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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출범 한달 청년희망펀드, ‘기부쇼’는 이제 그만!
[취재수첩] 출범 한달 청년희망펀드, ‘기부쇼’는 이제 그만!
  • 이승구 기자
  • 승인 2015.11.02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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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액·구체적 쓰임새 불분명…대기업 잇단 거액 쾌척에 ‘반강제’·‘면피용’ 비난도
 

청년희망펀드가 출발한 지 한 달이 좀 넘었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못한 상황이다.

펀드 시작부터 모금 목표액이나 구체적인 쓰임새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최근 대기업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마치 앞다퉈 쾌척한 것에 대해 정부의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반강제’성 동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까지 점차 커져가는 분위기다.

원래 청년희망펀드란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를 통해 기부를 받아 조성하는 펀드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15일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한 희망펀드 모금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박 대통령은 같은 달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직후 이 펀드에 일시금으로 2000만 원을 기부하고, 이후 매달 월급의 20%인 340만 원을 기부하기로 약속하면서 1호 기부자로 참여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고, 이에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 공공기관장 등 정부 부처 수장들과 함께 새누리당 지도부가 잇따라 펀드 기부에 참여했다.

하지만 KEB하나은행이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 직원들에게 ‘1인 1좌 가입원칙’을 영업점에 내려보내면서 반강제적으로 이 펀드에 가입하라고 요구하는 문제가 불거지기도 해 기부 시작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또한 정부가 사회 지도층의 참여를 독려했지만 펀드가 조성된 9월 21일부터 한 달간 64억 원이 기부됐을 정도로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이러한 상황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0억 원,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이 200억 원을 기부하면서 약 한 달 만에 520억 원의 기금이 조성되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이어 대기업들의 ‘기부 러쉬’가 시작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100억 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100억 원, 최태원 SK회장도 100억 원을 청년희망펀드에 쾌척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대기업 총수들이 각 언론사에 대문짝 만한 얼굴 사진과 함께 거액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서로 앞다퉈 내느라 애면글면하던 모습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물론 정부는 청년희망펀드 조성 당시 대기업 기부는 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지만, 이렇듯 갑작스런 재계의 움직임은 정부의 반강제적 기부 압박이 없이 과연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또한, 재계가 경쟁적으로 거액을 기부하는 데 대해서도 그동안 재계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이런 뭉칫돈을 쾌척해 그동안 '천문학적인 사내 유보금을 쌓아둔 채 정작 일자리 창출은 외면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서둘러 벗어나기 위한 ‘면피용’ 성격의 기부가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청년희망펀드는 애초에 모금 목표액도, 구체적인 쓰임새도 정하지 않은 채 출발부터 했기 때문에 과연 이 펀드가 그 이름대로 청년들의 취업난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될지도 의심이 간다.

특히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적절한 정책을 세우고 그에 맞는 법령과 예산을 짜는 것이 아니라 기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그 첫 단추를 잘못 뀄다는 비판도 거세다.

조성된 지 이제 한 달째가 된 청년희망펀드가 비록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도 모르게 하라’는 기부의 철학은 망각했다손 치더라도 '헬(Hell) 조선' ‘5포 세대’로 통칭되는 이 시대 젊은 청춘들에게 ‘가진 자의 돈의 횡포’로 각인되면서 또다시 가슴에 못질하는 우(愚)를 범치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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