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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부동산 광풍 진원지 건설사 군기잡기
[FOCUS]부동산 광풍 진원지 건설사 군기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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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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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한라-벽산건설 급습, ‘특별세무조사'

회계장부·하드디스크 등 회계증빙자료 영치
   
 
  ▲ 포스코 분당 파크뷰 전경(상), 한라건설이 분양한 파주 눙정지구 한라 비발디 전경(하)  
 
신도시 고분양가 논란의 진원지로 지목된 몇몇 건설사들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정부의 11·15 부동산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국세청이 건설사의 고분양가 책정을 차단하기 위해 본격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오전 경기도 파주 신도시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한라건설과 서울 여의도 벽산건설 본사 경리 부서를 기습 방문, 경리 관련 서류와 회계장부, 하드디스크 등을 영치해갔다.

앞서 분양과정에서 고분양가로 논란을 빚은 한라건설 등에 대한 ‘손 봐주기' 차원이지만,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에게 “
분양가?, 알아서 책정해봐라"는 식의 엄포가 짙게 깔려있다.

한라·벽산건설 2곳 말고도 국세청은 세무조사가 진행중이거나 조만간 착수될 건설회사가 몇몇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등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세무조사의 예봉이 자신들에게로 향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고분양가의 진원지로 꼽힌 건설회사들의 세무조사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왜 특별조사인가?

국세청은 지난 15일 한라건설을 급습, 회계장부 등을 압수한데 이어 이튿날인 16일에는 서울 여의도 벽산건설 본사에서 관련 서류 등을 압수했다. 포스코건설과 SK건설, 코오롱건설, 성원건설, 두산산업개발, 동부건설 등에 대해서도 내사중이라는 소문이 국세청 주변에서 심심찮게 돌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다음 날인 17일 “최근 아파트 고분양가를 둘러싼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며 “부동산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일제 조사는 아니지만 제보 내용중 탈세의 신빙성이 있는 건설 시공사와 시행사를 골라 세무조사나 내사를 진행하고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한라건설과 벽산건설 등 건설사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은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킨 건설사를 직접 압박,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로 하여금 분양가를 끌어내리도록 하려는 목적.

건설사 입장에서도 기존의 높은 분양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분양가가 비싸다는 주민 비난이나 분양승인 과정에서 자치단체와 가격 줄다리기가 심해질 경우 국세청 세무조사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사전에 조사일정을 통보하고 방문하는 정기 세무조사가 아니라 대비할 틈을 주지않고 들이닥치는 특별 세무조사 형식을 취한 것만 봐도, ‘건설사 단체 군기잡기' 분위기가 역력하다. 벽산건설처럼 세무조사를 받은 지 5년가량 된 업체는 정기조사를 받을 만도 한데, 한라건설과 동시에 특별조사 대상에 선정된 배경을 두고도 여러 의견이 교차한다.

◈ 벽산, "우리가 왜?"

벽산건설측은 “우리가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된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의문을 표시했다. 세무조사를 받은 지 꽤 오래됐기 때문에 정기세무조사를 받으라고 하면 “당연히 받아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급습한 뒤 회계장부를 예고도 없이 영치해 가는 특별조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항변이다.

벽산건설의 한 관계자는 “다른 회사가 고분양가 책정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우리는 그런 게 전혀 없다"고 전제, “엄포 차원에서 조사를 나왔다하더라도, 하필 우리냐"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건설업체들도 “이번에 벽산이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1곳만 콕 찍어서 할 경우 표적조사 논란이 불거질 것을 의식, 고육책으로 벽산을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D 산업 관계자는 “한라건설은 확실히 고분양가 때문이며 벽산건설은 1곳만 조사하면 여론이 이상하게 여겨질까봐 동시에 다른 기업을 조사해야 했는데, 하필 벽산이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D 건설 관계자도 “건설업계에서 나름대로 많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제, “국세청이 한 곳만 조사하면 여론의 비판을 받을까봐 덤으로 벽산을 골랐다”며 “벽산이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 벽산건설중기산업, "우린 진짜 억울"

NTN의 단독 취재 결과, 벽산건설의 계열사 (주)인희가 벽산건설과 같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와 동시에 벽산건설중기산업이라는 회사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벽산건설중기산업측은 “이번 조사, 진짜 황당하고 억울하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벽산중기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벽산건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단순히 상호에 벽산이 붙어 있을 뿐인데 조사를 나온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벽산건설중기산업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벽산건설에서 분리, 상호만 벽산이 들어가 있을 뿐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조사를 받게 돼서 억울하다”덧붙였다.

아울러 “매출액 80억∼100억 원 정도 밖에 안되는 회사에 세무조사기간이 60일이나 되는 게 말이되냐"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 P 건설 등으로 확대되나?

건설업계는 한라·벽산건설에 대한 세무조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 지, 긴장하면서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P 건설 또는 S 건설, K 건설, S 건설, D 산업개발, D건설 등으로 조사의 예봉이 겨눠질 것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P 건설은 지난해 고분양가 논란을 겪으면서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대박 신화'를 창출해 부러움을 샀던 회사. 더욱이 지난해 P 본사가 세무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 또 P 건설이 조사를 받게 되면 그룹 전체가 적잖은 내상을 입게되리라는 불안에 휩싸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고분양가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S 건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이 회사는 특히 혐의가 뚜렷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한목소리다. 검찰조사가 형사상 책임을 가리는 것이라면, 곧바로 이어지는 국세청 세무조사로 경제적 응징이 들어가는 게 통상적인 수순이라는 것.

S 건설은 얼마전 서울 여의도에 주상복합 건물을 분양했는데, 전 계열사가 총동원돼 짭짤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 상위 건설사들, “나 떨고 있니?"

