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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복지는 高생산성에서 나온다’
[국세칼럼]‘복지는 高생산성에서 나온다’
  • 정창영 본지 주필
  • 승인 2016.05.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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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복지는 국민 세금이 아니라 활발한 경제활동과 높은 생산성에서 나온다.”

지난 주 우리나라를 방문한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복지 천국’ 북유럽, 아니 노르웨이의 복지는 경제가 잘 돌아갔고, 국민들이 기꺼이 세금을 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高복지 국가인 노르웨이는 간접세 25%에 소득·법인세율 역시 우리보다 훨씬 높다.

‘철의 에르나’로 불리는 이 여성 총리는 복지의 핵심은 세금도 세금이지만 세금을 낼 수 있는 환경, 즉 경제의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도 운영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경제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최근 북유럽 국가들은 복지비용을 삭감하는 조치를 속속 취하고 있다. 과도한 복지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유럽 하면 흔히 ‘요람에서 무덤까지’ 지원해 주는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노르웨이의 경우 은퇴 후 노인들의 자기 집 보유 비율이 70%를 웃도는 등 노인 빈곤율 역시 아주 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극빈층에 해당하는 노인들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사회복지에 관한 한 그동안 ‘천국’으로 여겨졌던 북유럽 국가의 총리가 ‘복지는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고 경제가 팡팡 돌아가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아주 평범한 말이지만 우리에게는 각별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수많은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이 이 ‘천국의 복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떼로 뭉쳐 다니며 견학을 했고, 복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금과옥조처럼 사례로 제시했지만 정작 핵심인 ‘북유럽 복지는 高생산성에 기인한다’는 결론은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저 북유럽의 척박한 땅에서 열린 ‘탐스러운 과실’만 보고 감탄하며 무조건 ‘우리도 심자’에 열광했는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하루 한시도 쟁점의 핵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복지 전쟁의 기본에 이런 평범한 진실이 숨어 있었는지는 그 나라 여성 총리가 우리나라를 방문해 직접 강조하면서 그나마 실체가 솔솔 인식되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고 나름대로 소신발언 했던 정치인이 하루아침에 왕따가 돼 쫓겨나는 우리 상황에서 복지로 가는 길을 험난할 수밖에 없다. 복지의 유일한 정답인 활발한 경제활동과 높은 생산성은 눈치만 보며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 복지는 답이 없다.

경제전문가들 입에서 ‘긍정 전망’이 사라졌고, 굳이 서민들의 삶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쪼그라드는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주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그동안 여·야간 난타전으로 끌고 온 복지정책에 대한 방향을 강하게 암시했다.

박 대통령은 “포퓰리즘적 내용을 담은 법안이나 사업은 현재와 미래세대 모두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그 폐해를 국민 모두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을 소상하게 알려 낭비되는 재정누수를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재정 책임성이 무너지고 복지 포퓰리즘이 확산되면 순식간에 재정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의 과반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포퓰리즘적 복지정책들을 추진할 경우 국가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맞는 말이지만 핵심을 벗어난 당연한 말이 되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세수가 ‘여러 성원’에 힘입어 예상을 깨고 목표를 초과했지만 말 그대로 정부의 퍼붓기 후속효과와 그나마 세금 낼 능력이 있는 층에서의 ‘성원’이 컸다. 기업들이 팡팡 돌아가고, 근로자들의 소득이 늘어 기꺼이 납부한 세금의 결과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당장 올해도 국세청은 세수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이다.

자진신고납세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의 세금구조는 기업이 활력을 잃으면 곧바로 세금이 줄어드는 결과로 연결되는 구조다. 따라서 향후 세수는 기본을 수행하기에도 살얼음판이다.

모범 복지를 이끄는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는 복지는 세금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활성화와 고생산성이 곧 세금이라는 등식이 담겨 있다. 결국 경제를 살려내지 못하면 당연히 복지는 어렵다는 말이다. 무엇에 매달려야 하는지가 분명하게 나와 있다.

불꽃 튀기던 복지 논쟁은 지난 총선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예외없이 포퓰리즘성 공약이 난무했다. 기초연금을 올리고, 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이고 육아휴직 대체근로자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등 다양한 복지공약이 제시됐다. 성남시가 시행하고 있는 공짜 청년수당은 각 당이 명칭과 규모만 바꿔 다양한 형태로 내세웠다. 이미 약속했던 복지도 실행이 가물가물한데 ‘더블’로 얹어진 상황이다.

복지는 필요하고, 확대해 나가야 할 정책인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풀어가는 방법과 시기다. 경기가 바닥권을 헤매고 경제가 활성화는커녕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선거 끝나자마자 폭발하듯 그동안 우리경제를 이끌어 왔던 효자종목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고생산성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다.

이런 경제현실과 이런 기업 경쟁력이면 향후 받게 될 경제성적표는 뻔하다. 올 경제는 본격적인 시작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줄줄이 목표치가 끌려 내려오고 있다.

‘골든타임’ 비상 이야기를 대통령이 꺼낸 것이 언제인데 지금 우리가 어디로,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 도통 답조차 없다.

어려울수록 머리를 마주하고, 무릎을 맞대고, 손잡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데 ‘불통’에다 ‘일방통행’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항상 발목을 잡는 쪽도 문제가 있고, 늘 발목이 잡히는 쪽도 문제가 아주 크다.

국민들의 시선은 불안의 정도를 넘었다. 정치는 대립과 갈등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자기주장의 나발만 현기증 나게 불고 있고, 경제는 지하로 내려가고 있다. 조정과 조율기능은 실종된지 오래다.

세금은 없는데 복지만 놓고 연일 난타전이 끊이지 않는다. ‘복지는 세금이 아니라 고생산성에서 나온다’는 북유럽 여성총리의 평범하지만 ‘강단’ 있는 한마디가 뇌리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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