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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칼럼] 애물단지 해외자산
[세상칼럼] 애물단지 해외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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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0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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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본사 논설위원

진 대표는 서울에서 홀로 사업을 하고 있다. 퇴근해도 반겨줄 가족이 국내엔 없다. 자녀와 부인을 모두 미국으로 보낸 기러기 아빠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유학 보내다 보니 엄마가 따라갔다. 한국이 유례없는 압축성장을 해낸 그늘에는 헌신적인 교육 투자가 크게 작용한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어느 날 그에게 국세청에서 거액의 과태료를 내라는 안내문이 왔다. 알고 보니 전후 사정은 이러하였다.

미국에 자녀가 머물 집이 필요하였는데 매달 월세를 내서 미국 경제만 도와주느니 미국 주택 경기도 회복되어가는 터라 투자자산으로 집을 샀다는 거다.

그런데 집을 사느라 송금한 돈이 화근이었다. 미국 계좌에 잠시 넣어두었던 그 돈이 국세청에 파악되었고(과세관청의 정보수집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해외계좌를 국세청에 무신고하였다 하여 예치금액의 10%를 과태료로 내라는 거였다. 무려 집값의 10분의 1이었다(지금은 과태료가 20%로 강화되었다).

진 대표는 매우 놀랐다. 보통사람이 그런 규정을 알 수도 없거니와 상식적으로도 수긍이 가지 않았다. 주택 매입대금을 잠시 예치해두었다가 곧 정산해줘서 은행에 오래 머무른 것도 아닌 터라 잊고 있었는데 뒤늦게 손재수로 나타난 거였다.

대리인은 과태료 면제 규정이 없을지 살펴보니 1/2 감경 규정을 찾았단다. 대리인은 그가 선의의 무신고자인 점, 그 성격이 단발성 송금인 점, 일시적인 예치금이었던 점 등을 설명하고 과태료 면제까지는 못해주더라도 감경 규정이 있으니 그거라도 적용하여 줄 것을 간청하였단다.

그에 대한 재미있는(?) 답변인 즉, 새로운 제도라서 감경 규정이 있긴 하나 적용 전례가 없어 감경이 곤란하다 하더란다. 아니! 전례를 만들지 않으면서 전례가 없다 하면 신법 규정들은 도대체 어디에 가서 전례를 찾아올 것인가. 결국 그는 집값의 십분의 일을 과태료로 내고 말았다.

이제 내년부터는 국가간 각종 정보교환의 활성화로 인하여 해외에 잠시라도 계좌를 열었던 분들은 적잖이 과태료 초대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규정은 무신고시 해외 예치 잔고의 20%를 과태료로 매기는데 그것도 매년 반복적으로 매기므로 5년이면 원본이 날아간다.

이게 다가 아니다. 예금의 성격을 따져 소득세나 증여세를 또 매긴다. 증여세는 과거 15년 전까지 소급하니 50% 증여세율에 무신고 가산세는 물론이고 이자성격의 미납 가산세(약 10%)씩 부과하다 보면 원본보다 세금이 훨씬 더 커진다.

게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도 받아야 한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금쪽 같은 돈이 애물단지 화약고이다. 이런저런 일상 생활성 무신고 등에는 국세청이 감경 가이드라인을 적극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과태료를 거두어 가는 데만 적극적이고 국회가 만들어 준 감경 규정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며 소극적인 것은 따뜻한 세정이 아니다. 어디 이 뿐이랴. 사실 법을 몰라 낭패를 보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생활 세법인 듯하다.

세무전문가들을 찾는 분들의 많은 사연들을 보면 조금만 상식이 있었더라도 안 낼 세금과 과태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섬세한 관심을 보일 때 국세청은 비로소 NTS 즉 National Tax의 ‘Service’ 기관이 될 것이다.

시의적절하게도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애물단지 해외계좌 자진신고를 6개월간 받겠다고 공표하였다. 이 기간 안에 해외재산을 납세자 스스로 신고하고 관련 세금(소득세 및 증여세 누락분)을 납부하는 경우 이에 대한 무신고 가산세와 과태료를 면제하고, 조세포탈혐의나 외국환거래신고위반 등 관련 저촉사항에 대하여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이야말로 도랑치고 게 잡는 행정이다. 규정이 워낙 엄중하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많은 이들이 이번 기회에 해외 재산을 합법적으로 노출시킬 절호의 기회가 된 거다. 해외 재산이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등에서 자유롭게 반입될 수 있어 세원도 노출시키고 관련 세금도 거둘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이런 자수기간 제공은 그간 OECD 국가들에서 성공적인 전례가 많아 우리도 역외 재산의 양성화에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호주에서도 이를 시행하여 세원도 개발하고 부수적으로 5천억원의 세수도 올렸다.

국내외 금융거래 정보의 총 집합지인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활약은 물론, 미국의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FATCA), 싱가포르 및 홍콩 등 90여 개국과의 다자간 조세정보 교환 등 국제공조가 날로 강화되고 있어 미신고된 해외 소득이나 재산에 대한 적발 가능성은 현저히 높아지고 있다.

역외재산은 민감한 내용들이 많으므로 차제에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내년 3월말까지 자진신고서 등 관련서류를 작성하여 납세지 관할 지방국세청에 제출하면 기획재정부에 설치된 자진신고 기획단에서 최종 검토 확인을 하고 형사 처벌 등을 면제 종결하여 주게 되므로 적극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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