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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스케치] 무의도의 봄빛을 찾아서
[여행 스케치] 무의도의 봄빛을 찾아서
  • 일간NTN
  • 승인 2016.03.12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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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룡곡산 정상에서 본 무의도 풍경

긴긴 겨울이 물러나고 햇살 보송한 이즈음이면 누구나 일상에서 하루쯤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찾아간 곳, 인천 무의도.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은 젊은 연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하나 둘 움을 틔우고 있는 나무들은 겨우내 못 나눴던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느라 여념이 없다.

무의도는 잠진도 선착장에서 뱃길로 10분이면 닿는 자그마한 섬이다. 섬을 자욱이 덮은 안개가 마치 옷자락을 나풀거리는 무희(舞姬)처럼 보인다고 해서 무의도(舞衣島)란 이름이 붙었다. 무의도의 얼굴은 하나개 해변이다. 선착장에서 20분쯤 떨어져 있다. 마치 동남아의 어느 해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곳이다.

하나개 해변은 물이 들면 수상가옥처럼 변했다가 빠지면 다리를 드러내는 방갈로가 있어 이국적인 풍취가 물씬 풍긴다. 해변 끄트머리에 있는 갯바위는 망둥어가 잘 잡히는 낚시터다. 해가 떨어질 무렵 불타는 듯한 노을이 걸쳐지면 하나개 해변은 그 어떤 표현으로도 담아낼 수 없는 절경을 보여준다.

하나개 해변

☞파도소리 새소리를 벗 삼아 호룡곡산으로 오르다

하나개해변에서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면 호룡곡산으로 오르는 기점이 나온다. 솔숲 우거진 길을 따라 걷노라면 비바람에 깎이고 닳아 생긴 기암괴석과 파도 철썩이는 바다가 길동무가 돼준다. 귓전을 맴도는 파도소리가 거문고 가락처럼 정겹다.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빼어난 호룡곡산(해발 244미터)은 서해에서 불어오는 계절풍이 마치 호랑이와 용이 뒤엉켜 싸우는 소리 같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 산행 기점은 보통 2군데로, 선착장이 있는 샘꾸미마을과 하나개 해변 입구다. 섬 남쪽 끝자락 소무의도에 오두마니 들어선 샘꾸미마을은 해안이 바위로 둘러싸여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이 자주 찾는다. 이곳에서 광명마을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마당바위를 거쳐 정상에 오른 다음 구름다리-국사봉-애기봉-큰무리마을 쪽으로 하산하면 된다. 어른 걸음으로 2시간 30분쯤 걸린다. 등산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호룡곡산 정상에서 국사봉 능선을 타지 말고 마당바위-부처바위-환상의길-하나개해변으로 내려오면 된다. 호룡곡산과 연결되는 국사봉은 큰무리마을이나 실미해변 쪽에서도 오를 수 있다. 호룡곡산 정상에 서면 조망이 탁월하다. 서해의 관문인 인천항과 인천대교, 인천국제공항이 손에 잡힐 듯하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연백반도와 태안반도까지도 보인다. 국사봉 능선에서 바라보는 사방 풍경도 일품. 하나개 해변과 실미해변을 비롯해 덕적도, 대청도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호룡곡산의 부처바위

☞아픈 역사를 간직한 실미도

산행을 마치고 영화 ‘실미도’를 찍은 현장으로 가보자. 하얀 모래사장과 소나무, 갯바위로 이루어진, 무의도에 딸린 새끼섬이다. 북파 공작을 위한 ‘684부대원들’의 비극이 서려 있는 실미도는 실미 해변과 마주하고 있다. 실미도가 간직한 아픈 역사는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1968년 1월 청와대에 침투하기 위해 무장공비들을 남파한 북한(김신조 사건)에 맞서 우리도 김일성을 죽일 목적으로 부대를 창설한다. 31명의 특수 부대원들은 실미도에서 3년 동안 지옥 같은 훈련을 받는데, 출정을 앞두고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남북이 화해 무드로 접어들었으니 없던 일로 하자’는 짧은 통지문이 그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부대원들은 결국 버림받고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이 같은 아픈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금 실미도는 아무 말이 없다.

‘큰무리’라고도 불리는 실미해변은 아름드리 솔숲이 둥그렇게 에워싸고 있다. 숲 속 벤치에 앉아 있으면 솔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길고 넓은 모래사장은 이곳만의 자랑거리. 왼쪽 모래언덕을 넘으면 또 하나의 해변이 펼쳐진다. 반달 모양으로 길쭉하게 둘러선 해변은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좋다.

물이 빠지면 해변과 실미도 사이에는 거대한 개펄과 모래톱이 드러난다. 이때를 맞춰 낙지와 민챙이, 칠게, 고동 등을 주울 수 있다. 개펄은 굴로 가득하다. 크고 작은 돌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굴을 따다 보면 짧은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갈고리로 굴을 깨서 담는 섬 할머니들도 보인다. 물이 빠지는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 실미 해변 옆 갯바위는 바다낚시 포인트. 우럭, 망둥어, 광어, 전어, 숭어 등이 잘 올라온다.

한편, 무의도에서 연륙교 건너로 보이는 소무의도에도 가보자. 섬을 한 바퀴 도는 무의바다누리길도 생겼다. 이 정겨운 길은 마주보는길, 떼무리길, 부처깨미길, 몽여해변길, 명사의해변길, 해녀섬길, 키작은소나무길 등 총 8구간으로 되어있는데 어느 쪽으로 가든 해안절벽과 기암괴석을 만날 수 있다. 곳곳에 전망데크와 포토존이 마련돼 있으며 넉넉잡아 2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다.

봄의 초입, 사랑이 있고 꿈이 있고 추억이 있는 무의도로 주말여행을 떠나보자. 솔 내음 바다내음 맡으며 등산도 하고 햇살 곱게 부서지는 해변을 거니노라면 몸과 마음이 물에 씻은 듯 상쾌해질 것이다.

다리로 연결된 소무의도

여행팁(지역번호 032)

◇가는 길=무의도와 실미도에 가려면 배편 시간과 물때를 잘 알아야 한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공항고속도로나 제2경인고속도로 끝머리에서 인천대교를 타고 가는 게 가장 빠르다. 영종대교를 지나 계속 직진하면 용유․무의도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를 보고 오른쪽으로 빠져서 10여분 정도 달리면 왼쪽으로 잠진도선착장이다. 선착장에선 무의도행 배가 아침 7시30분부터 30분 간격(주말에는 10-15분)으로 있다. 무의도해운(www.muuido.co.kr, 751-3354-6).

◇숙박=무의도/실미도에 펜션, 민박집이 여럿 있다. 빌리쉬펜션(751-7877), 효령펜션(752-5525), 바다풍경펜션(010-8280-8598), 리푸펜션(747-0053) 등. 주말에는 예약 필수.

◇맛집=섬 내에 번영횟집(752-7250), 큰무리식당(751-8822), 실미회식당(751-7778) 등이 있다.

(글쓴이: 김초록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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