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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砲音] 유승민, ‘배신자’ 혹은 ‘순교자’
[세종砲音] 유승민, ‘배신자’ 혹은 ‘순교자’
  • 일간NTN
  • 승인 2016.03.2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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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든 유승민이든 분명한 결정 속히 내리고 ‘배신의 정치’를 했는지' ‘보복 정치’ 희생양인지는 유권자의 선택에 맡겨야
 

<영남일보 송국건 서울취재본부장>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은 4·13 총선의 승부를 가를 ‘시한폭탄’이다. 언제, 어떻게 터질지에 따라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일단 유승민이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되면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당 지지층의 이탈이 줄을 이을 거란 여론조사 결과가 많다. 상당수 유권자들이 이를 ‘지나친 정치보복’으로 간주한다는 통계도 속속 나온다. ‘유승민 축출’에 총대를 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는 이유다. 정확히 말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딜레마다. 본인이 ‘배신의 정치’로 지목한 유승민이 다시 국회에 입성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런 메시지를 읽은 친박계 핵심에선 유승민의 ‘배신’을 유권자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그래야 유승민 공천배제에 따른 역풍이 가라앉는다.

이한구가 유승민에게 “스스로 결단하라”고 재촉하는 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공관위에서 당헌·당규와 정해진 공천 룰에 따라 판단해야 될 일을 공천을 신청한 당사자가 선택하라며 공을 넘기고 있다. 유승민에게 공천을 주지 않기로 이미 결정해 놓고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후보자가 알아서 물러나는 방식을 취해 달라는 요구다. 이 대목은 ‘배신자론’을 적용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유승민이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스스로 탈당해 주면 유승민에게 ‘배신자’의 굴레를 다시 한 번 씌울 수 있다. 유승민이 정치적으로 자신을 키워준 박근혜 대통령을 다시 버렸다는 식으로 여론전이 가능해진다.

이를 모를리 없는 유승민은 일주일째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가 있다. 공관위가 알아서 잘라달라는 무언의 항의다. 만일 유승민이 컷오프되는 방식으로 공천에서 탈락하면 ‘순교자’ 코스프레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게 바른 말을 하다가 원내대표 자리를 잃은 데 이어 금배지까지 날아가게 생겼다는 호소가 먹히게 된다. 이 경우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승부가 불투명하다. ‘박심’(朴心·박 대통령 생각)을 등에 업은 새누리당 공천자와 ‘박심’이 외면한 무소속 유승민 중 누굴 선택할지는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다. 다만, 대구에서 이기든 지든 차기 대선국면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승민 대망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유승민이 김무성 대표를 바짝 따라붙었다는 결과도 나왔다.(물론 여기엔 야당 지지층의 역선택이 상당수 반영됐다)

이한구와 유승민이 서로 결정을 떠넘기는 상황이 오는 24~25일로 예정된 후보등록일까지 이어질 거란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 양쪽 모두 결정을 하지 않으면 유승민은 공중에 붕 뜨게 된다. 공직선거법 49조는 ‘후보자 등록 기간 중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둘 이상의 당적을 가지고 있는 때에는 당해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유승민은 23일 자정까진 탈당을 해야 유권자 300명에서 500명 사이의 추천서를 받아 무소속 등록을 할 수 있다. 만일 유승민이 이 때까지 탈당하지 않으면 공관위가 24일이나 25일 특정인을 공천해 선관위에 접수해 버리면 그만이다. 결국 시간은 이한구의 편인 셈이다.

대구시민들은 그런 막장 드라마를 보고싶지 않다. 이한구든 유승민이든 하루 속히 분명한 결정을 해야 한다. 공관위가 유승민을 자르려면 빨리 자르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대안은 누구인지를 유권자 앞에 명쾌하게 설명해야 한다. 유승민도 칩거하며 취재진과 숨바꼭질을 할 게 아니라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혀야 한다. 유승민이 ‘배신자’인지 ‘순교자’인지는 양쪽의 시간싸움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고, 유권자들의 생각 속에 있다. <영남일보 송국건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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