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주들이 외국인 투자자의 연말 매도 공세에 줄줄이 52주 신저가로 추락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12월1일~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이 모두 97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7개)에 비해 3배 넘는 수치다.
특히 업종을 대표하는 대형주들도 신저가 행렬에 대거 동참해 눈길을 끈다.
지난 11일 SK하이닉스[000660]는 2만9천850원에 장을 마치며 2년2개월 만에 3만원대가 붕괴됐다.
장중 2만9천6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도 경신했다. 전세계 IT 수요 둔화와 중국의 반도체 시장 진출 움직임 등이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탓이다.
올해 내리막길을 걸어온 포스코[005490]는 지난 9일 장중 16만5천원까지 내려가며 또 신저가를 새로 썼다. 이는 연초 대비 40% 넘게 떨어진 수치다.
지난 11일 호텔신라[008770]도 면세점 사업 경쟁 심화 등에 대한 우려로 장중 7만8천500원까지 떨어졌고, 현대건설[000720]도 저유가로 중동 지역의 발주가 축소될 것이란 관측 속에 52주 신저가(2만8천400원)를 기록했다.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도 지난 9일 각각 장중 2만7천100원, 4천300원까지 내려앉았다.
저유가로 인한 유류비 절감 효과보다 유럽 및 중국 경기 불안, 원화 약세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연말 산타랠리 실종에 증권주들도 연일 울상이다.
이달 들어 삼성증권[016360], 현대증권[003450], 미래에셋증권[037620], 유안타증권[003470], 신영증권[001720] 등이 모두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종목마다 개별 악재를 지니고 있지만, 시장 전반적으로 외국인의 '팔자' 행진에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시장에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15∼16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천70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산타랠리와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멀리 사라진 듯하다"며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관망심리가 팽배한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또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대내외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