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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소련과 북한 종말의 평행이론
[특별기고]소련과 북한 종말의 평행이론
  • 일간NTN
  • 승인 2016.04.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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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신코리아 대표 한승범

1989년 미국대학 총장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소련의 한 대학 식당에서 줄을 서 한 50분 정도 기다렸는데, 갑자기 주방 아줌마가 큰 소리로 “양배추가 떨어져 더 이상 스프를 못 만드니 줄 선 사람들은 그만 돌아가라”라고 말했다. 이때 대부분 사람들은 포기하고 돌아서는데 한 사람이 자조적으로 소리를 쳤다. “에따 러시야(이게 러시아다)!”

그 때 미국 총장의 머리를 스친 것이 있었다. <에따 러시야! 러시아는 예전에도 가난했고, 지금도 가난하고, 앞으로 오랫동안 가난할 것이다. 40년간 냉전체제에서 사회주의 국가의 맹주였던 소련의 소비에트(Soviet) 개념은 허구였다. 러시아는 단 한 번도 국민이 잘 산 적이 없었다.> 미국대학 총장이 1992년 러시아 대학에서 한 강연의 일부이다.

북한은 올해 1월 초 4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내친 김에 5차 핵실험을 할 태세이다. 북한은 소형화된 핵무기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대한민국과 미국, 그리고 국제연합(UN)은 사상초유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답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대한민국이 벌이는 치킨게임은 과연 어떻게 끝날 것인가?

북한과 김정은 군사 제1위원장의 다음 행보를 알기 위해서는 유사한 사례의 역사적 고찰이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은 공산주의 종주국이었던 소련의 사생아라고 보면 된다. 정치, 경제, 문화, 군사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사성을 갖는다. 가장 큰 차이점은 3대 세습의 김씨 왕조를 이룬 유교사상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결합되어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사이비 공산주의(feat. 유교)’ 체제를 만든 것이다.

냉전시대 소련은 북한의 수천 배에 위력에 달하는 핵무기로 미국과 경쟁을 벌였다. 깨지지 않던 균형은 1980년대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강력하게 주도한 군비 강화 정책으로 무너졌다. 레이건 정부는 소련의 전략핵을 무력화시키는 전략방위구상(SDI, Strategic Defense Initiatives)을 추진했고, 이에 대응할 경제적 여력이 없었던 소련은 결국 백기를 들게 된다. 사실 소련은 핵강국이었지만 이쑤시개도 제대로 못 만드는 후진국에 불과했다. 소련이 백기를 든 가장 큰 이유는 따스한 햇살이 아닌 강력한 군사적 대응이었다. 이것은 명명백백한 역사적 교훈이다.

하지만 북한은 채찍보다는 당근이 유효한 외교정책이라고 주장하는 북한 옹호자나 순진한 유화론자가 아직도 존재한다. 이들은 북한은 극단적으로 폐쇄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강력한 군비 증강이나 경제제재에도 자력갱생이 가능한 나라라고 말한다. 김정은 체제가 워낙 견고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또한 혁명은 대중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북한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논리이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소련 유학시절 모스크바 시내에 있던 평양식당에 자주 갔었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남긴 북한 술을 몰래 숨기는 종업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 종업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공산주의 북한 인민이 아니라 돈을 사랑하는 탐욕스런 자본주의 국가의 시민과 다를 바 없었다. 여기에 북한 김정은 체제 붕괴의 열쇠가 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을 일치시키는 보편적인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돈이다. 돈이란 사람들의 보편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돈은 이억만리 떨어진 생면부지의 두 사람을 협력시킬 수도 있고, 아무 죄 없는 행인을 살해하는 동기도 제공한다. 이렇게 돈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누구나 돈의 미래 가치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어떤가?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나라이다. 외교관들의 밀무역, 위조화폐 제조, 마약 밀수, 등등 무슨 범죄조직이나 벌이는 양아치 범죄를 저지른다. 최근에는 러시아, 중국, 동남아시아에 인력을 수출하고, 북한식당도 확장하는 등의 외화벌이에 눈이 벌겋다. 이것은 북한도 돈의 의미와 가치를 아는 나라가 된 것을 반증한다. 역설적으로 북한은 신뢰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적어도 외화에서는.

중국도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상초유의 북한 경제제재 조치는 김정은 위원장을 위시하여 북한 엘리트의 숨통을 조일 것이다. 돈의 금단현상은 마약보다 더 심한 법이다. 매일 먹던 스위스치즈와 좋아하는 애플노트북을 사지 못할 때의 분노를 상상해 보라.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라고 울부짖는 아들이 눈에 밟힐 것이다.

혁명은 무소유일 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소유에서 무소유로 전환되는 시기에 발생한다. 인류역사에서 벌어진 대혁명들은 대부분 이 범주에 해당된다. 프랑스 혁명, 미국 남북전쟁, 1960년대의 흑인 폭동, 러시아 혁명 모두 삶의 질이 향상되다가 갑자기 악화된 시기에 벌어졌다. 이것은 로버트 치알디니 ‘소유-억압’ 이론이다. 아울러 역사에서 대중이 주도한 혁명의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혁명의 주체는 유산계급인 엘리트이다.

돈은 물과 같다. 바위가 있든, 댐이 있든 물은 아주 미세한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 물은 결국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북한으로 흘러들어간 수많은 외화는 북한 엘리트의 배를 불려주었다. 하지만 지금 갑자기 4차 핵실험으로 그 엄청난 풍요를 잃어버렸다. 당신이 만약 북한 엘리트라면 ‘현기증 나는 아들’을 위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조만간 이렇게 말하는 북한 엘리트가 있을 것이다. “민족의 원흉 김정은을 응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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