‘세무조사 괴담'에 시달리고 있는 P 건설은 당초 11월 분양 예정이던 동탄신도시 주상복합아파트 ‘메타폴리스'의 분양을 미루고 있다.

희망대로 평당 1400만~1500만원에 분양할 경우, 민심의 역풍은 물론 예견된 세무조사의 예봉이 더욱 날카롭게 파고들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P건설 관계자는 “정부의 집값 안정대책을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위치"라며 “아무래도 조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일부 업체에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건설사는 한 곳도 없다"며 "향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신청을 앞두고 있는 건설사들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 과정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 청주에서 2164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할 신영은 분양가를 평당 평균 1150만원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청주시와 지역 시민단체는 평당 1000만원을 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신영 관계자는 “대형 프로젝트 승인을 앞두고 건설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돼 분위기가좋지 않아 걱정"이라며 “가격 때문에 다음달 초로 예정된 분양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될까 비상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 매출액 대비 순익 고작 1.5%?

세무조사나 내사를 진행중인 지방국세청들은 건설사들이 토지 매입가 등 원가를 부풀려 이익을 적게 신고했는지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들의 탈세는 주로 토지매입원가 부풀리기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게 일용직 건설인부에게 지급하는 일당 등 인건비를 과대계상, 비용을 늘리는 방법. 실제 일 하지도 않은 인부들에게 일당을 준 것처럼 장부에 허위로 기재, 인건비를 부풀리는 수법은 이미 고전에 속한다. 이밖에 하청업체를 통해 공사원가를 과대계상하는 것도 잘 알려진 탈세 수법이다.

지난 2003년 당시 도급순위 1위인 현대건설(주)의 경우 매출액은 5조1523억원이었는데 순이익은 785억원에 불과했으며, 워크아웃 기업이라는 이유로 법인세는 전혀 내지 않았다. 또 당시 도급순위 2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매출 4조6305억원에 법인세는 고작 352억원 밖에 안냈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건설업체의 비용 부풀리기를 통한 탈세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는 지 알게 됐다"며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거듭 촉구했었다.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는 최근 2000년 이후 수도권에서 공동주택지를 공급받은 건설업자들의 신고내용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조만간 국세청에 제출하고 세무조사를 공식 요구할 예정이다.

증시 큰손들, 건설주 잇따라 매집

참여정부 부동산정책 비웃나? … 주가 ↑ ⇒ 세무조사?
증권가 서강대 인맥 움직임? … 건설주 상승행진


거대 투자자문사가 최근 건설주들을 잇따라 매집하고 나서 건설사 세무조사와의 관련성 여부가 주목된다.

국내 최상위 투자자문사인 코스모투자자문은 지난 21일 코오롱건설의 주식 37만2990주를 추가 취득, 지분율 7.38%에서 9.03%로 늘렸다. 지난 5월중순 코오롱건설 30만5750주를 매각, 지분율을 5.89%에서 4.54%로 낮춘 지 7개월만에 다시 같은 주식을 대거 매집한 것.

코스모투자자문은 또 지난달 8일 한라건설 주식 11만6897주를 추가매수, 보유지분이 7.47%에서 8.69%로 늘어났다. 강남구 도곡동 소재 코스모투자자문은 지난 5월30일 현재 한라건설 주식 72만606주(7.47%)를 보유했었다.

1999년 출범한 코스모투자자문은 현재 자문계약규모가 1조6000억원으로 업계 1위다. 대형 자산운용사도 엄두를 못내는 해외 기관 자금까지 맡아 운용한다. 펀드 수익률도 최고 수준이다. 명실상부한 주식시장의 ‘큰손’. 최근 1년 새 1조원 이상의 주식운용자산으로 14개 상장사의 5% 이상 대주주에 오르며 시장 영향력을 급속히 높여가고 있다.

이 회사 대표인 최권욱 사장(46)은 서강대 독문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 경영학 석사학위를 땄다. 증권가에는 유난히 서강대 인맥이 많다. 우선 주식 분야에서 잘 나가는 서강 출신 펀드매니저로는 이정철(76·무역) 미래에셋투신운용 공동대표와 김영수(82·경영) 리&킴투자자문 대표, 최영권(83·경제) 국민은행 신탁운용본부장 등이 있다.

또 김상수(81·경제) 밸류리서치 대표, 김준성(82·경영) 제논 대표, 고재성(82·경영) 커넬인베스트먼트 대표, 이택수(83·경제) 윈베스트창투 대표, 강시황(83·영문) 아리사이그파트너스 이사, 이홍재(83·경영) IMM맥쿼리자산운용 상무, 임한수(85·경영) 에셋플러스투자자문 전무 등도 서강대 출신이며 증권가에서 일한다.

펀드매니저로 활약중인 서강 동문들은 ‘서강 펀드매니저 클럽(가칭) '을 결성, 학교발전기금을 조성중이다.

다만 증권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서강대 동문이 유난히 많다는 점이나, 이들의 대표주자가 최근 잇따라 건설주들을 매집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자산운용자문사가 보유한 주식은 의결권이 없지만, 최고의 펀드매니저 집단으로서 이들의 주식거래는 주가의 향방을 가늠짓는 잣대로 작용한다.

지금 건설주를 산다는 것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강하게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본의 아니게 참여정부의 '잦은' 부동산 안정대책을 보기 좋게 비웃는 것에 다름 아니다.

청와대와 국세청이 이런 점까지 감안한 뒤 대형 건설사들에 대한 '군기잡기'에 들어간 것인지 역시 불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특정 세력들이 정부정책을 비웃으며 건설주를 대거 매집했고, 그중 한라건설이 시범타로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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