 실적은 2012년보다 증가한 세입분에서 통상증가분을 제외한 2.1조원을 제출했지만, 2014년 실적까지 2012년 실적과 비교해서 3.7조원을 제출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복가산을 피하기 위해 2014년에도 2013년과 마찬가지로 전년대비 세입확충으로 실적을 잡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세청에서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2013년 실적 대비 2014년 실적을 계산한 결과 실제 실적은 1.4조원에 불과했다면, 역외탈세와 부당공제 감면 부문에선 아예 마이너스 실적까지 산출됐다고 전했다.

이를 토대로 지하경제양성화 실적을 다시 계산할 경우 2013년, 2014년 누적실적은 정부발표보다 2.2조원 낮은 3.5조원이 나온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현재 정부가 국세청에 지시한 지하경제양성화 목표는 현 정부 5년간 모두 18조원이다.

김 의원은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방법이 추가적이고 지속적인 세수확충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국세청은 억지로 숫자를 채우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치밀한 과세기반을 확충하고 과세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세정당국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지하경제 양성화 실적이 1조6000억원 정도 장부상 실적을 맞추기 위한 수치였다는 의문이 생긴다”면서 “지하경제 양성화의 각 분야별 실적은 감소하거나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오제세 의원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국세청에 외부감독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면서 “역외탈세 과세금의 60%가 불복하기 때문에 조사의 정밀도 및 소송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탈세에 조력하는 금융기관과 변호사, 세무사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단속 강화에 따라 은닉수법도 더욱 지능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단속 방법도 고도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무조사 3배 증가, 아픈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은 개인사업자 중 연 매출 1억원 이하인 영세 자영업자는 575명으로 2010년 188명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중견기업과 대기업 세무조사도 크게 늘었다.

세무조사를 받은 연매출 5000억원 이하의 중견기업은 512개로 2010년 348개에 비해 47%나 증가했다. 연매출 5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은 205개가 세무조사를 받아 2010년 111개보다 거의 두 배 가량 늘었다.

조사량 외에도 강도도 한층 높아졌다.

지난해 세무조사로 부과한 세액은 총 8조2972억원으로 지난 2010년 5조1324억원에 비해 3조원 이상 늘었다. 조사 건당 부과액은 4.87억원으로 2010년 2.83억원과 비교하면 70% 이상 늘었다.

2010년 1667건이었던 개인사업자 비정기조사는 2014년 2477건으로 520건이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법인사업자의 경우 400건 가까이 늘었다.

반면 납세자 권리보호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 권익을 보호하는 납세자보호 담당관은 지난 2010년 1607명에서 2013년 1542명으로 도리어 감소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서울지방국세청에서만 69명이나 줄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마치 국민들을 잠재적 탈세자로 취급하는 국세공무원의 고압적인 조사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힘없는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라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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