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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砲音] 대구와 광주의 ‘이상한 선거’
[세종砲音] 대구와 광주의 ‘이상한 선거’
  • 日刊 NTN
  • 승인 2016.02.0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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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마케팅’하는 대구, ‘김대중 마케팅’하는 광주
지역구도 극복 역행하고 민심 왜곡할 위험성 크다

<영남일보 송국건 서울취재본부장>

대구, 광주는 각각 보수와 진보의 심장부다. 민주화 운동의 산물인 ‘1987 헌법’ 체제 이래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대구에선 민정당 계열(현 새누리당) 후보들이 몰표를 받았다. 자민련 돌풍이 불었던 1996년 15대 총선을 제외하곤 모든 선거구를 거의 싹쓸이 했다. 이에 질세라 광주에선 민주당 계열(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보수 후보가 진입할 틈을 주지 않았다.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는 고착화됐다. 그러다 2012년 19대 총선 때 지역구도에 균열이 오는 조짐이 보였다. 더민주 김부겸 후보가 대구 수성갑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광주 서구을에서 각각 40%대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정현은 이후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김부겸은 이후 대구시장 선거에서 다시 40%대 득표를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오는 4월13일 실시되는 20대 총선에서 만일 김부겸이 대구에서 이기면 이정현에게 승리를 안겨준 전남 유권자들에게 대구 유권자들이 맞장구를 치는 결과가 되기에 우리 헌정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쓰게 된다. 물론 김부겸의 당락은 온전히 대구 유권자들이 판단할 몫이지만 정치적으론 그런 결과가 생긴다는 얘기다. 당초 필자는 4·13 총선의 헌정사적 의미를 여기서 찾았다. 이번 선거에서 대구 유권자들이 부분적으로나마 마음의 문을 열지, 아니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할지 여부였다.

그렇지만 상황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구와 광주의 선거판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흐름은 기대와 정반대다. 광주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적통임을 서로 주장하는 세력이 경쟁적으로 ‘DJ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더민주는 DJ의 3남 김홍걸씨를 입당시켜 민주당 계열의 계승자를 자처한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은 권노갑 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 원로들을 붙잡고 호남민심은 자기들 편이라고 주장한다. 광주의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아예 ‘뉴 DJ 플랜’ 하나에만 매달리다가 안철수와 손을 잡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지역구도 극복이란 구호는 공허하다.

대구에선 새누리당 공천을 받으려는 예비후보 사이에 ‘박근혜 마케팅’이 한창이다. 박근혜정부 내각과 청와대 참모를 지낸 사람이 줄줄이 내려오면서 ‘진박’(眞朴) 논쟁까지 일어난다. ‘진박’을 자임하는 예비후보들은 ‘가박(假朴)’과 구별되겠다며 스크럼을 짰다. 새누리당의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같은 당 현역 국회의원과 맞붙은 자칭 ‘진박’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손을 들어주는 장면이 이제 어색하지 않게 됐다. 대구의 현역 의원들은 졸지에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배신의 정치’ 당사자, 심판의 대상이 됐다. 이런 구도에서도 지역주의 극복 구호가 설 땅은 없다.

광주의 ‘DJ 마케팅’, 대구의 ‘박근혜 마케팅’이 실제 선거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양 지역에서 모두 민심의 역풍을 맞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결국엔 ‘DJ 마니아’, ‘박근혜 콘크리트 지지층’이 결집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특정 정치지도자의 이름에만 의존해 선거를 치르는 건 낡은 방식이다. 꼭 그런 마케팅이 필요하다면 지역주민의 먹고 사는 문제, 정책공약도 함께 제시하고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냥 유권자들이 존경하는 인물이 내 편이라며 무작정 표를 달라는 건 그들이 존경하는 인물을 모독하는 일이다. 더 안타까운 건 광주와 대구에서의 DJ, 박근혜 마케팅에 밀려 지역구도 극복 구호는 ‘사치’가 돼버린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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