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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砲音] 새누리당의 ‘퍼즐 게임’
[세종砲音] 새누리당의 ‘퍼즐 게임’
  • 일간NTN
  • 승인 2016.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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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소련의 과학자 알렉세이 파지트노프(Alexey L. Pajitnov)가 퍼즐 완구 ‘펜토미노’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해 세상에 내놓은 ‘테트리스’는 퍼즐 게임의 혁명을 일으킨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5세 아동부터 100세 할머니까지 누구든 즐길 수 있을 만큼 룰이 단순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벽돌을 회전 이동시켜 한 줄을 가득 채우면 그 줄은 소멸하고, 다음 벽돌을 쌓을 공간이 생긴다. 해외에서는 침팬지에게 테트리스를 가르친 사례마저 존재한다.

지난 4·13 총선 이후 캄캄한 미로(迷路)를 헤매던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서서히 혼란을 추슬러가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계와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접촉하기 시작하면서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 일부개편을 단행했다. 새누리당은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의 시동을 걸어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아직 어떤 성과를 거둘 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일단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결기는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권(與圈)이 국민들로부터 환골탈태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비가 첩첩하다. 잠복기에 들어가긴 했으나 새누리당 안에서 친박-비박 패싸움정치는 여전히 심각한 폭발성을 은닉한다. 친박계는 시간이 흘러 국민들의 노여움이 잦아들 즈음에 당권을 틀어쥘 꿍심에 빠져있고, 그런 의중을 다 읽고 있는 비박계는 팽팽한 경계심으로 판세를 분석 중이다.

친박계가 문제다. 모두가 4·13총선 참패의 책임집단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은 아직 제대로 된 소명서를 쓰지 않았다. 어이없는 이유로 대구의 유승민과 주호영을 링 밖으로 밀어낸 잘못에 대한 반성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진박(眞朴)·월박·신박·짤박…. 입줄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박타령’에 분노한 민심에 대한 명시적 참회도 없었다. 잘못했다고는 하면서도 뭘 잘못했는지 말하지 않고, 원상태로 돌려놓지도 않는 꼴이다.

많은 정치전문가들이 ‘친박’의 이름으로 추진하는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 프로그램의 무망(無望)을 단언한다. 친박계가 또다시 당권을 틀어쥐고 뺄셈정치를 재연할 경우, 새누리당은 분당(分黨)사태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험악한 예측조차 나돈다. 지지층이 반토막 나고도 정신을 못 차린 채 민심을 바르게 읽지 못하고 권력쟁패를 위한 사리사욕만 탐닉한다면 보수정치의 미래는 암담할 따름이다.

김용태 혁신위원장을 국면전환용 피에로쯤으로 악용할 흑심도 얼비친다. 김 위원장을 기용한 정진석 원내대표의 행보를 놓고 친박계 안에서 ‘먹튀’라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단다. 혁신위원회를 앞세워서 새누리당이 완전히 탈바꿈할 것처럼 온 국민들을 현혹시킨 뒤 김용태 혁신안을 폐기처분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상도 있다. 친박계의 정치행태에 보수정치의 장래가 걸려 있는 딱한 양상인 것이다.

새누리당은 어디로 가야할까. 어떤 쇼를 벌여서 국민들을 홀릴 것인지 잔꾀만 궁리하는 듯한 작금의 모습으로는 떠난 민심을 다시 얻을 수 없다. 극우 지지층에 발목을 내맡긴 채 ‘수구꼴통’의 이미지에 갇혀 있어서는 결코 민초들의 신망을 되찾을 수가 없다. 신념을 갖고 긴 세월 각고의 노력으로 험지에서 끝내 진정성을 인정받은 김부겸과 홍의락, 이정현과 정운천에게 교훈이 있다. 시대정신을 담아 ‘개혁적 보수’로 이념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테트리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새누리당은 민심을 다시 얻는 일이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테트리스 게임은 하면 할수록 벽돌이 내려오는 속도가 빨라지고, 없애기 어려운 장애물 블록이 등장하는 등 난이도가 점차 더해져 쉽게 따라갈 수 없을 정도가 된다. 30년이 지난 오늘날도 퍼즐게임 개발의 교과서로 불리는 테트리스식 레벨 디자인처럼 새누리당이 부디 세월이 흘러도 국민들의 변함없는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정식을 발견해내길 바란다.

<경북매일 안재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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