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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흙수저, 샌더스, 그리고 우리
[국세칼럼]흙수저, 샌더스, 그리고 우리
  • 일간NTN
  • 승인 2016.04.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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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칼럼 김진웅

 돈을 잘 벌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근간으로한 서울대 의대 강영호 교수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소득계층별, 지역별 기대여명 격차가 무려 6년~12년까지 난다는 것이다.
 아는 로스쿨 교수에 따르면 학생 부모들의 소득 계급이 대략 상위 1% 수준이더라는 것이다(놀란 나머지 혹시 10% 아니냐고 되물었음). 그러다 보니 저소득 가계 학생에게 주어야 하는 장학금을 받아 갈 학생이 없어서 애먹었다고 한다.

 이렇듯 부와 소득이 사람의 수명뿐만 아니라 자녀의 사회적 신분까지 정해주다 보니 흙수저와 금수저 계급론이 설득력을 얻는 거다. ‘엎친 데 덮친다’고 IMF에서는 16일자로 아시아국가들의 경제불평등 보고서를 내놓았다.
 (우리의 심각한 소득불균형을 본지가 이미 다룬 바 있지만) 그 중 한국이 소득 불평등 1등 국가란다. 한국의 소득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1995년)에서 무려 45%(2013년)로 늘어나 아시아 국가 중 최악으로 집계되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면 성장의 속도와 지속성에 ‘버그’가 생긴단다. 소득의 불평등 확대는 빈곤층을 고착화하여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소득 불균형은 사회 구성원 바로 자신의 문제이자 풀어야 할 불가피한 정치 어젠다인 셈이다.

 미국도 경제불평등이 심하기로 유명한 나라다.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다 보니 대선 후보 예선 뉴스가 연일 톱 기사다. 여·야 양당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판 흙수저들이 모두 트럼프와 샌더스에게 몰리고 있어서다. 보수당에서는 호랑이 장가 가는 여름 비로만 알았던 트럼프가 질주하고 있고, 진보당에서는 무명의 샌더스가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보수당은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을 바이블로 여겨왔는데 트럼프는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이 미국 국민들의 직장을 빼앗아 가고 있다고 외치자 ‘angry white’(저학력 저소득 백인 계층)들이 환호하며 결집하고 있다.
 공화당은 당 정체성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트럼프의 질주를 어찌해야 할지 당황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심화되는 경제불평등을 타개하자는 샌더스에게 서민지지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불문하고 흙수저들이 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약 열흘 뒤에는 우리도 총선을 치른다. 우리도 흙수저들이 목소리를 낼 것인가? 우린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아무리 경제불평등이 우리네 수명을 달리하고 자식 인생을 판가름 짓더라도 우리 유권자들은 그런 소아적인(?) 이슈로 흥분하진 않을 것이다.

투표의 역설이지만 그렇다면 우리 서민들은 왜 저소득층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구사하는 진보를 외면하는 걸까? 그 해답은 사납금으로 매일 가슴 졸이며 사는 택시기사분들이 보인 반응으로 대신한다.
 “진보가 분배나 복지에서 서민을 대변한다는 건 잘 압니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을 가진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진보가 도저히 용납이 안됩니다. 그래서 북한과 싸우자는 보수를 지지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겁니다.”

 빈부격차나 자신의 복지 이슈마저 대결 이데올로기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생생히 보여주는 모습이다. 아직도 이념이 식탁 위의 빵보다 더 점화성이 크다는 증거다. 부자는 물론이거니와 매일 사납금에 쫓기며 사는 택시기사들마저 분배와 복지를 외면하고 보수를 택하는 한국의 정치 지형은 실로 특이한 현실이다.

 이러한 ‘초현실주의’는 결국 남북대치라는 특수상황에서 기인한다. 대결은 증오를 낳고, 증오 앞에서는 인권문제, 사회문제, 자신의 수명이나 자녀의 신분제 이슈마저도 한 없이 왜소해져 버리는 것이다.
 정치가 이데올로기의 수렁에 묶이면 환경, 인권, 경제민주화나 소득불균형 해소와 같은 유럽형 정책 어젠다들은 모두 날아가고 만다. 모름지기 정치는 이념 대립 보다는 새로운 생활 정책을 생산하여야 한다.
 OECD는 이미 적극적 재분배 정책을 천명한 바 있다.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첫번째 tool은 조세정책이다. 조세 개혁은 경제 전반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높인다’고 말한다.

 실행적 과제들로는 자본소득 과세화, super rich 세율 도입, 비과세나 감면의 사각지대 축소 등을 통해 부유층 세원을 넓혀가야 한다. OECD조차 부유층의 소득비중이 큰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권면하고 있다. 이렇듯 OECD조차 낙수효과(Trickle down)를 정면 부인하는입장이다.(*낙수효과이론: 부유층 소득을 늘려주면 이들은 투자와 소비를 늘려 성장률도 높아지고 저소득층도 따라서 잘살게 된다는 주장)

 4·13 총선을 목전에 두고 공천 후유증과 계파 싸움 소식 등 어두운 보도들이 연일 날아들고 있다. 선거철엔 이번이든 다음이든 유권자들이 먼저 후보의 정책을 물어야 하며, 후보들도 OECD 가 권면하는 경제정책이나 사회통합적 공생 정책을 연구하고 민생 비전을 제안하는 모습을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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