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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부실 감사는 자유수임제가 낳은 구조적 문제"
"회계법인 부실 감사는 자유수임제가 낳은 구조적 문제"
  • 이지한 기자
  • 승인 2016.05.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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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인지정제 부활 · 감사조서 제3자 보관 등 보완장치 마련 시급

상장사의 분식 회계와 이를 감사한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한솔신텍의 분식회계로 인해 투자 손실을 입은 연기금과 은행 등 기관투자자, 개인에게 총 57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 대우조선 사태가 발생하면서 투자 손실을 입은 소액주주들의 외부감사기관인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진행 중이다. 회계법인들은 회사가 분식의도를 갖고 회계법인을 기망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하지만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갑-을 관계로 인한 구조적 문제가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편집자 주

 

조선·해운 산업이 추락하면서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과 신용평가사의 부실감사·신용평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기업과 갑을 관계에 있는 회계법인이나 신용평가사의 입장에서 회사의 압박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과 회계법인의 갑-을 관계가 낳은 병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권오인 팀장은 “부실회계감사를 벌인 회계법인에 대한 법원의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고, 검찰 등 사정기관 적극적인 수사의지도 부족한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기업과 회계법인의 윤리의식 부재와 함께 일감이 떨어질까 우려하는 회계법인의 기업 눈치보기와 대주주와의 일종의 커넥션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집중투표제를 통한 견제장치 마련, 감사위원회의 독립기구화 등 구조적 문제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는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는 국내 약 4만여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가 제공된다. DART공시시스템은 선진국보다 더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내용이 문제다. IMD 등 국제경영기구는 한국기업의 회계투명성을 60개국 중 59위로 평가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투명회계를 지향하지만 경영위기에 따른 매출과 수익감소, 과다부채 등 재무 불량 상황 발생 시 매출과다계상, 수익 자산 과다 반영, 부외부채와 우발채무 누락 등 분식회계에 대한 유혹을 떨쳐내기 어렵다. 때로는 회계법인의 묵인이나 동조 하에 기업의 분식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거래실적이나 증빙의 고의적 위·변조와 은닉을 통한 외부감사인의 정상적 회계감사에 대한 기업의 방해도 발행한다. 분식회계로 인한 투자자 손실 등의 리스크 관리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회사에 있다.

 

 

회계법인의 부실감사에 따른 손해배상소송 잇달아

하지만 이를 감사하는 회계법인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 기업의 재무 상태를 건실한 것으로 평가한 회계법인의 감사 자료를 믿고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삼일회계법인은 한솔신텍의 과거 분식회계로 투자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는 물론 연기금과 은행 등 기관들에게 총 57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 신텍의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감사책임을 물은 투자자의 소송에 대해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우정사업본부, 교직원연금공단, 사학연금, 공무원연금공단과 함께 우리, 신한, 하나, 국민은행 등에 1000만원에서 많게는 9억원 가까이 배상금을 건네 총 25억원 가량이 연기금과 기관에 손해배상으로 지급됐다.

2심 재판부는 삼일회계법인이 회사가 공사진행률을 왜곡하는 것을 방지하는 임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외감법 17조 5항을 지적했다.

앞으로는 연기금도 분식회계를 일삼는 기업과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투자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과다한 소송비용과 불확실한 회수가능성, 회수 실패 시 발생할 책임 소재 등의 우려로 인해 손해배상소송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이제 손실금을 적극적으로 회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 추궁이 더 커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연기금과 은행 등의 기관도 소송에 적극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의 관계자는 “진행률회계 상 발생하는 문제로, 회사(한솔신텍)가 총 공사 예정원가 등에 대한 잘못된 자료를 회계법인에 제공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조선업, 건설업 등에 공통된 문제로 엔지니어의 영역인 총 공사 예정원가 등에 대한 회사의 분식의도를 회계법인에서 분석해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한솔신텍에 대해 회사 측에서 분식의도를 갖고 잘못된 자료를 제공해 회계법인을 기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감사인지정제 요구 다시 불거져

회계 감사를 기업이 선임하는 ‘자유수임제’가 낳은 문제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회계감사는 강제 법률에 의한 의무법률행위지만 실제 회계 감사 계약 방법과 감사비용은 완전히 사적영역에 맡겨져 있다. 실제 대부분의 감사 계약이 기업의 혈연·지연·학연 등을 감안해 연고관계자를 지명하고 감사비용도 최저가 선에서 결정하게 되는 상황이다.

당시 투자손실 피해자를 대변했던 법무법인 한결 김광중 변호사는 회계법인의 부실감사에 대해 제도상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감사인 자유수임제와 금융감독원의 허술한 감리, 감사조서의 관리 등 부실한 제도로 인해 부실감사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 한솔신텍 등의 부실회계감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감사인지정제’의 재도입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감사인지정제는 지난 1980년대 초반까지 모든 상장회사에 대해 시행됐었다. 하지만 기업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주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 ▲기업공개(IPO) 예정 국내 기업(해외기업은 빅4 회계법인 중에서 선택)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 등으로만 한정됐다.

더 이상 늦기 전에 적어도 이해관계자가 불특정다수로 많은 상장기업 대상만이라도 외부감사인 강제지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지정감사가 이뤄진 기업의 경우 회계투명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감사조서 제3자 보관도 또 다른 대안

김 변호사는 또 다른 대안으로 ‘감사조서의 제3자 관리’ 방안을 지적했다. 감사조서(working paper)는 감사 집행 중에 구체적인 사항을 기재한 서식으로, 감사의뢰인이 보유하는 기록과 감사인이 작성하는 감사보고서를 연결해 양자의 정확성을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감사조서는 회계사가 감사 절차의 내용과 감사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와 관련 분석결과를 적은 서류이기 때문에 나중에 부실감사 문제가 제기됐을 때 감사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자료가 된다. ‘주식회사의 외부회계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은 감사조서를 회계법인에서 8년간 의무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감사조서는 기업의 외부감사를 맡는 회계법인이 보관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사후 수정 등 불법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회계법인들이 감사조서를 위조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2012년 상록회계법인의 회계사 임모씨는 감사조서를 위조한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임씨는 2010년3월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는 과정에서 2008년12월31일 P사에 대한 현금 실사에서 감사조서에 첨부한 38억4000만원 상당의 수표들이 해당 날짜가 아닌 2009년 1월 7일자 수표임을 확인했다. 그러자 이에 해당 수표들을 파기하고 모 법무법인에서 해당 수표를 보관하고 있는 것처럼 확인서를 만들었다 적발돼 서울남부지법으로부터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무법인 한결 김광중 변호사는 감사조서를 회계법인에서 보관하는 것은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꼴”이라며 “금감원이나 증권선물위, 공인회계사협회 등 제3의 공적기관에 원본을 맡기거나 최소한 복사본이라도 보관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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