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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세금 절벽’의 조짐들
[국세칼럼] ‘세금 절벽’의 조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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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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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본사 주필



‘희망’을 염원하며 시작한 2015년 대한민국 경제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곳곳에서 위기경보와 비상등으로 대변되고 있다.

지면을 장식하는 경제현장의 목소리는 ‘절규’에 가깝다.

‘70% 세일 상품 30만원어치 이상 구매 시 제주도 항공권 사은품 증정’ 현수막이 거리에 휘날리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불안한 표정은 깊어지고 결국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돌아간다는 백화점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처참하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끝나자 곧바로 ‘K세일’에 돌입하는 등 연중무휴 세일로 연명해 나가고 있다. 명분만 생기면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파격적인 대책에 목숨을 걸고 있다.

명실공히 국내 1위를 자랑하는 롯데백화점이 지방 출장세일에 4회 연속으로 나설 정도로 고꾸라지는 경기에, 무너지는 매출에 체면을 던져 버릴 정도다.

소비심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이끌어 가던 핵심 업종의 추락은 심각한 상황을 넘고 있다.

조선소에 불이 꺼지고, 불야성을 이뤘던 주변 도시는 ‘디트로이트식 침몰’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불경기를 몰랐던 울산·거제의 경우 급락하는 지역경제에 따른 후폭풍이 태풍 수준으로 다가오고 있다.

회사를 나온 사람들이 거리에 넘치고, 부동산은 매물 풍년인데다 그동안 줄 서게 했던 장사는 완전히 사라졌다. 한국경제의 성장역사를 쓰며 역시 불경기와는 무관하게 성장해 온 포항시에는 최근 실직한 근로자들이 대거 대리운전에 나서면서 연초 500명 정도였던 대리기사 숫자가 1,000여 명을 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끙끙’대며 불씨를 지폈던 부동산은 수직하락의 전조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데다 서울 인기지역 도심이든 변두리 공장이든 구분할 것 없이 공실이 넘쳐나고 있다.

무엇보다 발 빠른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거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나이·직급을 넘어 대리·과장 출신 ‘푸른 낙엽’까지도 거리로 밀려 나오고 있다.

‘말이 씨가 된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말로 염려했던’ 골든타임이 지나가는 것을 체감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2015년을 보내는 오늘 우리경제의 실상이다. 더 두려운 것은 ‘경제는 멀리 있고, 정쟁은 코앞에 있는 현실’이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답이 없다’는 말이 차갑게 파고들고 있다.

이 처절한 상황에서 국세청은 올해 나름대로 상당한 ‘선방’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존재의 이유까지 들먹이며 지긋지긋하게 국세청을 짓눌렀던 ‘세수 펑크’의 악순환을 완벽하게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나름대로 세수확보를 위한 비상한 방안을 강구하고, 철저하게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일단 풀이되고 있다. 특히 이런 경기에서 불가능하다고 예상됐던 세수를 확보하고도 ‘말’이 엄청나게 줄었다는 점은 아주 인상적인 대목이다.

그 배경에는 한동안 ‘세무간섭’으로 비쳐 금기시했던 ‘사전신고 안내’를 주요 세목 신고에서 적극적으로 한 것이 주효했고, 최경환 경제팀의 ‘부양처방’ 뒷바람도 톡톡히 누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국세청이 올해 이룬 세수성과는 안으로는 주요 납세자를 대상으로 자진납세를 명분으로 소리 나지 않게 최대한 압박을 가한데다, 급추락하는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경기부양책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세목별 예상세수로 분석해 보면 답이 ‘딱’ 나온다.

한마디로 비장의 카드를 꺼내는 ‘노력’을 기울였고 여기에 운도 따른 것이다.

국세청이 나름대로 결과를 이뤄냈다고 하지만 제대로 편한 호흡을 할 처지는 아닌 상황이다. 세금은 경제의 결과물인데 경제가 바닥을 기다 못해 땅 속으로 들어가는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국세청’이라고 해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조선소에 짓는 배가 없고, 직원들이 감원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데다 임종 직전의 기업들이 손해 보고 던지는 물건이 ‘물가’로 자리매김하는 이 처절한 상황에서 ‘세수’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사치’일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드는 현실이다.

여기에다 악재는 쏟아진다. 미국발 금리인상에 항상 불안불안하고, 아무리 분칠을 해도 더 이상 좋아질 수 없는 2016년 경제성장률은 차라리 참담한 심경이다.

국민 먹고사는 문제가 이렇게 급박한데도 정치권은 이미 총선에 ‘올인’을 했고, 정부는 가물가물한 거리에서 고함만 지르고 있다. 총선 뒤에는 더 큰 일정이 이어진다.

이 상황에서 더 답답한 것은 내년 경제정책에서 정부가 더 이상 쓸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빚으로나마 경기부양 하는 것 등 이미 쓸 만한 것은 곶감 빼먹듯 올해 대부분 써먹었고, 이제 남은 것은 ‘고통 감내’를 호소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국세청도 신고에 앞서 눈 치켜뜨고 ‘알아서 잘 내시오!’하는 카드를 이미 지난해 쓴 데다 납세자(기업)들의 경제여건이 심각하게 추락하는 현실에서 이제는 별로 사용할 무기가 없다.

이유를 떠나 전체적으로 소득이 줄어드는 데 세금 더 내야 하는 상황을 납세자들이 올해처럼 숨죽이며 수긍하리라는 기대는 생각해 봐야 할 계산이다.

결국 납세자들이 급격한 여건악화로 세금을 내는 데 문제가 생기면 이는 곧바로 국가 재정악화로 이어지고, 쓸 방법 다 쓰고도 돈이 없는 정부는 곧 ‘재정절벽(Fiscal Cliff)’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세금절벽이 재정절벽으로, 그 다음은….

끔찍한 상황으로 가는 악순환의 초침이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는 데도 어찌 된 영문인지 세상의 시선은 한심한 게임에 몰려 있다.

정말 왜 이러나? “지금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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