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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세무사, ‘개미에서 거미로…’
[국세칼럼] 세무사, ‘개미에서 거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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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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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본사 주필



세무에 관한 전문직으로 각광 받아온 세무사 업계의 현실은 찬바람이다.

업력이 풍부한 고참 세무사들은 확실하게 달라진 여건을 실감한다며 앓는 소리를 낸지 오래고, 합격의 영광을 뒤로 하고 이제 막 수습을 마친 새내기 세무사들은 알몸으로 비바람 몰아치는 광야에 나와 있다고 하소연이다.

문제는 뼈 속까지 시리게 하는 당장의 세찬 비바람이 아니라, 이 바람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다. 아니 어쩌면 이 비바람은 이제 시작일 것이라는 불안감이 세무사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최고 인기를 누리는 포털사이트에서 ‘세무사’를 검색하면 곧바로 ‘세무사 전망’이 따라 올라 오는데 여기 게시된 글들은 말 그대로 회색빛이다.

전문 자격사 공급과잉으로 전체 자격사들이 심각한 변환기를 맞고 있다고는 하지만 태생적 한계로 직역이 불안하기만 한 세무사 업계의 경우 우왕좌왕하는 현상으로까지 비춰지고 있다.

특히 세무사 업계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 할 젊은 세무사들의 현실이 심각하다. 과거 잘나가던 시절의 세무사는 냄새도 맡지 못했던 이들은 지금 단지 생존을 위해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포기한다면서 다양한 ‘교배’를 시도하고 있다.

선호도가 높은 다른 자격사 취득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경영지도사, 공인중개사를 비롯해 무차별적으로 주변 자격 취득에 나서는 현상은 관심 있게 볼 대목이다.

냉골 같기만 한 청년 취업난 시절에 그래도 세무사 자격이 있으면 ‘그게 어디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젊은 세무사들은 ‘열정 페이 80만원’ 시대에 ‘100만원 수습’으로 시작한다는 차이가 존재할 뿐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대응하고 있다.

고참 세무사들은 끝 모르게 전개되는 출혈경쟁에 한숨을 쉬면서 ‘이제 이것도 끝이다’를 되뇌이고 있고, 개업은 꿈도 꾸지 못하는 젊은 세무사들은 ‘이건 아니다’를 심각하게 체감하고 있다.

솔직히 지금은 ‘세무사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에 아무도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성실 근면을 최우선으로 삼고,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협력을 중시하는 이른바 ‘개미형 세무사’는 이제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것이 젊은 세무사들 사이에서는 정설로 자리 잡고 있다. 

젊은 세무사들은 아무리 성실하게 노력해도 ‘은마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요즘 젊은 세무사들은 ‘거미형 세무사’로의 변신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독립적이며 자기계발을 중시하고, 단단한 망을 쳐서 뛰어난 정보력과 융합력을 확보해야만 그나마 생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특히 세무사사무소 업무 특성상 엄청난 노동 강도에 대한 문제도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세무사 지망생들이 모이는 사이트에서는 세무사 업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난무한다. 수습 마친 3년차 연봉이 얼마인데 근무 세무사로 자리 잡는 순간 연중 7월까지는 무휴에 가까운데다 월 초반 정상퇴근, 중반 야근, 후반 밤샘이라는 공식을 거론하면서 ‘세무사 직무’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지금 같은 경기에, 과당경쟁에, 배고픈 줄 모르는 소리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세무사 업계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젊은 세무사들이 입문과 동시에 느끼는 근본적 좌절감에 가까운 불안은 이제 심각하게 해법을 모색할 시기가 됐다는 의견이 많다.

여기에다 세상은 급하게 바뀌며 새로운 사무환경을 끊임없이 토해내고 있는데 세무사 업계는 적극적인 변화수용 보다는 지극히 과거에 집착하는, 구토수호(舊土守護)에 목을 매는 상황을 두고도 젊은 세무사들은 ‘세무사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세무사 제도 발전’을 위한 노력까지도 마치 문전옥답에서 살아 온 시절을 생각하며 기득권에만 매달리려는 노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단결 잘 되기로 정평이 나 있던 세무사업계 내부적으로 치열한 ‘갈등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복잡하게 변해가는 자격사 시장 현실에서 세무사의 묵은 고민을 ‘한 칼’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세무사의 경우 지나온 어정쩡한 50년을 정확하게 되돌아보고 현실에 맞는 정체성과 위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제 그 시기가 됐다.

안타깝게도 세무사에게는 ‘세무사만이 할 수 있는’ 확고부동한 독립된 직역이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서 출발된다. 자격사에게 부여된 확고한 ‘직무 코어’가 불분명하다보니 상황이 조금만 달라져도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다.

세무사 자격을 취득한 꿈나무 세무사들이 공인회계사나 경영지도사, 공인중개사에 매달리며 ‘거미’처럼 살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는 이유도 어쩌면 세무사가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기본인 ‘직무’가 원초적인 갈증구조를 갖고 있는데서 나온 것일 수 있다.

또 엄밀하게 보면 세무사 직무 중에는 ‘국가사무 대행’이 주류인데 ‘국가’인 세무당국의 과세 공권력이 관리감독에서 서비스로 바뀌는 상황도 이제 면밀하게 짚어봐야 할 때가 됐다.

당장 불가능해 보이고, 어렵고 힘들겠지만 ‘세무사 직무’의 혁신적인 재검토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미 위기를 감지한 세무사들이 ‘개미’에서 ‘거미’로 옮겨 가고 있다. 따라서 세무사 제도가 유지되려면 환경에 맞는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미안하지만 지금까지 해 온 세무사의 ‘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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