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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국세청은 왜 국민을 봐야 하나
[국세칼럼]국세청은 왜 국민을 봐야 하나
  • 정창영 기자
  • 승인 2016.02.15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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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본사 주필


“금년 여건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각고의 노력과 철저한 준비 없이는 세입예산 확보, 성실납세 지원, 탈세·체납 근절 등 그 어느 것 하나 쉽게 이룰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모두가 한마음으로, 끝까지 진력한다면 반드시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국민의 확고한 신뢰와 지지가 있어야 합니다. 국민 신뢰와 지지가 없다면 그 어떤 성과도 공허한 숫자에 불과합니다. 국세청의 지속적인 발전도 불가능합니다.

국민들은 개청 반세기를 맞는 국세청이 새롭게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으로는 준법과 청렴이 확고히 뿌리내린 공정하고 투명한 국세청! 밖으로는 성실납세를 발 벗고 지원하는 진정한 서비스 기관! 이것이 바로 국민이 기대하는 국세청,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새로운 국세청입니다.

가야 할 길은 명확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굽히지 않고, 국민에 대한 약속을 하나하나 실천합시다. 완전히 탈바꿈된 국세청을 위해서라면 저는 국세청장으로서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2만여 직원 모두 새로운 변화를 선도한다는 사명감,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자부심으로 자랑스러운 국세청, 당당한 국세청을 만들어 갑시다!”
(2016년 1월 28일 전국 세무관서장회의 ‘청장 인사말씀’ 중)

지난달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를 주재한 임환수 국세청장이 호소에 가깝게 읽어가던 인사말의 일부다. 아니 일부라기보다 앞뒤 아주 간략한 요식적 인사부분을 뺀다면 전문이다. 핵심은 ‘국민’과 ‘변화’다.

국세청과 국세행정의 현 단계와 지향점이 선명하게 들어있는 대목이어서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늘 강조하는 뻔한 말을 두고 무얼 그리 호들갑이냐고 핀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세밀한 시선으로 이 인사말을 살펴본다면 국세청과 국세행정이 생존하기 위해 이미 피할 수 없는 절실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 국세행정은 이제 과세를 단순 집행하는 ‘과세공권력의 구사’ 시대를 넘었다. ‘세법이 이러이러하니 잔말 말고 세금을 내시오!’로 일이 되던 시대가 아니다. 대통령이 세금 더 거둬 내라고 한다고 해서 되는 시절이 물론 아니고, 공평·친절 정도만 내세워도 어깨 으쓱하며 국세행정을 전개하던 시대는 지나도 벌써 지났다는 말이다.

오늘 국가가 거둬들이는 세금에는 세법에 앞서, 국세행정의 기술에 앞서 ‘국민’이 분명하게 들어있다. 과세공권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차원이 다른 가치가 들어있는 것이다.

이는 여론이나 민심의 문제를 지나 오늘을 움직이는 시대동력이다. 국민으로부터의 신뢰가 작동하지 않으면 털끝만한 일 하나도 진행이 어렵다. 세금영역의 문제만이 아니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모든 요소에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시대상황은 이미 국세청과 국세행정에도 반영되고 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인식’의 범위가 아주 좁다는 점이 ‘큰’ 문제다.

국세청이 세정의 핵심가치로 삼고 있는 것이 균공애민(均貢愛民)이다. 세금을 고르게 해서 국민을 위한다는 뜻이다. 세금 거두는 국세청이 백성을 사랑하는 가치를 명백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말은 곧 과세기술이 국민의 마음으로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다.

균공은 공평·친절과 같은 각론이고, 보다 궁극적인 가치인 총론을 애민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미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국민들도 이런 평범한 상식을 체득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체에 대한 존재감에 익숙해져 있다. 보다 현실감 있게 말한다면 지금의 우리 사회는 이런 기반에서 굴러가고 있고, 백성(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걷으면서 백성의 시선으로 보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당초 ‘균공애민’이 처음 등장했을 때 세정가가 받아들인 반응은 ‘맞는 말이다’ 정도였다. 솔직히 아직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과세공권력에 당하면서 살아온 세월 때문일까? 세금 전문가들조차 국세행정에 대해서는 강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 두려움을 덜 느끼고 납세자가 세금을 냈다면 거둔 측에서나, 대리를 한 측 모두 ‘해피’하게 생각하는 풍조가 우리의 세금 주변에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따라서 세금에 대해서는 굳이 ‘국민’을 염두에 두고 무엇을 한다는 것이 낯설고 어색한 것 또한 현실이다. 어찌보면 ‘갑’과 ‘을’이 굳건한 것이 세금을 둘러싼 역학이고 국세청, 세무대리인, 납세자 모두 이를 암묵적으로 수용해 오고 있는 분위기도 엄연히 존재한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빠르게 용도폐기 되는 이 같은 구도는 유독 국가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공권력’ 주변에 많이 남아있다. 그만큼 시대상황과 시대정신에 뒤떨어진다는 얘기고, 현실감을 멀리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세금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을 위해 쓰인다는 기본 중의 기본을 굳이 거론하는 것은 그런 세금에 ‘국민’이 정확하게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주제를 위해 부제가 맞게 성립되는 상식이 통용되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한 세금’, ‘국민에 의한 세금’, ‘국민의 세금’인데 우리는 아직 이런 기본적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 문제는 국민은 이미 느끼고 있는데 정작 가슴 속에 넣고 살아야 하는 국세청과 세무전문가들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제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당장 이 무시무시한 불경기에 세금을 거두겠다고 나서면서 주인인 국민의 힘(믿음)조차 얻지 않는다면 이는 단지 ‘용감’의 문제를 넘어 끔찍함으로 이어진다.

임환수 국세청장의 준법·청렴 호소가 심각하게 들려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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