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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稅想)칼럼]전관예우와 11급
[세상(稅想)칼럼]전관예우와 11급
  • 일간NTN
  • 승인 2016.05.3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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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 웅

요즈음 전관예우 사건으로 전국이 시끌시끌하다. 부장판사 출신의 여성 변호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한때 전직 대통령들만 잡아들여 유명해진 검사장 출신 변호사와 거물 브로커가 얽혀 나란히 등장한다.

전주의 지인 병원에 은신한 중년 여인을 수사관들이 들이닥쳐 체포하려 하자 극력 저항하면서 수사관의 팔을 물었다는 소식도 전해지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총기 있는 문학 판사이자 부장판사 출신이란다. 인지의 부조화로 당혹스럽다.

사실 전관예우라는 말은 세속적 비공인 용어지만 많은 이들은 그 말의 의미를 믿는 것 같다. 그러니 형사사건에 연루라도 되는 날이면 검찰이나 법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따끈따끈한(?) 변호사들을 수소문하느라 필사적이다.

그 와중에 재주꾼 브로커들이 끼어들어 용하다는 전관들을 소개해주는데 변호사 수임료의 20%~30%를 알선비로 챙긴다는 거다. 수사관의 팔을 물고 늘어진 여성 변호사 역시 모 회장으로부터 수십억을 받았지만 대부분 브로커들 비용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세간에 회자되는 풍설(風說)로 보면 서초동 법조타운의 거의 공식화된 비공식 알선 수수료가 20%에서 30%란다. 만일 브로커들의 그 많은 사례금 소득에 대한 과세가 가능해진다면 이거야 말로 대단한 지하경제의 포착이다.

더욱이 알선 사례금은 필요경비 공제가 거의 불가능한 소득이니 전액 과세되는 알토란 같은 세원인 셈이다. 이는 사실상 불로소득이며 정상적인 법률 서비스 시장의 존속에 암적인 지하경제로 존재하는 셈이다.

음성화되어 있는 알선 수수료 시장을 해결하려면 아무래도 지급자에게 당근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 사례금 지급에 대하여 송금내역 등 지급 사실만 밝힐 수 있다면 사후라도 손금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도입해주어야 한다. 세입자가 나중에 신고하여 월세를 소급공제 받을 수 있듯이 말이다.

법조시장이 가뜩이나 어려워져 가는 마당에 사례금을 손금화 해준다면 대단한 세원 양성화 유인(carrot)이 될 것이다. 공공연하다는 법조 브로커 부조리가 조금이라도 개선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음성 알선 소개료와 더불어 전화 변론의 경우도 과세자료가 포착되지 않는 허점인 듯 싶다. 수임계를 내지 않고 은밀하게 전화 한 두 통으로 수 억이 오고 갈 경우 과세자료는 발생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임계를 빼먹는다 한들 관련 협회로부터 2~5백만원 정도의 명목적 제재만 받으니 수임계는 생략하는 게 더 현명한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여론이 법조계가 모두 다 수임료 세원을 누락한다고 매도하면 어불성설이다. 전통이 있는 법률회사들일수록 체통에 어울리는 명성유지 정책상 수임료 누락으로 소탐대실하는 어리석은 사심은 갖지 않는다는 거다. 더욱이 기업고객이 주종이다 보니 세금계산서가 오고 갈 수 밖에 없다.

한편 과세관청 출신 전관들은 어떤 예우를 받을까? 현행 제도상 3년간은 번듯한 곳에는 취업이 원천봉쇄된다. 잘 쉬시라는 예우를 받는 셈이다. 실제로 그 3년이 머리도 식히고 세상도 배우고 견문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증언이다.

법조계가 전관예우로 시끄럽지만 세무대리업계의 사정은 판이하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과세관청의 예민한 업무들은 하나같이 집단 의사결정 구조라서 은밀히 전화로 변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령 각종 세금 불복은 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위원 pool이 수십 명이고 누가 해당 불복을 담당하게 될지는 아무도 미리 알 수 없게 운영되다 보니 개인적 친분으로 해결될 일이 없다는 거다.

세무조사도 마찬가지로 한 팀이 6~7명으로 이루어지는데다 민감한 쟁점들은 납세자가 접촉이 불가능한 내부 심의팀에서 별도 검토를 하므로 집단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인 셈이다. 사법부의 말썽 많은 구속여부 결정도 속히 국세청을 벤치마킹 할 일이다.

업계에 밝은 분 이야기다. 1급 출신 세무대리인이 퇴직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석에서 이런 말을 하더란다. ‘퇴직하고 나오니 대리인은 11급이란 걸 깨달았다’고. 대리업계의 현실인 즉 9급 조사관님 다음에 계약직이 버티고 있고 그 아래에 세무대리인이 있더라는 거다. 그러니 자신은 11급이라고.

업계 사정에 어두운 분들은 청 출신 대리인들이 과세관청에는 일종의 벽으로 보이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는 듯한데 현장을 뛰는 세무대리업계 당사자들의 현실 인식은 그와는 정반대다. 세무업계는 전관예우가 없어 외롭지만(?) 훨씬 건강한 생태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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