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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砲音]격(格)과 갑(甲)
[세종砲音]격(格)과 갑(甲)
  • 일간NTN
  • 승인 2016.05.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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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格)이란 무엇인가. 한자는 그렇다. 바로잡을 격, 격식 격, 다양하다. 일반적으로는 이렇다.‘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

그 앞에 사람(人)이 붙으면 인격(人格)이 되고 나라(國)가 함께하면 국격(國格)이 된다.

‘인격’은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를 지닌 사람’이 되며 ‘국격’은 ‘∼(그런) 나라’가 되는 셈이다.

하여, 좋은 인격은 좋은 국격을 낳고, 그 국격은 지구의 품격을 낳는다.

어떻게 보면 세상 모든 것에는 격이 있다.

만물의 지당하고 준엄한 이치다. 어떤 격을 세울 것인가. 스스로 높여야 세상도 그를 높이 본다. 스스로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을 높이는 것이리라. 격은, 말로부터 나온다.

현 지구촌 최고의 나라로 불리는 정당의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쏟아지는 말은 그 나라의 격을 의심스럽게 한다.

언론을 통해 본 그의 격(格)은 이렇다.

‘미국 대선이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맞대결 구도로 굳어지는 가운데 그(트럼프)의 막말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는 5월 1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에서 열린 유세에서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거론하며 “우리는 중국이 미국을 계속 강간하도록 내버려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우리는 강도를 당하고 있는 돼지 저금통과 같다”며 “우리에게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가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사업가 시절인 2011년에도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고 발언해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유세 중에는 처음이다. 비록 해명은 했지만 ‘쏜 살’과 ‘뱉은 말’은 다시 담기 힘든 법이니 어쩌랴. 두고두고 회자될 판이다.

말이 그 사람의 인격이라고 할 때, 트럼프의 격은 이 수준이다. 그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과 지구의 운명이 심히 걱정된다.

최근 경기지역에 때 아닌 ‘격(格)’을 둘러싼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있었다.

지역 여론을 좌지우지한다는 모 언론사의 간부가 출입처 홍보담당에게 ‘격’을 운운하며 소위 말하는 갑(?)행세를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입소문을 타며 알려진 때문이다.

대외 담당 부서를 무시(?)하고 윗선을 통해 직거래(?)를 일삼던 언론사 간부에게 “홍보실이 대외 업무를 맡은 창구이니 절차를 밟아줬으면 감사하겠다”고 홍보담당은 부탁한다. ‘일원화되지 않을 경우 내부에 절차상으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부연 설명과 함께.

실랑이(?)는 이어지고 결국, 이 언론사 간부는 이렇게 말했겠다.

“격(格)이 맞지 않아 당신과 업무에 대해 논의할 이유가 없어 대표에게 직접 부탁을 했고, 앞으로도 그러겠다.”

언론사 간부의 편에 서서 백번 이해하려고 해도 ‘구태(舊態)’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그 간부 운도 참 없다.

그 격렬한 통화를 홍보실에 있던 출입 기자 여럿이 들었단다. 본의 아니게 통화내용을 듣게 된 기자들 동종업(同種業)에 종사한다는 원죄(原罪) 때문에 얼굴을 들지 못했다나. 쥐구멍 찾듯 심정으로 그 자리를 떠났고 당시 상황은 일파만파(一波萬波) 번지는 중이란다.

‘절차 존중에 격’으로 답한 그 인격이 궁금하다. 자기를 몰라준다는 ‘투정’이었을까. 아니면 뼛속깊이 각인된 ‘갑(甲)의 본성’때문일까. 두 가지 모두라 해도 천박한 격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 워치 독, 랩 독, 가이드 독, 슬리핑 독. 그리고 또 있다, 그냥 개. /사진=네이버 자료

흔히 언론은 개에 비유된다.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워치 독(Watchdog)’이라고 한다. 그러나 권력의 주구(走狗)로 전락할 때, 기생견인 ‘랩 독(Lapdog)’이 된다. 또 스스로 권력이 되고자 할 때는 ‘가드 독(Guarddog)’이 된다. 정권 말 레임덕 시기에 출현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최근 손석희 앵커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우리네 언론을 빗댄 ‘슬리핑 독(Sleepingdog)’이 있다.

이 언론 간부의 최근 행태를 들으면서 든 생각하나. 그냥 ‘독(Dog)’도 있구나, 였다.

그 옛날 지주의 힘을 등에 업고 힘없는 이들에게 군림하려던 마름의 모습과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요즘 정치 속물들의 행태가 겹쳐지는 대목이다.

통화 후 “미안하다”는 토닥임에 “다 그렇죠”하며 씁쓸해하던 홍보담당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던 후배 기자의 더 씁쓸한 표정이 지워지지 않는다.

진정한 격은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빛이 나는 법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격은, 격이 아니다.

<에코마린 뉴스 최정용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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